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앙코르와트는 시엠립 유적지의 일부일 뿐.
새벽 3시에 알람을 맞췄다. 시엠립 유적지를 보러가기 위해서다.
남들은 2일에 거쳐볼 일정. 우리는 하루에 축약해서 보기위해 일출에서 일몰까지 빡빡하게 잡았다.
우리와 하루종일 함께 할 위레악이 도착했다.
블로그 이웃님이 소개해준 그는 한국어와 영어를 하는 가이드이다.
캄보디아어와 어순이 비슷한 영어가 더 익숙한 모양인지 한국어가 막히면 영어로 설명해준다.
위레악은 BMW를 끌고 다니는 가이드로도 유명했는데,
흙바람 불러 일으키는 툭툭을 타고 다니는 것보다는 차량이 좋긴했다. 그것도 BMW.
매표소에서 사진을 찍고 앙코르와트 입장권(1일권,20불)을 만든 후 일출을 보러 들어갔다.
구름이 많아서 완벽한 일출을 보기는 힘들었지만
뿌연 덩어리에서 뚜렷해지는 앙코르와트의 형상이 감동이었다.
안젤리나 졸리가 영화<툼레이더>를 찍은 후 유명해진 타 프롬.
이 곳은 나무가 사원 위로 튀어나와 있어서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 형상이다.
복구를 하면 사원이 같이 무너질 수도 있기때문에 아슬아슬하게 놔두고 있다고 한다.
가장 씁쓸했던 건 타프롬에는 악명높은 호객꾼- <1달러 아이들>이 많다는 거다.
듣자하니 진짜 빈곤한 아이들도 아니었고,
엽서와 팁으로 수입을 올리는데 익숙해져있는 영악한 아이들이라고 한다.
마음씨 좋고 만만해보이는 N군에게 두세아이가 달라붙었다.
한국어로 엽서를 사라는 말과 함께 집요하게 따라다녔다.
안사겠다면서 차에 탔더니 한국어로 "아저씨!"라고 외친 후 현지어로 "$#@%$@#"욕설을 내뱉었다.
"위레악, 저 아이가 나한테 뭐라고 한거야? 욕 한거 아니야?"
N군이 위레악에게 물었더니 미안하다고 나중에 저런 애들도 사라지겠죠.. 라고 말하더니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바이욘사원과 앙코르 톰을 걸으면서 깨달았다.
이 곳을 가이드와 같이 온 것과 한국어를 선택한게 다행이라는 걸.
새벽부터 지금까지 갈색 돌덩이만 봤더니 이제 그 돌덩이가 그 돌덩이처럼 보였는데
위레악이 설명해주니 그나마 조금 달라보인다. 그래도 속마음은 그늘에 가서 앉고싶다...
해가 중천에 올라가면서 불쾌지수는 올라가고 땀 때문에 바지가 다리에 척척 달라붙었다.
"위레악은 안 더워요?" 물었더니 캄보디아는 항상 40도가 넘기때문에 이 날씨는 선선한거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가이드들은 모두 긴팔 셔츠를 입었는데도 땀 한방울 흘리지않고,
반팔에 나시를 입은 동 서양 여행자들은 모두 축 늘어져있다.
바프욘사원에 가서 와불상도 보고 코끼리 테라스에 문둥왕정원을 봤지만,
기억에 더 남는건 위레악에게 듣는 그들의 생활이야기였다.
캄보디아의 근무시간은 9시간 정도지만, 7시나 8시출근을 하고 점심시간을 2시간 갖는다는 이야기나
캄보디아어로 강아지를 "치카에!"하고 부른다는 것.
캄보디아와 한국은 인구 수는 비슷하지만 캄보디아의 면적이 1.8배 더 크다.. 등등
캄보디아 오기 전 라마야나에 나오는 <우유바다젓기 신화>를 읽었지만 그건 진작에 잊어버렸다.
앙코르와트는 수리아바르만 2세가 비슈누 신과 합일하기 위해 건립한 바라문교 사원이다.
3만 명의 장인이 30년동안 집대성한 걸작으로 <라마야나>와 <마하라바타>의 내용이 조각되어있다.
이 장대한 서사시를 조각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수 천 개나 되는 천상의 여신인 <압사라>부조의 표정이 단 하나도 같은게 없단 사실이 놀라웠다.
앙코르와트를 떠나기전에 위레악의 한마디.
"한국사람들이 시엠립하면 앙코르와트만 있다고 생각하는데 앙코르와트는 유적군의 일부일 뿐이에요.
꼭 전해주세요."
일몰을 보기 위해 선택한 프놈바켕 사원.
곧 비가 쏟아질 날씨라 일몰은 포기하고 예정보다 일찍 사원으로 올라갔다.
시엠립이 내려다 보이는 계단에 앉으니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진다.
"일몰 대신 압사라 춤을 보려고요."라고 말했더니 위레악이 그 사이 KOULEN 레스토랑을 예약해놓았다.
크메르의 전통춤인 <압사라>는 물위에서 태어난 무희들의 우아하며 정제된 팔동작이 포인트다.
현재 압사라 춤은 공연장에서 볼 수있지만,
국가에서 관리하게 되면 아무데서나 공연을 볼 수 없을거라고 한다.
오늘 하루만큼은 여행자가 아닌 완벽한 관광객이었다.
차량을 통해 유적지를 다니고 하루종일 이곳저곳 찍고다녔다.
배낭여행을 와서 가이드와 함께 유적지만 찍고 다녔던 오늘이 내심 찜찜했다.
배낭여행자들은 그런게 있다. 나 혼자 길을 헤매고 가이드나 투어는 지양한다는 배낭부심(?)같은 거말이다.
나도 알게모르게 그런게 있었나봐?
근데 반대로 생각하니 가이드와 다닌게 배낭여행자로서 꽤 괜찮은 일정이었다.
앙코르 유적군을 보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알게되고 캄보디아 배경지식이 쌓이니
어제와 그제 지나쳤던 이곳 사람들의 생활습관과 성향이 이해될 것같다.
아.. 이 사람들이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시엠립 유적지(바이욘사원이나 앙코르와트3층)를 다닐때는
팔,다리가 드러나는 짧은 옷과 바지대신 긴바지와 소매있는 반팔을 입고 다녀야합니다.
*압사라춤은 프놈펜보다 시엠립에서 보는걸 추천해요.
*앙코르와트 1일권으로 뽕을 뽑기위해
일출부터 일몰까지 하루에 다녔지만, 여유를 두고 천천히 다니는걸 추천합니다.
유적군을 다닐때는 개별적으로 공부해서 보는것보다는 아무래도 가이드와 다니는게 낫더라고요.
<우유바다젓기> 신화는 꼭 읽어보시고 가는게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