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신기하다.
몇 주 전에도 '진짜 배가 크다'라고 생각했는데 자고 일어나면 또 커져있는 나의 배를 발견한다. 이제 임산부 배지를 달고 다니지 않아도 누구나 나를 임산부라고 생각할 만큼 만삭이 되었다.
임신 초반에는 혹시나 유산이 될까 봐 무서워서 불안했고,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임신에 대한 불안감이 조금은 나아졌지만 코로나가 재 유행해서 불안했는데 임신 후기엔 불안감이라기 보단 몸이 정말 많이 바뀌고 무거워져서 힘이 든다. 그리고 슬슬 출산에 대한 무서움이 생기기 시작. 정말 임신 기간 내내 마음 푹 놓고 편한 날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난다고 불안감이 없어질까? 다칠까 봐 아플까 봐, 친구들과 잘 지낼까 또 걱정의 연속일 테지.
어쩌면 엄마가, 부모가 된다는 건 걱정인형이 되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육아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면 나중을 생각하면 출산휴가를 최대한 늦게 쓰는 게 좋다고 하던데.. 정말 회사 다니는 게 힘들어서 생각보다 휴가를 빨리 쓰게 될 거 같다. 연차를 아껴두었다가 왕창 붙여서 예정일 한 달 ~ 한 달 반 전부터 쉬기도 하던데 난 올해 초반 시험관 시술과 부작용 등 때문에 이래저래 연차 사용이 많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회사 출근이 왜 힘든가 하면, 우선 걷는 게 힘들다. 평발인 건 제쳐두더라도 워킹화/러닝화를 신고 걸어도 예전 같지 않다. 아기는 2kg~3kg인데 나는 아기 몸무게의 몇 배가 불어서일까.. 하지만 단순히 몸무게 때문만은 아닐 거다. 꼬박꼬박 비타민C와 함께 철분을 먹는대도 잘 늘지 않는 철분 수치도 영향이 있을 테고, 조금만 움직여도 차은우나 BTS를 본 것처럼 나대는 심장도 한 몫한다. 사실 가만히 있어도 아기가 위로 올라올 대로 올라온 30주~35주는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는데 그 상태로 걸으니 짧은 거리를 몇 번을 쉬었다가야 한다. (우리나라 길거리에 벤치들이 많이 없구나를 느끼는 요즘이다.)그래서 출퇴근뿐 아니라 회사 점심시간 외출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물론 체력이 좋은 임산부들도 있고 사람마다 겪는 고충은 다 다를 거다.
다행히 난 남편과 직장이 가까워 중기 이후론 출퇴근을 자차로 편하게 하는 편인데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임산부들은 정말 존경스럽다.
그리고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한다. 아기가 생기면 7cm 정도였던 자궁이 수박보다 커지는데 다른 장기들을 잠시 몸밖에 보관할 수도, 크기를 줄일 수도 없으니 쭈구리처럼 밀려난 방광을 자주 달래주어야 한다.
더불어 아래로 방광을 달래야 한다면 위로는 위를 달래야 한다. 후기 입덧이 없다면 점점 식욕은 왕성해지는데 식욕대로 먹었다간 움직일 수 조차 없이 배가 부른 건 둘째치고 더부룩함과 메스꺼움으로 괴로울 것이다. 그래서 평소 양보다 조금 또는 훨씬 적게 자주 먹어야 한다. 임산부가 먹을 걸 입에 달고 산다고 뭐라 하지 말길.. 조금씩 자주 먹어야 해서 불편한 것도 임산부다. 게다가 조리 필요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과자나 과일이다 보니(고구마, 감자, 계란은 최소 20분 이상 삶는 과정이 필요하고 샐러드는 여러 채소를 다듬어야 한다) 임당(임신성 당뇨)인 임산부들은 정말 힘들 테고 임당이 아니더라도 불어나는 몸무게가 울적하게 만든다.
이렇게 평생 처음 경험해보는 몸의 변화들을 겪으면서 나는 임신 33주 차에 접어들었다. 대부분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변화들이다. 한 가지 기분 좋은 변화가 있다면 '태동을 느낄 수 있는 것'. 아기가 내 뱃속에서 움직이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웃음이 피식하고 새어 나온다. 가끔은 욱-! 하고 아플 때도 있지만 그 조그마한 아기가 무슨 생각으로 어디를 움직이고 있을까 궁금하다. 이런 게 모성애가 생기는 걸까?
또 한편으론 내가 육아를 잘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너무 '잘해야지!'라는 마음을 좀 내려놓기로 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 어쩌겠는가.
사실 아기가 태어나면 더 엄청난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임신이라는 게 너무 불편한 점이 많다 보니 '임신했을 때가 제일 편한 거야'라는 말을 듣기 싫긴 하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안다.
앞으로의 엄청난 변화들을 나와 남편, 그리고 우리 아기가 잘 흘려보낼 수 있길 바란다.
팔팔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