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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너 Jan 06. 2023

게으른 부모가 자식을 잘 키운다고?

옛 어른들 말씀이 어차피 자식은 원래 제 마음대로 안된다고 하지 않았나

 육아를 한다는 건 아이를 기르는 것과 동시에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우리 딸을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으로 키우고 싶으면서도, 스스로를 긍정하지 못하고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게 맞는 건지 걱정과 불안이 가득한 나를 발견하는 모순에 빠진다. 그런 나를 들여다보면 '이건 이래야 하고, 저건 저래야 한다.'는 지침이 많은, 매력 없는 인간이 보였다.

아이는 부모를 닮을 테니 마음을 고쳐먹기로 한다. 뭐든 미리 생각해 두지 않으면 불안하고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좌절하는 J형 인간이지만 자식에게만큼은 P형 인간이 되어보는 것도 괜찮겠지. 어차피 임신도 계획대로 안되지 않았나. 조금은 마음을 놓아보기로.


 육아를 하는 엄마아빠들 사이에서 아주 유명하신 소아과 전문의 선생님께서도 이런 말씀을 하셨다.

오히려 게으른 부모가 자식을 잘 키웁니다


이 말의 뜻은 진짜 아기를 돌볼 때 게을러지라는 것이 아니라, 아기의 울음과 모든 현상에 안절부절못하지 말고 태연하게 대하라는 의미다. '좀 울어도 어때, 좀 낑낑거려도 어때, 좀 딸꾹질해도 어때. 원래 그렇게 크는 거야.'라는 말.

주변의 어른들께서도 이런 말씀을 해주시긴 하지만 전문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분이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조금 마음이 놓인다. 속물적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마음을 놓으니 으앙으앙 우는 것도 응애응애 우는 것도 더 귀엽다. 너도 열심히 크고 있구나. 열심히 요구하고 표현하고 있구나 싶어 다행스럽다. 눈물을 흘려도 눈물샘이 안 막혀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불안하고 걱정이 많다. 한 순간에 사람이 바뀌기란 쉽지 않으니깐. 이 또한 괜찮다고 달래 본다.

 손목, 허리가 원래도 약한 편이라 점점 아기 몸무게가 늘어가는데 매번 안을 수가 없어 잠자는 패턴을 만들어 주고 있는데, 간혹 눕혔을 때 자지 않고 울어대면 또 불쑥 걱정이 생겨난다. 내 마음을 조금 편하게 해 준 선생님이 아기에게 가장 안 좋은 교육이 일관성 없는 거라고 하셨기에, 에라 모르겠다 안아주자! 대신 울면 좀 어때를 되뇐다.

아기니까 우는 거지 그럼. 스스로 울음을 그치는 법도 아기니까 배워야 하는 거야. 하고 아기를 달래는 대신 내 마음을 달래 본다.

절대 안아줄 수 없어!라는 마음은 아니지만 최대한 느긋하게 마음을 가지려고 해 보는 거다.


 육아를 책으로 배워서 하면 '우리 아기는  책이랑 다르지?'라는 불안과 걱정이  많이 생길  있다고 한다. 사람이 전부 다 다르게 생긴 것처럼(쌍둥이조차 다르지 않나?!) 육아도 모두 다른 각각의 아기에게 맞춰서 하면 된다. 지금껏 계획대로 살아왔으니    되는 대로 살아보자.

육아를 하면서 몸이 피곤한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마음의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조금 게을러져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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