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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hyun Kim Apr 26. 2020

중심잡기

다시 새기는 삶의 자세

신입교육 과정 때 쓴 '미래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얼마 전에 받았다. 당시에는 별 의미없이 끄적인 것 같은데, 지금 상황에서 읽으니 큰 자극이 됐다. 내가 나를 다독이는 느낌이 다소 이상하긴 하지만, 무언가 새로운 걸 시작할 때마다 초심을 기억하기 위해 종종 이런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편지에서 위로를 받은 부분은 "어떤 장애물을 만나도 두려워하기보다는 극복하자. 때때로 좌절하고, 자주는 흔들리더라도 중심을 잃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 지금껏 그래왔듯이, 맨 땅에 헤딩하고 끊임없이 부딪치며 작은 성공을 쌓아가자." 따위의 상투적인 표현이었다.


사실은 최근에 자주 답답했다. 작년에 이곳에서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앞으로의 내 삶은 탄탄대로일 거라 믿었다. 내가 긍정적인 마음으로 집중하고 노력하는만큼 그에 따른 정직한 성취와 보상이 따라올 거라 생각했다. 일도, 관계도, 사랑도, 삶도 모두 나의 의지에 따라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 낙관했다. 매일이 설렘으로 가득하고 어디서나 박수갈채를 받으며 언제나 위풍당당하게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2020년의 4개월이나 지났는데, 그 사이 계절은 3번이나 바뀌었는데, 무엇 하나 똑바로 해내지 못하고 여전히 제 자리에서 맴도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일도, 관계도, 사랑도, 삶도 모두 조금씩 엇박자가 나서, 내가 이루고자하는 것과 실제로 일어나는 것 사이에는 큰 간극이 발생한다. 사실은 조바심이 나는데, 남들에게 보여지는 초라한 성적표를 가리고자 괜히 쿨한 척, 여유로운 척, 자신만만한 척 하는 것도 여전하다.


돌이켜보면 언제나 그랬다. 간절히 원하던 무언가를 이뤄냈을 때, 스쳐가는 성취와 행복의 감정을 오래도록 붙잡아두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캠퍼스의 자유와 낭만의 이면에서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갈등을 마주해야 했다. 세상에 하나뿐인 사람과 사귄다는 것은 곧 언제라도 그 소중한 세상을 상실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했다. 벅찬 감동과 행복 뒤에는 항상 공허와 시시함이 뒤따랐다. 한 때의 성장통인줄 알았으나 반복되는 삶이었다. 어른이 된 줄 알았는데 아직 미숙한가보다. 


그래서 중심을 제대로 잡고 싶다. 중요한 건 방향성과 태도다. 사사건건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며, 일희일비하지 말자. 언제나 더 나은 미래를 꿈꾸되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일들에 충실하자. 뜻대로 되지 않을 때에도 회피하고 낙심하지 말자. 이성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자. 작고 근시안적인 것들에 흔들리기에는 나에게 더 큰 역할과 책임이 있으니까. 축복받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으니까.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나는, 세상과 긍정적으로 상호 작용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는데 기여해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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