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回梦到北京] 우리는 귀여운 산리허를 발견했지
这世上有好多东西, 一定要等到一定的年龄才能看得见, 要拥有一定的智慧才能看得见。 比如, 那些本不是雨的雨天, 那种不是阳光的光明。
There are many things in this world that must be seen at a certain age and with a certain level of wisdom. For example, those rainy days that were not originally rain, those bright days that were not sunshine.
이 세상에는 일정 나이에, 어느 정도의 지혜를 가지고 봐야 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비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은 비가 내리던 날들, 햇빛이 들지 않아도 밝았던 날들.
이곳을 발견하게 될 때쯤 나는 베이징의 생활여행자로 완벽히 빠져든 상태였다. 이미 몇 번의 계절을 베이징에서 보내고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졌고 중국어도 조금 자신이 생겨 베이징을 여행하기 충분한 조건이 되었다.
보자마자 알았다. 난 여길 사랑하게 될 거야. 三里河公园싼리허공위엔(산리허공원)을 발견한 순간 드는 생각이었다. 작고 사랑스러운 이 공원은 베이징의 행복한 동화 속에 데려다 놓은 느낌이었다.
이곳은 실은 前门大街치엔먼따지에(전문대가)부터 시작한다 아니면 琉璃厂文化区료리창원화구(유리창)부터 시작한도 해도 좋다. 어쨌든 끝과 끝은 서로이다. 이곳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엔 명청시대로, 어느 순간엔 민국의 시대로, 어느 순간엔 강남의 지방마을로, 어느 순간엔 현실에 놓이게 한다. 마치 마법처럼 다양한 시대를 순식간에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위치상 구궁 주변이다보니 琉璃厂文化区료리창원화구(유리창)같은 북과 먹을 파는 상권, 杨梅竹斜街양메이쭈시에지에(양매죽사길) 같은 서점 골목등 前门大街치엔먼따지에(전문대가)주변으로는 다양한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다.
용허궁에서 난뤄구샹까지 이르는 후통길 다음으로 좋아하던 곳이 바로 이 치엔먼 주변이었다. 관광지도 재미있었지만 로컬인들의 골목골목 탐험하는 재미는 너무 즐거웠다. 나의 베이징 지도에는 매일 별표가 가득했고 도장 깨기 하듯 속속들이 다 알고 싶어 했다.
北京市东城区小江胡同1号
前门大街치엔먼따지에(전문대가)는 베이징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이자 나에게 첫 탕후루를 맛보게 한 곳이었다. 예전에는 구궁 남쪽에 위치해 정양문으로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 고급상점도 많고 유명한 관광지였다하지만 최근엔 많이 쇠퇴하고 딱히 이목을 잡아끄는 곳은 없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만 해도 따지에(큰길) 양쪽의 상점엔 그저 그런 상점들만 즐비했고 그중 마담투소라던지, 전취덕 같은 곳은 사람들이 꾸준히 방문하는 듯 보였다. 前门大街치엔먼따지에(전문대가)의 진짜 모습은 양쪽 대로변 뒷골목에 숨어있었다. 신선로 같은 베이징팟이 가득한 훠궈집들이 즐비하고 남대문시장처럼 정신없는 시장터가 숨겨져 있다. 그리고 좀 남쪽으로 내려오면 우리가 잘 아는 古城고성 같은 느낌의 상점들이 나온다.
