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악마만 사람을 잡아먹지
사람은 악마를 잡아먹으면 안 되나
인간이 땅을 정복한 이래
그에게만 먹잇감이 되어 살아오지 않았나
그 제단 위에 희생 제물이 되지 않았나
나는 오늘 악마를 잡아먹기로 했다
당하기 전 선수 치기로 했다
내 안에 흉측한 생각을 한다
그가 채기 전 순식간에 꺼내 바늘에 미끼로 꿴다
원시적에도 그랬으리라
인류가 불현듯 부싯돌을 꺼내 불을 낚으려 했을 때
첫 반응은 시큰둥했으리라 손에 서툰 상처 많았으리라
원시적 불을 밝히고 나는 미끼를 던진다
잔잔한 물가 때를 기다린다
찌가 살살 입질이 온다 잽싸게 낚아챈다
빈바늘뿐이다
영악하다 영양가 있는 것만 쏙 뜯어먹고 사라진다
얕잡아 보면 실패를 낚는다
이번엔 좀 더 미혹적인 미끼를 사용한다
팔딱팔딱 발버둥 치는 탐욕을 꿰 던지자 비릿한 마약 같다
던지자마자 덥석 문다
심연에서 날카롭게 찔린 악마의 입천장이 팽팽히 잡은 내 손을 관통해 뇌 속까지 찌릿하다
끝 모를 심연에서 꼬리 치는 검은 덩어리를 나는 어둠 밖으로 건져 올릴 수 있을까
사투와 발악은 이 순간 목숨의 동의어가 된다
시간을 끌어당기고 끌어당긴 끝에 악마의 실체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최후 저항은 대양 한가운데 몰아치는 폭풍우 보다 더 거세다
놓지 못할 밧줄을 손에 쥔 선원은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급격히 방전되어 가는 바늘이 몸 속 세포 전체에 위험신호를 알린다
그 순간
탱
줄을 끊고 달아난다 부레에 가득 찼던 욕망이 빠져나가자
나의 몸은 갑판에 바람 빠진 어부처럼 허무하다
다잡은 검은 모비딕을 놓친 것처럼 안달 난다 뒤집어진다 난파선이 된다
욕망 에너지는 질량에 반비례하는가 순간 뜨겁게 초고속으로 충전된다
영혼으로 갈은 바늘과 더 굵직한 실로 다시 채비한다
더 이상 실패할 수 없는 미끼로 승부의 끝을 본다
시기 질투 비난 배신 욕정 차별 억압 폭력
내 안의 어둠이란 어둠을 떡밥처럼 모조리 짓이겨 뭉친다
어느덧 달빛에 나의 결의에 찬 모습이 수면 위로 비치고 있었다
그 밤 나는 낚싯바늘에 나를 꿰고 있었다
왜 악마만 사람을 잡아먹지 되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