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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란 Sep 03. 2023

그만 놀고 이제 시작할까?

독립 출판 일지 #3


이렇게 시작하는 거 맞나?


12월 연말에 나온 이야기의 끝은 책을 출판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더 바빠진 새해를 맞이했다. 1월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동안 마음 한편이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12월에 진심을 다해 말했던 이야기들이 공중분해가 되기에는 마음 한편이 짓눌릴 만큼 무거웠다. 2월이 되기 전 정말 글을 써서 한 번 모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은 간단해 보였지만, 결코 내용은 간단치 않았다. 그래도 몇 가지 규칙을 정하고 나니 정말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1. 부담되지 않게 한 달에 한 챕터씩 써보자.

2. 매달 첫째 주 주말에 모여 한 달 동안 쓴 내용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자.

3. 이 기록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노션에 아카이빙하자.

4. 올해의 크리스마스 전에 책을 완성하자.


이렇게 시작하는 거 맞나? 하는 고민도 잠시 시작이 완벽할 필요가 있을까? 일단 해보는 거지. 그날 원형 식탁에서 못해낼 것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말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메인 컨셉은 8년 간 일터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연차별로 엮는 것이었다. 제일 먼저 시작한 건 목차 생각하기. 마치 대학원 시절 논문을 연구 흐름도를 쓸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며칠밤을 세워 어떻게 쓰고 싶은지 목차를 완성하고 나름대로 나만의 콘셉트도 생각해서 첫 번째 챕터의 글을 완성했다.



그만 놀고 이제 시작할까?


현실로 다가온 추웠던 2월의 어느 날. 승준오빠의 집에 하나둘씩 도착했다. 각자 쓴 글을 미리 노션에 올려두고 간단히 점심을 먼저 먹었다.


그 누구도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막상 글을 공개하려니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졌다. 글과 말의 온도와 무게감은 완전히 달랐다. 글이 말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옴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알 수 없는 긴장감 때문일까 우리 모두 평소와 달리 딱히 떠오르는 메뉴가 없었다. 간단하게 먹고 시작하기 위해 샌드위치와 샐러드 그리고 커피를 주문했다. 그마저도 주문이 누락되어서 샌드위치 하나가 부족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이 남았다. 




서로의 글을 읽고 피드백하는 첫자리.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한 글을 보여준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니. 이렇게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라니. 디자인 피드백을 주고받던 것과 평소 우리끼리 시시콜콜 이야기하며 나눈 이야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 


슬아언니의 말을 빌리자면, 마치 나의 일기장을 누군가에게 공개하는 느낌이랄까.


맛을 느낄 수 없었던 간단한 점심 식사가 끝나고, 커피도 다 마셔갈 즈음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진 우리. 그리고 누군가의 한마디.


"그만 놀고 이제 시작할까?"


정적을 깨고 그간 고민해서 써온 글을 읽어 내려가니 신기하게 모두가 그동안 사석에서 한 내용들도 다르게 보였다. 특히 서로의 시작점은 모두 달랐기에,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아 그래서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거구나?"


첫 번째 챕터를 다 함께 읽고서 받은 첫마디였다.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건 알고 있었는데,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 여태 이렇게 자세하게 말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끼리도 그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것 투성이었고. 서로의 글을 읽을 때마다 새로움을 느꼈다.


부끄러움과 긴장감 속에 어느덧 모두가 써온 이야기를 낭독했고, 피드백을 주고받다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한결 가벼워진 마음이었다. 역시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더니 제일 먼저 읽고 피드백을 받은 나는 오히려 다음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다채로운 서로의 글에 매료되었다. 오히려 똑같지 않고 모두가 달라서 좋았다. 그래서 한 목소리, 한 톤으로 맞추지 않고 각자의 느낌을 살려 지금처럼 글을 써 내려가기로 했다.


그렇게 첫 삽을 제대로 뜬 2월의 어느 날. 처음이라 모든 것이 엉성했지만 모두 같은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하루였다. 이를 시작으로 우리는 매달 첫째 주 주말에 모여 한 달간 써 온 글을 읽기 시작했다. 






8년의 기록을 담은 에세이북

[뭘 했다고 8년 차일까요?]


디자이너 3명과 기획자 1명이 각자 다른 곳에서 겪은 일터의 기록들. 일을 하며 만난 수많은 사람과 회사라는 공간에서 맞닥뜨린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따듯한 위로를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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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인서점 합정점 및 온라인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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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후북스 망원점 및 온라인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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