이곳에 루프탑에 수영장이 있는 호텔이 있단 얘기에 하늘맛집 도장 깨기 목록에 넣고 싶어서 일부러 검색해서 찾아갔었다. 하필 날이 궂어서 휘날리는 바람에 식어버린 브런치를 먹으며 효연언니라와 지혜랑 정신없이 웃던 기억이 있다. 브런치는 생각보다 좋은 퀄리티는 아니었지만 루프탑에서 정양문과 베이징 시내를 볼 수 있다는 재미도 있고, 그렇게 무작정 찾아가서 즐기며 우리는 베이징의 또 한 부분에 스며들었다. 내년 여름엔 이 수영장에서 버블 파티를 하며 여름축제를 즐기자고 약속했으나 아쉽게도 다음 해엔 효연언니가 귀국했고 그 이후엔 발생한 코로나로 다시 방문하지 못했다. 이날 지혜가 건넨 탕후루에 눈을 뜨고 이후 탕후루 앓이가 시작되었다. 이후 매일 찾아먹는 바람에 어마어마한 충치가 생겼지만 그날 우리의 달콤한 여정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치엔먼따지에 루프탑호텔
The Emperor Qianmen 北京前门皇家驿栈
Bei Jing Shi, Dongcheng, 鲜鱼口街87号
+861067017790
正西方向60米
이곳은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더라.. 아 누군가 춘펑 시시에서 운영하는 디자인 잡지 서점이라고 올려놓은 포스팅을 보았었다. 지금은 베이징 생활 전반에 대한 걸 알아서 그다지 색다르지 않지만 당시에는 베이징을 알아갈 때이고 한때 잡지 매니아였어서 어떻게 꾸며놓았을지 너무 궁금했다. 엄청 작고 귀여운 이 서점은 해외디자인 잡지만 판매하고 있으며 커피도 한잔할 수 있다고 했다. 그 풍경이 수채화처럼 너무 이쁘고 사랑스러웠다. 분명 같은 베이징인데 우리 동네와 다르게 아기자기하고 상업적인 후통처럼 관광객이 많아 보이지도 안 하고 디자인적인 공간이 없을 것 같은데 이런 서점이 위치해 있다는 게 신기했다. 무엇보다 서점 앞 초록의 잔디와 낮은 주변 집들이 고급스러운 사합원들 같아 보여 동네가 마냥 신기하게 느껴졌다. 뭐랄까 라오베이징의 동화버전 같달까. 그렇게 찾아간 三里河公园싼리허공위엔(산리허공원)은 지금까지 보아온 베이징의 모습과 전혀 달랐다. 강남의 수향마을의 한 부분에 있는 느낌이랄까, 처음 본 순간 난 이미 사랑에 빠졌다. 조용하고 사랑스러웠다.
이 공원 주변은 17년도에 복원한 후통이라고 했다. 한쪽은 깔끔하게 정리된 마을들이 있었고 다른 한쪽엔 여전히 철거예정인 건물들이 공존했으며 마을 사이에 작은 산리허공원이 놓여 있어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런 곳이면 살고 싶다란 생각이 들 정도로 편안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마을이었다.
(아마 이때부터 수향마을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이후 귀국 전 수향마을에서의 3주는 꿈같이 좋았었다.)
내가 갔을 때 어떤 연유에선지 춘펑 시시 서점은 문을 닫았고 이후에 보야지나 다른 커피숍과 조인하는듯했으나 결국 난 춘펑 시시의 서점을 만날 수 없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우리는 福叁푸샨커피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 커피숍은 이곳에서부터 유명해져서 이후에 중국미술관 옆에도 또 색다른 커피숍으로 확장했다.
三里河公园싼리허공위엔(산리허공원)에서 나는 비로소 내가 베이징에 있다는 현실을 인정했다. 어떤 느낌이었냐면 내가 더이상 한국의 삶처럼 살지 않고 있구나를 느꼈고 베이징에 살고 있고 이곳을 궁금해하고, 여기에 마을을 쏟는다는 것이 느껴졌었다. 처음 후통을 만났을 땐 베이징을 받아들이게 만든 매개체가 되었다면 三里河公园싼리허공위엔(산리허공원)은 내가 베이징에 있음을 인정하게 만들었다. 당시에 나는 붕 떠있는 상태였는데 한국에 돌아가면 회사로 복귀할지도 생각했고 베이징은 잠시 스쳐 지가는 곳일 뿐이라고, 그래서 여행자의 삶으로 살아도 괜찮다고 애써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작고 귀여운 三里河公园싼리허공위엔(산리허공원)의 나는 베이징에 살고 있고 이곳 또한 현재임을 직시하게 했다. 애써 부정했지만 난 베이징을 좋아하게 되고 있었고 그 삶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다시 한국에서 가서 일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현실과 낯선 베이징에서의 삶이 이제 익숙해졌고, 나는 나의 다음스텝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그 현실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동화 같던 三里河公园싼리허공위엔(산리허공원)은 붕떠있던 나는 현실로 데려다 놓았다.
