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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너 Jan 19. 2023

교과서도 시뮬레이션 게임도 아니니까

그래 뭐든지 적당히가 중요하지

 우리 아기가 인생 6주 차가 되었을 때 나는 욕심을 부렸다. 여기저기서 빨리 시작한 수면 교육 덕에 육아가 정말 행복해졌다는 말을 주워 들었다. 즐겨보는 유튜브 전문의도 단호하게 6주부터 수면교육을 시작하면 된다고 했고, 아기가 스스로 울음을 그치는 기회를 주는 것도 뇌 발달 및 추후 아기의 감정을 다스리는 데에 매우 도움이 되는 행동이라고 했다. 그래서 퍼버법을 택한 게 화근이었을까.

우리는 셋 다 편해지려고 시작한 수면교육 때문에 육아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물론 아기가 우리보다 더 힘들었을 거 같다. 마음이 아프다.


 사랑하는 우리 아기는 첫날은 한 시간을 울었다. 한 시간 내내 안 달래준 것은 아니었고 5분 간격으로 들어가 달래주었는데 안아주진 않았다. 퍼버법을 택한 이유가 아기를 안는 것이 점점 손목과 허리에 무리가 되고 있던 게 주된 이유였기 때문이다. 너무 마음이 찢어질 것 같고, 5분 간격으로 달래줄 때 5분 기다리는 게 50분을 기다리는 것만큼 힘들었지만 이 것만 견디면 성공할 거야 라는 마음으로 참았다.

둘째 날은 45분 정도를 울었다. 아직 많이 울고 있는 아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지만 15분 줄었다는 데에 의미를 두었다. 셋째 날은 30분을 울었다. 그런데 30분 자다가 또 30분을 울었다. 그런 식으로 3일 동안 하루 당 1시간 이상은 울었다. 울다 잠드는 시간은 줄었지만 총 우는 시간은 오히려 셋째 날 더 많아졌고, 우리 아기는 다음날 목이 쉬었다.

 목소리가 바뀐 아기를 보고 있자니 이건 아니다 싶어 눈물이 핑 돌았다. 50일도 안 된 딸의 목소리가 변성기가 온 남자아이 같았고 그날 저녁 또 서럽게 우는 아기를 보자마자 나는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아기를 잽싸게 안아 달랬다. 그리고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빠 이거 하지 말자


남편도 그러자고 했다. 남편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와 아기를 안으면서 달래주었다.

미안해 미안해. 안아주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하필 수면교육을 시작한 주에 남편의 회사가 매우 바빴고 내 몸도 완벽히 회복한 상태가 아니라 우리의 수면교육이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또 50일이 지나고 시작했으면 성공했을지도 모를 일이고, 어쨌든 잠이 들기 전 우는 시간이 점차 줄고 있었던 점은 성공의 가능성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난 하루, 아니 한 시간이라도 이 짓을 더 했다가는 내 멘탈이 바스러졌을 거라고 확신한다. 수면교육을 하는 동안 나름 행복하고 재미있던 육아가 공포스러워졌, 엄마인 내가 아기를 어떻게 달래줘야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 안갯속을 걷는 듯한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체력적으로도 안아주는 것만큼이나 부담이 되었다. 아기는 밤에 자지러지게 울고 나니 지쳐서 낮에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지 않고 푹 자는 상태가 되었는데, (밤낮이 바뀐 것이다.) 이 때문에 낮에 아기를 어떻게든 깨워보려는 데 이게 재우는 것만큼 체력소모가 컸다. 밤에도 낮에도 쉴 수가 없으니 나의 피로감은 심하게 누적되었고 남편과 나 모두 하루에 총 세 시간을 잘 수가 없었다.


 아기는 그냥 되는대로 최선을 다해 키우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러자 마음을 먹고서도 또 여기저기 알려주는 지식으로 키우려 했다가 된통 당한 셈이다. 하정훈 선생님 말을 너무 맹신한 것(혹은 곡해했거나)도 잘못이었나 보다.

물론 40일 정도부터 수면교육을 시작해서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그건 그 아기의 성향과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 자기에게 또 아기에게 맞는 육아를 하면 된다.


엄마가 무너지면 아무리 좋은 육아법도 소용없다.


건강한 육아를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양육자이다. '엄마는 아플 수도, 아플 시간도 없다'는 슬픈 말처럼 육체적인 건강도 중요하고 정신적인 건강도 중요하다.

아기를 교과서에 맞추지 말고, 뭐든 적당히 내 아기에게 맞춰가면서 해보자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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