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백구 Apr 13. 2022

본격 경기도민 사찰 드라마

JTBC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작가 작품)


JTBC '나의 해방일지'를 봤습니다. '경기도민인데 서울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 주요 인물이라고 해서 경기도에 30년 넘게 사는 저는 '도민 위로 드라마'인 줄 알고 시청을 시작했습니다.

"차도 없는 경기도민인데 어떻게 연애를 해요?"


"경기도민은 서울은 다 거기서 거기라니까 삼청동에서 보자는 거야. 경기 북부인지 남부인지, 동부인지 서부인지는 물어봐야 하는 거 아냐?"


"밝을 때 퇴근했는데 밤이야. 저녁이 없어"



두 편을 내리 봤습니다. 경기도민 사찰 드라마였습니다. 제가 경기도에 살면서 했던 말과 행동, 들었던 말과 봤던 행동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강남역에서 술 마시고 다 같이 택시 타는 장면은 정말... (말을 줄입니다)


캐릭터들을 보면 경기도민들의 애환이 묻어납니다. 이들은 수도권에 산다고 얘기하지만 수도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고요. 서울에 살 수 없어서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주류가 아닌 사람들. 그런데 주류가 되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아픔, 절망, 고통을 경기도라는 지역적 특성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경기도'는 하나의 상징인 셈이죠. 그런 점에서 경기도민만을 위한 드라마는 아닙니다.



'경기도 비하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적어도 경기도민인 저는 비하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경기도에 사는 것이 좋지만, 출퇴근길이 멀고 대중교통이 빨리 끊기고 강남역에서 만나는 게 편한 건 사실이니까요.


박해영 작가의 색깔이 그대로 묻어나는 설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박 작가는 '나의 아저씨'에서 연대를 통해 개인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과정을 그렸는데요. '나의 해방일지' 역시 주류가 아닌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희망과 그들을 위한 위로를 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하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년법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