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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Jun 26. 2021

주변인탐구일지#13 정윤님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프리랜서 개발자

<주변인탐구일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탐구하기 위한 인터뷰입니다. 좋아하는 사람 혹은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을 만나 질문을 던집니다. 궁금한 걸 마음껏 물어보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로, 저의 즐거움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분당에 거주하고 있는 31살 개발자 양정윤이라고 합니다.


인터뷰에 응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느낀 건데 저는 정윤 님이 어떤 성격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 딱 그거예요. 제가 오토바이 타기 전과 후로 성격이 나뉠 수 있어요. 오토바이 타기 전에는 일하고 집에 오면 게임하거나 유튜브 보는 게 다였어요. 그때는 말을 많이 안 했죠. 속된 말로 방구석 폐인처럼 살았어요. 그런데 오토바이 타고나서는 많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사람들 만나고 밖에 나가는 거 좋아하거든요.











#1

혼자 속으로

앓는 스타일이에요



전역 직후


고민이 있으면 남들에게 쉽게 말해요?

혼자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말을 해서 해결될 고민이면 얘기를 하고요. 그게 아닌 것 같으면 누구한테도 이야기 안 해요. 가족들한테도 그렇고요. 혼자 속으로 앓는 스타일이에요.


이유가 있을까요?

30년 동안 방구석 폐인 생활을 하면서 형성된 자아가 딱 그래요. 성격이 바뀌기 전이나 후나 고민은 잘 말 안 해요. 일할 때도 위에서 지시하면 그대로 하거든요. 작업하다가 이해가 안 돼도 일단 해요. 윗사람들은 좋아할 텐데 제 입장에서는 얻어가는 게 별로 없죠. 시키는 대로만 하니까요.


평소에 자기 의견을 잘 내세우지 않아요?

잘 안 내세워요. 누가 끌어주면 잘 따라가요. 리더 스타일은 아니고 밑에서 일하는 개미 스타일이긴 해요. 그래서 저는 군대 있을 때가 너무 좋았어요.


시키는 대로 하면 돼서요?

맞아요.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살도 빠지고 건강도 챙기고 너무 좋았죠. 말뚝 안 박은 건 지금도 아쉽긴 해요. 군대가 체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수직적인 거 좋아해요?

네. 상하구조 굉장히 좋아해요. 위에서 지시하는 걸 잘 해낼 자신도 있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좋아요.


반항심은 안 생겨요?

반항심은 잘 안 생겨요. 가끔씩 생겨도 표현을 안 해요. 수긍하는 스타일? 북한 가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2

시키는 대로만 하니까

제가 한 일에 구멍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자기 자신한테 관대한 편이에요?

아 너무 관대해서 문제죠. 채찍질을 해야 하는데 채찍이 없고 맨날 당근만 먹이니까요. 몸이 점점 악화되는 게 느껴져서 요즘 힘듭니다.


일할 때도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요?

일에 관해서는 좀 엄격해요. 요즘 많이 느끼는 게 시키는 대로만 하니까 제가 한 일에 구멍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런 거 볼 때마다 자존감이 낮아져요. '아 이것도 모르냐' 이러면서 속으로 자책 많이 해요. 그래서 요즘 좀 우울해요.


이어지는 질문인데 자신이 싫을 때 있나요?

일 잘 못할 때 싫어요. 시킨 일 못 할 때.


저도요. 당당할 수 없을 때.

아 맞아요.


그럼 그럴 때 어떻게 해요?

해결을 하면 괜찮아요. 해결을 못하면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죠. 그건 방법이 없어요. 우리는 프리랜서로서 기간을 정해놓고 일하잖아요. 기간을 맞추는 게 굉장히 중요하단 말이에요. 내가 나를 채찍질한다고 기간을 연기시키는 건 전체한테 민폐거든요. 차라리 제가 주변 사람들한테 안 좋은 소리를 듣더라도 빨리 물어보고 빨리 수정해서 고쳐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못하면 어떻게 해요?

