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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오라 May 15. 2023

어느 때보다도 , 어느 때처럼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내 인생은 매 순간순간이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안나 카레리나의 마지막 문장)

<생에 감사해, 김혜자>






무의미하지 않게 살고 싶다. 그래서 글을 쓴다. 책 쓰기를 하고 있다. 삶을 대하는 나의 마음과 태도가 남들에게 가닿아 공명되길 원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내 삶을 살아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니 너희들도 잘 살아가라고 말이다. 


읽고 쓰면서 변화되고 성장하길 원했던 건 스스로 우뚝 설 수 있게 자립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이면엔 어느 누구에게 짐이 될까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깔려있다. 기대여만 하는 사람 말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랐다. 아이들을 품어주고 남편에게 어깨동무하며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사람. 친정 엄마에겐 아픈 손가락으로 기억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 


© kaitlynbaker, 출처 Unsplash



어느 때보다도 글쓰기가 간절한데 어느 때처럼 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 충격으로 나는 얼어붙어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사고는 멈췄고 부끄러움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속에선 부정하고픈 상황과 현실들이 투영되어 줄줄이 사탕처럼 매달려 올라왔지만 입밖으론 차마 내뱉지 못했다. 실은 그게 아닌데, 그런 게 아닌데 눈물만 하염없이 쏟아져 내렸다. 차라리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할까. 마음이라도 편하게 그래 실컷 울어라도 보자. 


이상하게 울어도 속이 풀리지 않는다. 평소 같으면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그래도 무언가 털어내 버린 느낌이 났는데. 눈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버렸나 보다. 섞지 않게 물꼬를 터줘야겠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주절주절 글을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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