샌드위치. 눈치백단. 서러움. 억울함. 악바리. 형제 중 둘째라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선입견에 끼워 맞춰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안 그러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드는 생각들이다. 나 역시 삼 남매 중 둘째. 첫째는 첫째라서 이쁘고 듬직하고, 막내는 막내라서 이쁘고 귀여워했는데 그럼 둘째인 나는 어땠을까?
언니한테 물려받는 옷이 싫었고 동생을 챙겨야 하는 것도 싫었다. 먹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것보단 언니나 동생이 좋아하는 메뉴로 정해질 때가 많았고 치킨을 시키면 닭다리는 늘 내 몫이 아니었다. 그냥 뭘 해도 서러웠고 나만 형제 중에 대우를 못 받고 있다는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 깔려 있었다. 언니는 첫째라고 학원도 보내주고 동생은 아들이고 막내니깐 가르쳐야 한다며 보내줬는데 나는 학원 문턱도 넘어본 적이 없다. 둘째로 태어난 게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자립하는 힘은 형제들 중에 제일 강했다. 똑 부러지게 행동했고 지는 걸 누구보다 싫어했다. 하지만 어려선 이 모든 것들이 다 싫었다. 물러터졌어도, 매일 지기만 해도 좋으니 둘째가 아니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마음뿐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둘째는 서럽다. 억울하다. 뭘 해도 그런 마음이 드는 자리다.
그래서인 것도 있고 편견이나 선입견을 심어주고 싶지 않아 둘째인 딸에게 더 마음을 썼다. 예민한 것도 있었기에 상처받지 않도록 나름 조심조심하면서 키웠는데 둘째는 둘째인가 보다. 뭘 해도 서럽고 억울한 자리라고 느꼈던 그 자리 탓을 똑같이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난 분명 그러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엄마의 마음이 굴절되어 보였나 보다. 나와 딸 사이에 투명한 경계를 그대로 통과되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 역시 엄마한테 '왜 자꾸 나한테만 뭐라고 그러냐고' 그랬었다. '왜 나만 안 되는 건데' 하며 대들기도 했었다. 아! 그때 내 엄마도 이런 기분이었겠다. 멍하고 어지럽고 흐트러졌을 마음. 파편이 되어 튀어버린 조각난 마음을 그러모으며 아픈지도 모르고 속으로 삼켜냈을 엄마. 억울함을 풀어줄 수도 없는 어린 딸의 마음은 또 어떻게 보듬어야 하는지 연신 한숨만 내쉬었을 엄마. 딸에게서 어린 내 모습이 보여 그저 안쓰럽고 짠하다. 내 모습에서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 속상하다.
그때의 엄마처럼 아무것도 넣지 않고 계란만 왕창 깨 폭신한 계란말이를 말아본다. 계란의 부드러움으로 아이의 마음이 말랑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