저는 야근을 진짜 안 하거든요. 야근을 지양하는 수준이 아니라 제 인생에 야근이 없어요. 퇴근 시간 되면 딱 퇴근해야 해요. 그래서 일을 못 마치고 갈 때도 있는데, 다음 날 와서는 보통 해결이 되더라고요. 전날에는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도 생각이 안 나잖아요. 집에 오면 생각이 나요. 그래서 빨리 들어가는 것도 있어요. 어차피 계속 있어봤자 해결되는 게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집에 가서 쉬면서 머리 식히면 생각날 때가 많더라고요.











#3

거절 못하는 건

좀 고쳐야 될 것 같아요



정윤 님 성격 중에 바꾸고 싶은 부분 있어요?

제가 거절을 정~말 못 해요. 중고로 물건 팔 때도 흥정하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줘요. 거절 못하는 건 좀 고쳐야 될 것 같아요. 제가 손해를 크게 보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하나 말해줄 수 있어요?

오래된 일은 아닌데요. 오토바이 동호회에서 친해진 사람이 있어요.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그분이 도와 달라고 해서 잠깐 시간을 내서 계신 곳까지 다녀왔죠.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전화로 제가 말한 부분이 잘못됐다고 성질내면서 네가 해결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시는 거예요. 오히려 제가 그걸 왜 내 탓을 하냐고 화를 내야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아 그러시군요 하고 다시 가서 그 일을 마무리 지어드리고 왔어요. 그래서 저는 오후 업무를 하나도 못하고 결근이 된 거죠. 그때 이후로 그분을 멀리하면서 사이가 소원해지긴 했는데, 거절 못하는 건 제가 봐도 안 좋은 것 같아요.


그분이 오라고 했을 때 화나지 않았어요?

화났죠. 전화를 끊고 나서 이 사람 미친 사람 아니냐고 그렇게 혼자서는 화를 냈는데, 사람 면전에다 대고는 화를 못 내겠더라고요.


다시 가서 고쳐 줬다고 했잖아요. 화가 났는데 어떻게 갈 수 있어요?

저도 모르겠어요.


그날 집에 와서 허무했을 것 같아요.

집에 올 때는 그분이 전화 와서 아까 흥분해서 미안했다고 해서 풀리긴 했는데 그 당시에는 정말 기분이 안 좋았어요. 사람을 너무 호의적으로 대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느꼈어요.


왜 거절하는 걸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저랑 인연이 생긴 사람한테 기분 나쁘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더 그런 말을 못 하겠어요. 그 사람이 기분 나빠할까 봐.


정윤 님 기분이 더 중요하죠.

그렇지 않아요.











#4

요즘 제 삶의 80% 이상이

오토바이예요




라이딩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맞아요. 요즘 제 삶의 80% 이상이 오토바이예요.


개발은 어디 있어요?

개발이 19% 정도 되고요. 1%는 다이어트.


오토바이 동호회 사람들이랑 대화 많이 해요?

그럼요. 많이 하죠. 여럿이 오토바이를 타면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서 전화통화를 한다던지 대화를 하면서 다니거든요. 그래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요. 운전만 하면 심심하잖아요.


바람을 느끼느라 심심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심심하죠. 교통 상황도 서로 얘기하면서 앞에 차가 갑자기 선다던지 하는 것도 얘기하면서 가면 사고 방지도 되고요. 얘기를 정말 많이 해요. 우리가 일주일 동안 일하면서 얘기하는 거보다 오토바이 하루 타고 나가서 오는 게 얘기를 더 많이 할 거예요. 그래서 좋아요.


오토바이 타면서 좋아하는 순간이 있어요?

