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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Jan 26. 2022

아이의 독서생활

엄마와 함께 혹은 아이 혼자

지난주 아이는 단지 내 도서관에 다녀와서 앤디그리피스의 [나무집 시리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예전에 아이 또래의 친구들이 잘 읽는 다고 해서 [13층 나무집]을 사주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글이 긴 책이다 보니 아이는 그림만 살펴보고 탐색하다가 한쪽으로 치워 버렸다. 처음 나무집 시리즈를 발견했을 때 전집 시리즈를 사줄까 했었는데 낱권만 사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전에도 여러 번 전집 시리즈를 구매해 아이에게 보여 줬는데 대부분 큰 흥미를 갖지 못했었다. 나무집을 보여주면서 이제 다시는 전집은 집에 들이지 말아야지 했다.


하지만 최근 단지 내에 있는 도서관에 다녀온 후로 아이는 나무집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13층 나무집] 말고도 다른 책들이 책장에 꽂혀 있는 모습을 보니 내용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숫자를 헤아리기 좋아하는 아이라 점점 13층씩 늘어나는 책 제목에 흥미를 느꼈던 모양이다. 다음 권인 [26층 나무집]을 읽고 싶어 했지만 워낙 긴 글 책이라 도서관에서 읽기는 쉽지 않았다. 도서관은 아직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관리자가 없었고 책을 빌려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가 유치원에서 끝나고 집에 오는 시간은 5시 30분인데 도서관은 6시에 문을 닫아 30분 정도밖에 머무를 수 있다. 어린아이가 긴 글 책을 읽기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제안을 했다. 


"집에 있는 [13층 나무집]을 모두 읽으면 [26층 나무집]을 사줄게."


나는 아이가 긴 글 책을 좋아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평일 오후 시간에 모두 읽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는 늦게 퇴근하고 온 아빠가 엄마와 밥을 먹고 있을 때 그 앞에 앉아 책을 읽어주겠다며 [13층 나무집]을 펼치더니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조금 읽다가 이전처럼 덮어두겠지?' 생각했다. 남편은 밥을 다 먹고 일어나 TV 앞으로 가고 시간이 꽤 흘러 나도 식탁을 정리하려고 일어났다. 아이는 자리를 뜨는 엄마 아빠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책을 읽었다.


보통 평일 저녁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다음날 아침에 힘들지 않으니까 나는 9시부터 아이에게 그만 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는 "잠깐만 조금만 더 보면 끝나!"라고 말하며 12시가 다돼가는 시간까지 버티다가 결국 한 권을 다 읽어냈다. 긴 글로 된 책을 싫어했던 아이가 한 권을 모두 읽어냈기에 나와 남편은 아이가 대견하기도 했지만 놀랍기도 했다. 남편은 우스갯소리로 아이에게 "너 세종이 되려는 거야?"라며 얘기해 놓고 혼자 웃었다.


보통 아이가 혼자 책을 읽을 때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소리 내어 읽도록 했다. 그래야 잘 못 읽는 글자는 내가 듣고 다시 알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글은 음성 문자이기 때문에 맞춤법 공부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나 또한 글을 쓴 뒤 한번 소리 내어 읽은 뒤 문법이 이상한 부분들을 수정하기 때문에 아이에게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혼자서 독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긴 글 책을 소리 내서 모두 읽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의 독서 독립은 나에게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이라고 한다면 평소 주말에 내가 책 읽기에 집중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아이를 다른 곳에 집중시켜야 한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가장 간단한 방법은 영상을 보여주는 일이다. 급히 읽어야 할 책이 있을 때 혹은 너무 읽고 싶은 책이 있을 때 쓰는 방법인데 아이에게 너무 많은 영상을 노출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든다. 하지만 아이가 독서의 즐거움을 알고 책 읽기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왠지 그 죄책감이 조금은 덜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점은 아직 아이는 어리고 한글을 읽을 줄은 알지만 그 뜻을 모두 헤아리지는 못하므로 혼자 독서를 하는 일이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어휘력이 많이 부족한데 나중에 엄마와 책 읽는 일을 즐거워하지 않을까 봐 걱정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독립 독서가 이르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아이에게 평생 책을 읽어주면서 단어의 뜻과 줄거리 파악 등 모두 알려 줄 수는 없다. 언젠가 아이는 완전한 독서 독립을 해야 할 것이고 모르는 뜻이 있는 구절은 스스로 찾아내려고 애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 하려면 내가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어렸을 때는 먹이고 재우고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학습, 독서, 글쓰기 등 고민거리가 더 복잡해졌다. 분명 다른 문제도 많은데 요즘은 어떻게 하면 함께 재미있게 독서를 할까? 어떻게 하면 아이가 깊게 생각하는 일이 괴롭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내 머릿속에 꽉 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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