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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너 Mar 18. 2022

N들의 상상력이 만든 우리만의 법칙

08. 사실 우린 겁쟁이들 입니다

 남들은 '크리스마스 땐 꼭 조각 케이크를 사요' 혹은 '결혼기념일마다 1년 동안의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어요'같은 신혼부부에 어울리는 달달한 자신들만의 법칙 또는 의식이 있지만 우리의 법칙은 좀 특이하다.


 우린 한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온다고 하면 남아 있는 사람이 꼭 이렇게 외친다.

"5분 뒤에도 안 올라오면 내려간다~"

 우리 집 1층에는 카페가 있는데, 잠시 커피를 사러 갔다 온다고 해도 이렇게 외친다.

"커피? 음 그럼 15분 뒤에도 안 올라오면 내려간다~"


 누가 들으면 그 잠깐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다고 별 유난 떤다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린 꽤나 겁쟁이들이라서 '혹시?', '만약?'이란 생각을 달고 살기 때문이다. 나름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 소소한 책임감이랄까... 남편은 머릿속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잘 돌린다. 예를 들어 '구너가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이렇게 한 뒤에 저렇게 하는 게 좋겠어.'이런 식이다. 왜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미리 걱정하고 상상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절로 상상이 되는 건 우리 탓이 아니다. 둘 다 MBTI 중 N의 성향을 가지고 있을 뿐...


 사실 실제로 시간을 잰 적도, 말한 시간이 지나 누군가가 뒤따라 내려온 적도 없긴 하지만 이렇게 말을 뱉어두면 듣는 사람도 말을 한 사람도 어째 쫌 안심이 된다. 그냥 겁쟁이들의 이상한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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