하늘 볼 때요. 오토바이 타면서 한 번씩 하늘을 쳐다보면 구름이 정말 예쁜 모양으로 만들어졌을 때가 있어요. 산이랑 걸쳐 있다거나요. 자동차 타고 가면 앞창을 통해서 제한된 시야로만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고개만 들어 올리면 다 보이니까 그게 너무 좋아요. 천천히 타고 가면 주변 풍경을 둘러보면서 갈 수 있어요. 시골길도 아무 데나 갈 수 있거든요. 실제로 보면 길이 있는데 내비게이션에는 길이 없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럴 때도 그냥 길 따라서 가면 돼요.


시야가 다 뚫려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음~ 맞아요. 한 번 타보세요. 자전거만 타도 얼추 비슷한 느낌을 받을 거예요.


내일 따릉이 타야겠어요.

네 여유로울 때 타보세요. 그런데 자전거가 인도로 다니면 안 되잖아요. 그렇죠?


네. 자전거 도로 없으면 도로로 다녀야 하죠.

자전거도 그렇고 전동 킥보드도 그렇고 요즘 너무 다 위험해서요. 조심해서 타세요. 오토바이 타면서 느끼는 게 많아요.


위험하다고 느껴요?

차들이 무시한다는 게 느껴져요. 자동차끼리는 그렇게 운전하지 않아요. 자동차와 자동차가 도로에서 만나면 서로 배려를 해주는 느낌이 있거든요. 그런데 오토바이랑 차가 있으면 차들이 되게 위협적으로 운전해요.


눈엣가시 같은 느낌인가요?

네 딱 그거예요. 저는 정상적으로 주행을 하고 있는데도 상대 입장에서는 싫은가 봐요. 저도 이해가 잘 안 가요.


대체로 그런 거예요? 소수가 아니라?

택시가 정말 심해요. 일반적인 운전자들은 반반인 것 같은데 택시는 99%가 그래요. 그래서 택시 옆에는 웬만하면 안 가요. 같이 가고 있는데 끼어들면 차 입장에서는 차선을 바꾸기 위한 행위지만, 오토바이를 탄 입장에서는 저를 죽이려고 하는 것 같아요. 깜빡이를 넣고 들어오면 양보해주는데 무턱대고 머리부터 들이밀면 공포스러워요.











#5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주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랑 잘 맞는 사람이요. 이성에게만 해당하지 않고 전체적으로요. 기왕이면 같은 취미를 가졌으면 좋겠지만 강요는 하지 않아요. 사실 저도 꽤 위험한 취미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사람 관계에서 누군가는 배려하게 되어있는데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주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준다는 건 어떤 의미예요?

가장 최근에 연애를 했던 게 4~5년 전이거든요. 그때 힘들었던 이유가 상대방이 너무 자기 위주로만 생각을 하는 거예요. 우리의 계획 속에 나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어요. 처음에는 제가 좋아서 그렇게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힘들어서 안 되겠더라고요. 서로가 서로를 생각해주는 관계가 좋은 것 같아요.


상대방이 무조건 나한테 맞추라고 했었어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 당시에 저는 정말 헤어지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때가 제대로 하는 첫 연애여서 어떻게 헤어져야 되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결국에는 정말 나쁜 놈이 돼서 억지로 헤어졌어요. 그 과정에서 많이 힘들었죠. 첫 번째이자 마지막 연애가 매우 안 좋은 기억이에요. 그래서 저는 연애에 대한 생각이 없어요.


그 이유 때문에요?

확실히 절반 이상의 이유는 돼요.


연애는 누구를 만나냐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그런데 왜 연애 자체를 안 하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연애가 제가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달라서요. 너무 강렬하게 경험을 했던 거죠. 일할 때도 여자분이랑 같이 일하다 보면 친해질 수 있잖아요. 그래도 어느 이상의 선은 안 넘으려고 해요. 혼자서 벽을 쳐 놓은 느낌? 상대방 쪽에서 뭐라고 한 게 아니고 그냥 저 혼자 그러는 거예요.


혼자만의 벽이에요?

맞아요. 보이지 않는 벽이요.











#6

그때 안 해놔서 지금 고생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포스코에서 일할 때


어떻게 개발을 시작하게 됐어요?

