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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너 Dec 29. 2022

1+1=3, 이건 카오스고 눈물이고 행복이다

 아기가 생겼다.

누군가는 아기의 탄생이 하나의 우주가 온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가족이 둘에서 셋이 되었는데 다른 태양계만큼이나 생소한 감정들이 휘몰아친다. 원래도 잘 웃고 우는 편이지만 눈물이 더 많아졌다. 엄마가 생각나서 울고, 실제로 엄마를 만나면 울었던 그 감정 대신 짜증을 부리게 돼 후회하면서 울고, 내 딸이 소중해서 울고, 내 딸을 내가 잘 키우고 있는 것인가 걱정이 되어서 운다. 제삼자가 보면 코미디인데 이 감정 안에서 살고 있는 나는 매일이 카오스의 소용돌이다.


 첫 번째 카오스는 엄마가 된다는 것 자체의 감정. 내가 너무 작고 소중한 이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나의 엄마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슬픔이 찾아왔다. 내가 아기를 사랑하는 만큼 엄마도 날 사랑했겠지 싶어 새삼 엄마의 사랑이 너무 크게 느껴져 버겁기도 한 감정. 이 혼돈의 소용돌이는 나의 경우 조리원에 있을 때 시작되었고, 그건 아기를 내가 직접 케어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부리는 사치였던 거 같다. 아기를 낳고 나서 바로 시작되는 벅차고 막막한 감정은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지만 조리원에서 느꼈던 적당한 적막함과 외로운 감정을 느낄 시간이 없음을 본격적인 육아 시작 전에는 몰랐다.


 두 번째 카오스는 모유수유다.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가슴 한쪽을 내놓고 누가 보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공간은 목욕탕을 제외하면 모유수유를 하는 방일 것이다. 젖을 잘 먹으면 축하해 주고, 젖이 잘 나오는 산모가 제일 부러움을 사는 곳, 엄마들의 눈물겨운 고군분투가 시작되는 곳.

 어느 정도 친정엄마의 젖양을 닮는다더니 울 엄마만큼이나 내 젖양도 보잘것없이 적었다. 아기가 신생아를 벗어날 동안 메델라 유축기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50ml(양쪽을 합하여) 짜본 것이 가장 많이 나온 것이다. 모유가 돈다는 느낌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고 모유가 차서 가슴이 단단해진 다는 느낌도 출산 2주 이후엔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모유가 그리 좋다는 말들과 정말 아주 가끔 20분 이상 열심히 먹어주는 내 아가 때문에 단호하게 단유를 결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유에 익숙해진 울 아가가 더 이상 세게 빨아주지도 않게 되고, 유축도 20ml를 여전히 넘기기 힘든 상황이라 올 해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부터는 단유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세 번째 카오스는 수유텀이다. (단유를 한다 해서 수유에 있어 카오스가 사라지지 않는다.) 조리원과 책에서와 달리 우리 집에 온 이 작디작은 아가는 한 시간마다 밥을 달라고 하기도 하고, 두 시간마다 밥을 달라고 하기도 했다. 유명한 소아과 원장님이 유튜브에서 하시는 말씀과 다니는 병원의 의사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달라 혼란스럽다. 주변 엄마들의 말도 다 달랐다. 어찌 보면 사람마다 크는, 키우는 방식이 다 다르니 이 또한 당연한 것이지만 당장 내 아기를 어떻게 수유해야 할지 알고 싶은 나에게 이 모든 대답들은 혼돈 그 자체였다. 다만 수유텀을 3시간씩 유지시킬 수 있다면 초보 엄마가 어설프게 아기 트림을 시키고 난 뒤에도 젖병을 소독할 시간, 가습기를 청소할 시간 등이 주어졌기 때문에 3시간 수유텀은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아가에게 맞춰 주기로 했다. 배가 고픈 신호를 보내도 밥을 주지 않는다면 나뿐 아니라 아가 역시 카오스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제 슬슬 재우는 것도 쉽지 않아지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새로운 혼돈 속을 지나야 기적의 통잠, 엄마라고 말하는 것, 첫걸음마, 첫 돌이라는 기쁘고 가슴 벅찬 이벤트들이 나에게 올까.

아직 친정엄마가 집에 와 계셔서 그나마 몸은 수월하게 육아를 견뎌내고 있지만, 아직 육아는, 이 소중한 아가는 나에게 카오스고 눈물이다. 배냇짓 또는 우연으로 엄마를 쳐다보고 웃어줄 때면 행복이 한 스푼 들어있는 카오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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