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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셍지 Dec 17. 2021

집의 현실을 넘어서

매거진 <SHOWROOM> 서문

* 글은 매거진 <SHOWROOM> 서문으로 쓰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살아갈 집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두가 집에 사는  아니다. 20대로 대상을 특정하면 답은 더욱 명확해진다. 혼자 사는 20 청년의 주거 공간은 원룸, 투룸, 고시원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집이라기보다는 ‘ 셈이다. 어떤 청년은 방이 아니라 집인 곳이 그의 드림하우스라고 했다.  하나로 이루어진 공간 말고 현관과 거실, 화장실, 부엌, 두세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평범한  말이다. 거창할  없는 그의 드림하우스는 현실이 아니라 눈을 감고 꿔야 하는 꿈이 되었다. ​


이러한 집의 현실과 대조적으로 국내외 인테리어 시장은 점점 몸집을 불리고 있다. 규모가 커질  아니라 타깃 또한 넓어졌다. "과거 일부 상류층이나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꾸미기가 "1990년대 들어 소득이 향상되고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욱 확산되었"다면, 현재는 남녀노소, 집의 유형과 점유 형태를 불문한 놀이이자 로망이 되었다. 지금의  꾸미기는 이전처럼 경제성장에 따른 여유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현실의 대안에 가까워 보인다. 실제로 20 자취생 일부는 부담스러운 보증금과 월세를 지불하며 2년마다 이사를 해야 할지언정 기꺼이 투자해 지금의 집을 꾸민다. 미래를 위해 지금을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의 내일이 너무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죽기 전에   마련을   있을까?’ 하는 기약 없는 물음을 던지지만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평생에 걸친   마련보다는 오늘의 좌절이 가깝고,  틈을  누구나 예쁜 집에   있다는 슬로건이 마음 한구석을 비집는다. ​


주변에는 멋진 방이 많다. 관광지이자 라이프스타일이 된 'IKEA'에는 근사한 쇼룸들이 수십만 원만 내면 이처럼 살 수 있다고 외친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집이 멋진 쇼룸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 혼자 산다’ 등, TV에 나오는 스타들의 멋진 집과 그들의 꾸밈없는 모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오늘날, 개인 공간이었던 '방'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에게나 전시 가능한 '쇼룸'이 되었고, 동시에 환상이 되었다. 다양한 이유로 독립을 시작하는 20대는 이렇게 형성된 집 꾸미기 로망을 품은 채 자취방으로 향한다. 방으로 대변되는 '집’은 청년 세대가 직면한 현실적 문제이지만, 간직해온 환상을 실현하는 작은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쇼룸의 환상은 현실에서 온전히 재현될  없다. 흐트러짐마저 연출된 쇼룸은 보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기업 측의 쇼룸이나 잠깐의 방송을 위해 연출된 쇼룸이라면 문제가 없겠으나, 개인이 사는 생활공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많은 자취생이 거주하는 원룸의 경우 면적이 좁은데다 수납공간도 부족하다. 아무리 애써도 멋지게 꾸미기 어려운 구조적인 부분이 존재하며, 예쁘지 않은 생활용품을 어딘가에는 두어야 한다. 그렇기에 자취생들은 공을 들인 특정 부분만 전시하고 마음에 들지 않거나 생활과 관련된 부분은 최대한 숨긴다. 전시되는 부분과 숨겨지는 부분의 간극이 발생하는 것이다.​


<SHOWROOM: show your room>은 이 간극에 주목한 매거진으로, 쇼룸이 된 개인의 방과 그 이면에 가려져 있는 것을 탐색한다. 20대 자취생의 집 꾸미기는 결코 우리의 주택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Showroom의 show는 '보여주다'라는 의미이지만, 역설적으로 show의 뒷면을 응시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뒷면이란 단순히 어떤 집의 멋진 부분 뒤 너저분한 부분일 수도 있고, 꾸민다고 가려지지 않는 어두운 집의 현실일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20대에게 집이란 무엇인가를 묻고자 했다.

<SHOWROOM: show your room>은 두 파트로 나누어 전개된다. Part 1. Showroom에서는 20대의 주거 통계와 함께 쇼룸에 대한 리서치를 담았다. 먼저, 가구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팔며 오늘날 '사는 게 아니라 머무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구축해낸 ‘IKEA’에 대해 소개한다.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는 가구를 모아 파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늘의집’은 개인의 집을 판매를 위한 쇼룸의 카탈로그로 바꾸었다. 그에 영향을 미친 '온라인 집들이'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마지막으로, 기획글 ‘환상의 집’에서는 온/오프라인 쇼룸과 더불어 미디어에서 보이는 집들이 우리의 환상을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를 확인했다.

Part 2. Show your room에서는 실제 20 자취생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개인의 집에서 드러나는 쇼룸의 모습과  이면을 살펴본다. 가장 먼저 매거진 기획자 2인이 대담을 나누었다. ‘ 우리는 집을 꾸미지 않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함께 사는 이야기,  나아가 집에 대한 다양하고 현실적인 생각까지 자유롭게 말해 보았다. 다음은 각자의 방식으로 집을 꾸민 20 자취생 3인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전셋집에 살며 당근마켓과 직방을 보는  취미인 사라, 의사의 권유로 식물이 있는 카페처럼 방을 꾸민 소원,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들로 파묻힌 방을 꿈꾸는 진형의 이야기를 수록했다. ​


개인의 집마저 전시되는 공간으로 변화한 지금, 집을 꾸미고 보여주는 방식은 20대에게 집이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특히나 이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과 숨기고 싶어하는 부분의 대비에 주목하며 인터뷰를 감상해보기 바란다. 꾸미지 않은 우리 집에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취향의 부분이 있고,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려 노력한 인터뷰이의 방에도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한 지점이 있다. 이런 소소하고 당연한 얘기들을 담고 싶었다.

『청년, 난민 되다』라는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집이라는  워낙 일상적인 공간이기도 하고, 집이 나의 , , 행복, 사회와 어떻게 엮여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여간 복잡한  아니었"으며, "문제를 상상하는 것도, 다른 집을 상상하는 것도 우리가 갇힌 현실 안에서 쉽지 않았다" 말한다. 집을 가질  없는 것과 상상할  없는 것은 다르지만, 우리는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상상력마저 내어주고 만다. 그렇게 현실은 현재가 된다. 그러나 이런 결론은 너무 슬프지 않을까? 현실이 나아지지 않는다 해도 나름의 방식으로 일상을 바꿔나가는 청년들이 있다. 환상은 거짓이 아니며 현실을 위한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매거진을 읽는 독자들이 집에 대해  많은 것을 상상할  있기를, 다음 집에 대한 상상을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https://tumblbug.com/showroom?ref=GNB%2F%EC%8B%A0%EA%B7%9C

*20대 집꾸미기를 소재로 주변의 다양한 방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기획된 매거진 <SHOWROOM>입니다. 현재 텀블벅 펀딩 진행 중으로 관심 있으신 분들은 들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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