군대 갔다 와서 공장을 다녔었어요. 젊은 놈이 공장일만 하고 있으니까 집에서는 갑갑했겠죠. 제가 그때도 컴퓨터 하고 게임하는 거 좋아했으니까 부모님이 서울 가서 너 배우고 싶은 거 배워서 그쪽 길로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공장에서 이러고 있는 거 못 보겠다면서요. 그때 서울 올라와서 학원에서 개발을 배우기 시작했죠.


개발자로서 정윤 님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일처리가 빠른 편인 것 같아요.


일처리가 빠르다는 건 빨리 잘 만든다는 뜻인가요? 잘은 모르겠지만 빨리 만든다는 뜻인가요?

요즘에 바뀐 점이 일하면서 점점 귀차니즘이 생기고 있어요. 예전에는 프로젝트에 투입되면 소스 파악 먼저 하고 머릿속에서 이해를 한 뒤에 시작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일단 코딩을 시작하고 코딩하면서 이해해요. 일이 점점 빨라지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에요. 코딩을 시작했으니까 결과물은 나올 거잖아요. 그런데 아까 말했듯이 구멍이 하나씩 있는 거예요. 정확하게 이해하고 들어간 게 아니라서요. 그래서 이건 참 장점이라고 하기도 뭐해요. 어떻게 보면 단점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바뀐 건 귀찮아서에요?

네. 그런데 귀찮아진 이유가 일하는 구조가 다 비슷비슷하거든요. 회사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른 부분이 있지만 큰 틀은 잘 바뀌지 않아요. 대충 이렇게 해놔도 조금 수정하면 되겠구나 라는 느낌이 오는 거죠. 일단 만들어놓고 나중에 가서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싶으면 그때 가서 바꾸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다 보니 비효율적인 것 같아요. 일을 두 번 하는 거니까요.


개발자로서 정윤 님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이 있을까요?

정식으로 교육을 들은 케이스가 아니기에 이론적인 부분에 취약해요. 학원은 실전 위주니까 실무적인 부분에서는 크게 모자라지 않는데, 이게 왜 이렇게 되는지를 파악하는 게 맨 처음에는 되게 어려웠어요. 그런데 소스들이 다 비슷비슷하잖아요. 같은 소스를 여러 번 보다 보면 대충 이게 무슨 뜻으로 이걸 여기에 썼는지가 보이거든요. 그렇게 경험이 쌓이면서 알게 되긴 했지만 정식으로 배웠다는 느낌은 없어요. 기초적인 게 부족하다고 느껴요.


그럼 처음에 회사에 들어갔을 때 막막하지 않았어요?

맞아요. 막막했어요. 그때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때는. 그런데 사람은 한 가지 일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바보가 아닌 이상 거기에 익숙해지게 되어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게을러지더라고요. 처음에는 모르는 걸 알아내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알아내고 나니까 목표 의식이 없어진 거예요. 제가 맡은 업무는 딱 거기까지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아쉬워요. 참 젊을 때였는데 더 파고들어서 많이 알아놨어야 하는데. 그때 안 해놔서 지금 고생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프로젝트하면서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요?

약은 얘기지만 그 사람의 영향력을 파악하고 그 사람의 영향력이 저의 업무에 영향을 준다면 억지로라도 친해지려고 해요. 아닐 경우엔 딱히 신경 쓰지 않아요.


그 사람의 영향력이 업무에 영향을 준다는 건 어떤 의미예요?

누가 영향력이 있는지 없는지 나눠지는 게 개발에 메인이 되는 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속한 개발 영역의 메인이 되는 분이 저를 싫어해요. 진짜 싫어하는 티를 내고 피하시는 게 느껴져도 저는 어떻게든 친해지려고 할 거예요. 왜냐하면 이 분이 없으면 제가 일을 못하니까요. 그런데 만약에 저랑 똑같은 입장의 개발자라면 싫어하든지 말든지 신경 안 쓰죠.











