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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Oct 06. 2020

집 앞 카페의 폐업. 코로나가 바꿔놓은 것들.

가늘고 길게 갑시다

집에서 300m 가면 있던, 자주 커피를 마시고 사람들을 만나고, 글을 썼던 OLE 카페가 최근에 문을 닫았다. 커피의 맛보다, 사람들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소통할  있는 공간으로써의 비중이   개인카페 특성상, 코로나로 인한 변화가 치명적이었을  같다.

테이크 아웃만 한다면 굳이 개인카페를 가기보다, 저렴하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 저가형 프랜차이즈 카페를 가는  나으니까.

그래 씁쓸한  어쩔  없다. 31년간 촌놈으로 살다, 처음으로 서초구민이 되어 으스대며 친구들에게 ‘교대역 1 출구에서 3 정도 걸어오면 OLE 카페라고 있거든. 임마 올레 아니고 올리 올리! 그래. 거기서 보자. 오면 나갈게.’라고 말하고 다녔던  엊그제 같은데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사장님과 알바생들은 친절했고 매번 사람이 많아, 이렇게 급작스럽게 닫을  몰랐기에 공고문을   한참을  앞에  있었다.

누가 그랬다. 추억이 담긴 물건은 버리지 못한다고. 카페 올리는 나의 강남 생활의 시작을 함께  친구였다. 가진  없고, 내세울  없는 내가 처음으로 서초구민이라는 존재감을 가질  있게 해준 . 그래서 더더욱 마음이 갔고 씁쓸했나보다. 우리 집에  번이 아니라    이상  지인들은 나에게 먼저 ‘카페 올리에서 보자.’라고 얘기할 정도였으니.

커피가 맛있고, 분위기 있으며, 깔끔했던 . 그래서 누군가를 초대하기에 전혀 거리낌이 없던 괜찮은 동네 카페의 폐업 공고문을 보며  삶을 돌아보게 됐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정말 자유로워 보이고 하고 싶은  하면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걱정이 많고 생각이 많다.
  보고 있어요. 좋은  써줘서 감사합니다.’라는 응원의 메시지에 벅차오르는 행복을 느끼다가도, 금전적인 문제로 꽤나 자주 스트레스 받고 답답함도 많이 느낀다.

그러다  번씩  생각 없이 일해도 꼬박 꼬박 월급이 나왔던 직장인 시절을 떠올렸다가도 금방 손사래를 치는데, 그냥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지질해보여서  짜증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되고 답답한 일들보다, 행복할 때가  많기에 계속해서 글을 쓴다. 예전에 어떤 모임에서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다. ‘저는 불행이 디폴드값인  같아요. 불행한 상태에서 가끔 행복을 느끼는 거지, 매일이 행복할 수는 없는  같아요.’

  당시에는 아니라고,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나름의 변론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말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불행은 디폴트값일 수도 있다는 . 그렇지만 순간 순간 번뜩이며 찾아오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 불행을 참으며 견디는 . 마치 놀이기구처럼.

누군가에게는 소통의 창구, 누군가에게는 맛있는 커피를 마실  있는 , 누군가에게는 친구를 본격적으로 만나기  담금질을 하는 장소가 되었던 카페 올리는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지겠지. 오랜만에 오는 사람들도  꺼지고 공고문 붙어 있는 올리를 보고 짧게 아쉬움을 내뱉고는 다른 카페로 발걸음을 옮기겠지.

그러나  글은 달랐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지 않아도, 누군가는  글을 보고 힘을 받고 누군가는  글을 보고 작은 위로를 받고,  누군가는  글을 보고 동기부여를 받아 무언가를 해내기를 바란다.

그래서 오래도록 가늘고 길게, 누군가의 입방아에  글이 긍정적으로 묘사되어 오르기를.
버티자. 사람들의 마음속에 따뜻함을 몽글 몽글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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