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한다'는 것에 취하지 말자.
김연아는 말했다. 별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한다고. 똑같은 날, 똑같은 시간, 하루하루를 자신의 기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하고, 더 어려운 기술을 위해 '그냥' 노력한다. 그 꾸준함은 지금의 위대한 김연아를 만들었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결과를 이뤄냈다. 그렇기에 꾸준하게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성공에 필요한 최우선순위의 덕목이 아닐까 싶다. 꾸준함의 중요성을 익히 안다. 자기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선 꾸준히 노력해야 만한다. 그것이 부재한 채로 손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EASY COME, EASY GO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꾸준히만 하면 뭔가를 다 이룰 것처럼 상상할 때가 있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성공의 최우선 되는 조건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고 해서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세운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것에 언제 도전하는지에 따라 꾸준함의 덕목은 종종 뒤로 밀리거나 변할 수 있다.
30대가 넘은 나이인 내가 갑자기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마음먹는다. 그렇게 하루에 8시간씩 축구를 한다. 꾸준히 하면 꽤 축구를 잘하는 일반인 정도는 될 수 있지만, 프로리그에서 뛰는 축구 선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실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신체적 나이' 때문이다. 여태 내가 축구 선수를 준비해 왔던 것도 아니고, 1-2년을 한다고 해서 그들의 기량을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8시간 축구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어떨까. 분명 꾸준히 하고 1년, 2년째 하고 있다면 주변에서 나를 대단하다고 치켜세워줄 수 있다. 나 또한 지금 열심히 하고 있으니 언젠간 빛이 보일 거라며 위안할 수도 있다. 꾸준히 하고 있다는 자신을 과신하는 것이다. 오히려 여기서 꾸준함은 독이 될 수도 있다.
6층짜리 축구의 성지를 짓고, 언젠간 K2 리그의 구단주가 되겠다는 다짐.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이 꿈은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그 바퀴가 아직은 제대로 굴러가고 있지는 않은 듯 하나, 계속 안간힘을 쓰게 만드는 이유는 언젠간 내가 이룰 꿈의 모습 때문이다. 정말 생생하게 그 꿈을 실현했다고 믿고 있다.
이 꿈을 위해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 하루동안 매일 목표와 꿈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가는 방향이 꿈에 맞닿아있는지는 매번 고민하다. 그렇게 누구도 시키지 않은 출근과 퇴근을 하면서, 조금씩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속도는 더디고, 현실에 부딪힐 때도 많다. 아니 오히려 그럴 때가 훨씬 더 많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희소하다.
여기서부터 고민은 시작된다. 꾸준히 하는 게 맞을까? 내가 내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꾸준히 그냥 해야 한다. 그런데 그 꾸준히가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하던 걸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행위가 담보되어야 한다. 인형에 눈알을 붙이는 걸 10년 넘게 했다고 해보자. 엄청나게 빠르고 신속하게 로봇처럼 할 수는 있다. 말 그대로 긴 시간으로 능력을 산 것이다. 우리는 신기하고 대단하게 느끼지만, 존경하고 닮고 싶다고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가 눈알 붙이는 걸 시작으로, 인형 제작에 도전하고, 또 이를 계속하다 보니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인형을 만들어서 그 분야를 개척했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둘 다 눈알 붙이는 걸 계속 10년 넘게 해온 것은 맞지만, 그 결과는 너무 다르다.
아, 물론 여기서 한 가지 오해가 있을 수도 있어 미리 말한다. 인형에 눈알 붙이는 게 나쁘거나 하찮다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본인이 그 분야에 큰 목표가 없이 취미로 즐기는 정도라면 이렇게까지 고민할 이유가 없다. 그냥 지금처럼 하면 된다. 꾸준함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임을 다시 밝힌다.
콘텐츠를 만든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계속 필요하고, 머리를 싸매게 만드는 일이다. 고민해야 하고 또 생각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도 숙달이 되면 계속 로봇처럼 같은 느낌의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소재만 조금씩 다를 뿐. 지금의 내가 그런 상황인 것 같다. 이 콘텐츠를 그렇다고 만들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당연히 해왔던 것은 계속 꾸준히 할 것이다. 다만 그 수를 조금 줄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 더 높은 파도를 탈 수 있어야 유능한 서퍼가 된다. 민물가에서만 계속 놀고 있으면 거길 벗어나 더 큰 세상을 맞닥뜨리는 것에 대해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렇기에 바다의 큰 파도를 타기 전에, 적어도 모래사장 앞에서 물이 짠지, 수온은 어떤지 체크정도는 하고 있어야 한다. 그게 또 익숙해지면 보드를 들고 저 멀리 파도를 타기 위해 힘차게 달릴 수 있다.
오히려 말을 바꿔서, 시도하는 걸 꾸준히 하자. 그러면 언젠가 기회는 온다. 그리고 그 기회는 내가 더 큰 파도를 만나러 가는데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7월에 했던 FF가 나한테 그랬고, 8월에 론칭한 유튜브 채널은 또 색다른 도전이었다. 9월 달에는 난생처음으로 축구 대회를 기획하고, 브랜드 부스에 참여한다. 내가 만약 가만히 콘텐츠만 만들고 있었다면 절대 생기지 않을 기회였고, 그 기회 속에서 나의 가치는 조금씩 더 커질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목표를 세운 게 하나 있다. 월마다 하나의 프로젝트(간단한 게라도)에 도전하는 것. 당장은 힘들고 정신없겠지만, 그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아쉬움과 뿌듯함은 공존할 것이다. 그리고 그 두 가지 감정이 나에게 배움을 줄 것이고. 꾸준히 하는 것 좋다. 근데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오히려 나를 꾸준함에 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하자
"축구를 더 많은 사람이, 더 즐겁게"라는 믿음으로
축구와 관련한 사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코리안 야야뚜레입니다.
제가 궁금하신다면 인스타그램을 한번 놀러 와주세요 :)
그리고 축구를 사랑하시고 관심이 많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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