#7

프리로 일하더라도 너무 돈으로만 

움직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직원으로 일했던 적도 있어요?

있었죠. 아주 짧게.


회사에 얼마나 다니고 프리랜서를 시작한 건가요?

일 년 반 정도 하고 나왔어요.


빨리 하셨네요.

네. 보통은 프리랜서로 전환하는 시기가 2~3년이거든요. 회사에 들어간 순간부터 같이 일하시던 분들이 프리랜서로 전환하면서 다들 저보고 정직원으로 있지 말고 프리랜서로 전환하라고 하셨어요. 신입사원이었으니까 그때는 웃어넘겼죠.

그런데 한 1년 지나니까 프리랜서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6개월 정도 알아봤어요. 그러다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환을 했죠. 프리랜서가 좋긴 좋은데 한 군데 고정해서 업체를 정하지 않는 이상 일을 구하는 게 만만치 않더라고요. 저는 경력이 길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운 좋게 업체를 구해서 경력을 유지는 했어요.


지금 프리랜서로 소속된 회사가 있어요?

그렇죠. 헤드헌터 회사라 하나 그런 업체에 오래 있었죠. 벌써 2년 넘었으니까요.


프리랜서에서 정규직으로 가면 경력 인정받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정말인가요?

네 그렇죠. 코사라는 경력 증빙하는 곳이 있어요. 제가 지금도 등록을 안 하고 있는데 코사에 등록하면 정직원으로 들어갈 때 인정해주는 곳도 있어요. 그런데 인정 안 해주는 곳도 많아요. 회사 내부에서 정한 개발자 등급이 따로 있는데도 있어서요.

보통 프리랜서 할 때보다 정직원하면서 돈을 더 받는 경우는 절대 없고요. 보너스 포함하더라도요. 정직원으로 전환하시는 분들 보면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해서 가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이제 서른한 살인데 창창하죠. 최소 10년은 먹고 살 테니까요.


프리랜서의 단점을 하나 얘기해 준다면요?

소속감이 없다. 그리고 다음 프로젝트를 어디로 갈지 제가 정하기 어려워요. 지금 한 업체에 오래 붙어있는 이유가 처음에 프리랜서로 전환했을 때 경력이 짧으니까 계속 일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그런 상황을 몇 번 겪다 보니까 업체 한 곳에서 일을 이어받는 경향이 생겼는데 나쁘지 않아요. 프리랜서로 소속된 회사에 나름의 소속감이 생기거든요. 프리랜서를 하면서 정직원으로 일하는 것 같은 느낌? 오래 일을 하다 보면 회사 대표님이나 이사님하고 친해지기도 하고요. 소속감이 없다는 단점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지금은 소속감이 있다는 뜻 아니에요?

지금은 저만의 방식으로 있는 거죠. 그리고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안정된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요.


만약에 어떤 프로젝트에서 얼마를 받았어요. 그러면 그 이상은 계속 받지 않아요? 적어도 내려가진 않잖아요.

프로젝트를 한 군데에서 잘 끝내고 그 업체에서 다른 곳을 소개해줬을 때 단가가 내려가지 않는다는 말이죠? 그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예요.


단가가 내려갈 때도 있어요?

네 그럴 때도 있어요. 왜냐하면 짠돌이 기업들이 있어요. 짠돌이 기업들은 단가를 워낙 짜게 먹이기 때문에 짜게 먹인 데에서 수수료 떼고 뭐 떼고 하면 저한테 들어오는 돈이 줄어들거든요.


돈이 안 맞으면 안 하면 되지 않아요?

저는 프리로 일하더라도 너무 돈으로만 움직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처음에 프리로 제가 전환한 건 돈 때문이었지만 어느 선만 되면 상관없어요. 그 이상이면 물론 좋지만 그 이하여도 정해진 선만 넘으면 상관없어요.











#8

서울에 집 있으신 분들이 

정말 부러워요



꿈이 있어요? 직업적인 것도 좋고 막연한 삶의 목표도 좋아요

서울에 집 사기요.


