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sinki, Finland
게을렀어요, 많이.
*북유럽 여행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제목이 떠오르면, 하나의 매거진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라고 북유럽 여행의 3번째 글을 마친 후, 무려 2년이 넘어서야 4번째 글을 끄적이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지난 글을 열어보니 문장 정렬을 비롯하여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새로 쓴다고 해서 딱히 더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년여의 시간은 게으르다기보다 많은 일들이 있어 미처 들러볼 여유가 없었다는 편이 더 맞겠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남기고 싶은 기억도 너무나 많지만. 우선 하다만 북유럽 여행 이야기를 먼저 늘어놓아야겠다.
여행기간이 길다 보니 숙소비용에 대한 부담이 꽤 컸다. 여행지 특성이나 머무는 기간에 따라 에어비앤비를 할지 호텔을 할지 정하는데, 헬싱키는 워낙 도심이 작아서인지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파리같이 호텔도 다양하게 많고, 에어비앤비도 좋은 곳이 많은 도시가 고민이다. 에어비앤비를 하기로 맘을 먹고 여느 때와 같이 '집전체'를 조건으로 둘러보니 마땅하지가 않았다. 좋은 위치에 가격이 적당한 '개인실'로 마음을 굳히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다. 이 방에서 4박을 지냈는데 거의 방에만 머물렀다. 백야 때문에 해가 늦게 지는 만큼 동이라도 좀 늦게 터줘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덕분에 창밖은 항상 대낮이었다. 첫날 저녁을 먹고 짐을 풀고 잘 준비를 다 한 시간이 10시 반이었는데, 그때 하늘이 저렇게 훤히 밝아서 당황스러웠다.
가장 좋아하는 아침식사는 요거트에 과일, 그레놀라를 섞어 먹는 것이다. 요거트의 약간 시큼한 맛에 달달함과 고소함이 더해지니 매일 먹어도 맛있을 수밖에 없다. 헬싱키 도착한 첫날 저녁에 마트에서 산 그릭 요거트와 블루베리, 블랙베리, 스트로베리는 아침식사로 딱이었다.
여행만 가면, 주중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간에 치이고 주말에는 한없이 게을러지는 서울의 삶과는 사뭇 다르게 살고 싶어 진다. 아무도 터치하지 않아도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나가서 걷기 시작한다. 서울에서의 나처럼 출근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보이면 괜히 웃음이 난다. 가게들도 문 열지 않은 한산한 거리를 걸을 때 묘한 쾌감을 느낀다. 이 맛을 느끼려고 여행지에서 더 부지런해지는 것 같다.
커피 잘하는 집
커피 잘한다는 카페에 갔다. 암석교회를 가고 싶었는데 오픈 날짜인지 시간인지를 잘못 알아서 낭패를 봤고, 구글맵에 핀을 찍어둔 카페가 마침 근처에 있길래 냉큼 가서 앉았다. 여행을 준비할 때 구글맵을 잘 활용하는 편인데, 특히 카페에 핀을 많이 찍어두는 편이다. 무언가를 보러 갔다가 커피가 땡길 수도 있고, 이동 중에 잠시 머물 곳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괜찮다 싶으면 다 찍어둔다. 이 카페는 암석교회를 못 간 덕분에 갈 수 있었던 곳.
개인적으로 따뜻한 느낌의 카페를 좋아하는데, 이 카페의 인테리어는 조금 차가운 느낌이었다. 탐나는 가구나 조명 따위는 없지만, 커피가 맛있다고 하니. 잔뜩 기대하고 3.9유로짜리 라떼를 한 잔 주문했다.
어릴 때부터 흰 우유를 좋아해서 그런지, 아메리카노보다 라떼를 더 자주 마신다. 특히 추운 계절에 마시는 따뜻한 라떼가 제일 좋다. 아메리카노도 향과 맛이 다 다르지만, 라떼는 우유가 들어가는 만큼 커피맛의 진하기부터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각각 다 다르다. 이 곳의 라떼는 아몬드 향이 나는 것처럼 고소함이 강했다. 역시 라떼로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인당 커피 소비량 1위라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제일 맛있는 라떼를 마셨다.
Cafetoria Café & Shop
Runeberginkatu 31, 00100 Helsinki, Fin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