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노진의 식당공부 Nov 07. 2024

자가제면 칼국수와 숙서 칼국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자가제면 칼국수 vs 숙성 칼국수’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     


❶ 

라멘, 우동을 위시해서 냉면과 칼국수에 이르기까지 밀의 역할이 뜨겁습니다.

쌀보다 더 많이 먹는다는 밀가루는 빵의 주원료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합니다.

한반도에서도 밀은 이모작이 가능했답니다.

벼를 추수한 후 이듬해 벼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수확할 수 있었지요.

밀서리라고 들어본 적이 있나요?

다 익기 직전의 밀을 줄기째 볏단위에 구워먹으면 탄수화물의 단맛이 배고픔을 잊게 해주었죠.     


메밀보다 훨씬 귀한 몸값을 자랑했던 밀은 가격, 인력, 도정 등 여러 가지 상황으로 수입 밀가루를 다수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어쨌든 밀가루는 21세기 현재 한국사회에서 대단히 중요한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해방 이후 미국의 원조정책으로 엄청난 양의 밀가루가 수입되면서 정부당국의 혼분식 장려 정책과 배고픔을 해결하려는 우리 국민들의 노력이 접목되어 밀가루 음식이 대중화되기 시작했지요.

그러다 2000년 이후 해외여행 자유화와 다양한 음식문화의 발전으로 본격적으로 밀가루 음식의 전성기가 펼쳐지게 됩니다.   

   

저는 이번에 샤브칼국수 브랜드를 기획하게 되면서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칼국수와 수제비를 함께 먹는 음식을 좋아해서 메뉴기획에도 직접 떠서 먹는 수제비를 추가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벤치마킹을 다녀보면서 많은 샤브칼국수집들이 자가제면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워낙 외식업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면요리전문점들이 ‘수제’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니까요. 

    

예전에도 그런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자가제면과 숙성면의 맛 차이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다수의 자가제면을 앞세우는 가게들은 ‘당일 생산 당일 소비’를 강조하셨거든요.

그런데 고기도 갓 도축한 고기보다 15일 이상 숙성한 고기가 더 맛있다고 하잖아요?

양념도 숙성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낫다고 하는데 칼국수 면도 숙성한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샤브칼국수 기획을 준비하면서 면에 대한 판단도 함께 해보기로 했습니다.     


자가제면 칼국수집의 공통점은 직접 반죽하고 당일 제면해서 끓여먹는 신선함과 수제라는 이미지를 던져주는 것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여 졌습니다.

반면 숙성 칼국수는 소화가 잘되고 식감의 장점을 강조하고 있었어요.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솔직히 소비자들에게는 ‘자가제면’과 ‘수제’라는 키워드가 잘 먹힌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자가제면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러다가 천안 중앙시장에서 20년 동안 매일 면을 뽑아 7~15일 정도를 숙성하는 우리식품의 칼국수 장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숙성을 하는 칼국수전문점들의 평균 숙성시간은 24시간 정도인데 이 분은 숙성, 특히 칼국수 면에 대한 숙성에 대하여 경험에 기초한 믿음을 가지고 계셨어요.  

   

“밀가루를 반죽하고 면을 만들고 24시간 정도 숙성하면 면도 쫄깃해져 드시는 분들이 맛있다고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저는 20년 가까이 칼국수를 직접 뽑아 숙성을 실험하면서 맛을 보고 있는데요. 제 경험상 일주일에서 2주일 사이 숙성한 면이 소화가 가장 잘되고 맛도 잘 나오더라구요. 숙성을 하게 되면 반죽이 숨을 쉬게 되고 오히려 면발이 더욱 쫄깃해지며 깊은 맛을 내게 됩니다. 특히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 저희 면은 2주일 정도 숙성하는 것을 추천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10일 정도 숙성해서 먹는 칼국수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몇 번이고 숙성 칼국수와 일반 칼국수로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 맛이 그 맛 같고 찰진 정도와 깊은 맛이 다르다고 하는데 저한테는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분별하기 어려웠습니다. 

한 번 먹고 두 번 먹고 또 몇 번을 더 먹어보니 조금씩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소화가 잘 되더라구요.

메뉴개발 선생님과 권셰프님 그리고 직원분들께도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10명 중에 7명 정도 숙성 칼국수에 점수를 더 주더군요.     


가오픈기간에 더 면밀한 테스트를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손님들의 평가에 기초하여 숙성 생면 칼국수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에 전력을 기울여봐야겠습니다.

워낙에 자가제면 칼국수의 장점이 많다 보니 숙성 칼국수의 장점을 다른 각도에서 풀어봐야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박노진의_식당공부

#권박사칼국수_창업스토리_4

#점심엔가성비_저녁은상품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