꿈에 반의 반 정도는 가까워졌어요?

제가 창원에 집이 있어요. 물론 은행집이긴 한데 제 명의로 된 집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집을 매매하고 서울로 오면 원룸 하나를 살 수 있어요. 창원에 25평짜리 아파트인데 그것도 신축이에요. 작년인가 재작년에 완공됐어요. 그래서 서울에 집 있으신 분들이 정말 부러워요. 꿈이죠 꿈. 원룸만 가져도 저보다 돈 많다는 거니까요. 집을 살 수 있을까요? 모르겠어요. 힘들 것 같아요. 죽기 전에는 안될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며



저의 조카들입니다~~


인터뷰를 마친 기분은 어때요?

재밌네요. 좋은 경험이었어요. 저도 옛날에 한창 게임 좋아할 때 같이 게임하는 분들을 인터뷰해봤는데 그때 생각도 나네요. 동호회 같은데 들어가서 활동했었거든요.


동호회 마니아시네요.

네. 그런 모임 활동하는 게 괜찮은 것 같아요. 인터뷰는 재미있었고 질문 내용도 좋았어요. 그리고 간만에 속에 있던 얘기도 꺼냈네요. 저의 연애 관련된 얘기는 아는 사람이 없어요.


정말요?

네 이렇게까지 이야기한 적은 처음입니다.


특별한 날이네요.

네. 그 얘기하면 끝이 없어서 더 이상 하지는 않을게요. 군대 얘기처럼 끝이 없어요.












  감사한 프로젝트 칭구칭긔


지난 4월 말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한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감사하게도 첫날 개발자 두 분이 말을 걸어주셔서 휴게실에서 즐겁게 대화를 나눴는데 그 이후로는 말할 일이 별로 없었다. 프리랜서는 정규직과는 달라서 당연히 사수도 없고 나를 챙겨줘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도 없었다. 자리도 혼자 떨어진 구석 자리라 말 많고 장난기 많은 나의 성격을 누르며 외롭게 지냈다. 그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주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첫날 대화를 나눈 정윤 대리님을 메신저에 스윽 추가해서 배고프다고 햄버거를 사달라고 했다.(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이해가 안 가지만 내 나름의 친해지려는 시도였다.) 그 이후로 입구 쪽에 있는 대리님 자리를 지날 때마다 말을 걸었다. 회사에서 대리님께 말을 걸면 헛웃음 지으시던 기억만 눈에 선하지만 친구가 되어주셔서 감사했다. 아무 말이나 아무 장난이나 쳐도 허허 웃으셔서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처음엔 엄청 조용한 분인 줄 알았는데 잔잔하게 대답하시는 데 은근히 웃기시다. 나와 대리님이 대화하는 모습을 본 다른 분은 우리의 대화가 좀 이상하다고 말씀하셨지만 재미있는 불통 대화(?)를 잘 이어가고 있다. 한 달밖에 안 되는 프로젝트가 끝나고 또 볼 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고 있음이 감사하다.



자괴감 또한 소중한 감정이었어


인터뷰하면서 공감했던 부분이 '나 왜 이렇게 멍청하지 나 왜 이것도 모르지'느낄 때 자괴감이 많이 든다는 부분이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괴감을 느끼는 순간 또한 소중한 순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런 감정을 느낄 때 '아 내가 부족하구나'하고 엄청 열심히 하게 되는데 이때 많이 쌓아둬야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생각하니 회사에서 디자인하면서 잘 안 풀릴 때도 그것조차 감사하고 원동력으로 느껴졌다. 그전에는 자괴감이 들 때마다 이 감정을 지워버리고 싶었고 내가 싫어지기만 했다. 자괴감 또한 소중한 감정이었음을. 사랑해 나의 자괴감. 사랑해 디자인.






인터뷰 날짜 : 2021.06.03 10:30 PM 전화 인터뷰

인터뷰이 : 양정윤

인터뷰어, 글 : 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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