北京市西城区煤市街廊房头条17号(前门地铁站C西南口步行240米)
베이징팡은 치엔먼과 바로 맞닿아있다. 그날도 누군가 베이징에 새로운 곳이 생겼다고 하던데 라는 얘기에 어김없이 따종띠엔핑을 열어 검색하기 바빴다. 상하이 조계지 같은 느낌이네? 뭐 하는 곳이지? 아 여기 저번에 미술관행사한다고 해서 가볼까 고민했던 그곳이구나 하는 생각에 반가웠다. 치엔먼따지에 서쪽 大栅栏다쓰란 역사문화보호구 안에 지어진 베이징팡은 조계지 형식의 건물들로 이루어진 복합문화 공간이다. 갑자기 베이징에 조계지 양식의 건물이라니 아이러니했지만 민국의 시대 건물 또한 이들의 역사이니 뭔가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했다.
다양한 음식점과 무지호텔, 스타벅스, 위워크등 일과 관광을 같이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양한 건물 사이를 돌아다니며 요즘 유행하는 인스타 감성의 사진도 찍을 수 있고 정양문 뷰로 유명한 페이지원 서점을 구경할 수도 있다. 맛집도 꽤나 있어 주말엔 북적이는 곳이다. 상하이를 다녀온 후 와이탄에 푹 빠져있던 나는 베이징팡이 상하이인양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베이징팡에 가자고 졸랐고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베이징팡의 스타벅스도, 무지호텔도 수도 없이 드나들었다. 한 번은 ms.na음식점에서 인기가 많은 음식을 주문하다가 잘못시켜 돼지 간을 먹고 입에 대자마자 버린 기억도 있고 (분명 따미가 찍은 로드트립에서는 돼지 간을 엄청 맛있게 숙성시킨다고 했는데... 중국사람들은 잘 먹으니 내 입에 안 맞는 걸로) 베이펑화 위엔서 퓨전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갸우뚱하기도 했고, 예원씨가 데리고 간 水煮鱼쉐이주위를 먹고 반해서 한동안 쉐이주위 음식점만 찾아다닌 적도 있다.
베이징팡에서 나는 내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었던 그 시간이 좋았던 것 같다. 물론 왕징 집 앞도 좋았지만 같은 곳을 함께 보고 같은 곳에서 좋은 것을 누리며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이 소중함으로 간직되었다는 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이지 않았나 싶다.
北京市西城区杨梅住西街
아마 前门大街치엔먼따지에 주변을 사랑하게 된 건 杨梅住斜街양메이쭈시에지에를 발견하고서부터였다. 그래 여기가 사장의 시작점이었다. 이곳을 처음 가게된 건 지원 씨와 미팅썸원이라는 음식점을 간 날이었다. 베이징에 없을 것 같은 루미나리에를 지나 세련된 인테리어를 한 음식점이었다. 물론 그 이후 더 좋은 음식점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미팅썸원을 발견하는 순간 아 여기도 한국 같은 감성적인 음식점이 있구나였다. 실제로 杨梅住斜街양메이쭈시에지에후통에 다다랐을 땐 분위기가 생각하던 분위기와 달라서 아 SNS사진발이었네 실망할뻔했으나 걷다 보니 라오베이징의 옛 거주지와 민국시대의 건물이 혼재되어 보물섬을 발견한 느낌이 들었다. 음식까지 좋았다면 금상첨화였을텐데 아쉽게도 미팅쌈원은 중국사람들에게 더 잘 맞는 맛이었다. 그 이후 이 음식점은 더 잘되어 三里屯싼리툰으로 확장되어 이사를 갔다.
지원 씨랑 정신없이 후통을 탐험하고 어느 순간 새로운 골목으로 튀어나왔는데 관광지처럼 요란하고 화려한 곳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유명 관광지인 大栅栏따싀란거리였다. 당시엔 베이징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한국 음식이 좀 생각날때쯤 여기서 떡을 파는 것을 보고 한국과 중국이 같은 문화권임을 실감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여기서 유명하다는 솔로이스트 카페에 들렀다 2층 루프탑에서 내려다보는 양메이쭈 후통거리는 민국시대의 오래된 누아르 영화에 나오는 느낌이었다. 솔로이스트 커피숍이 영화관 느낌의 인테리어를 해놔서 그 무드가 훨씬 배가 되었던 것 같다. 당시에 지원 씨가 시켰던 음료가 오래도록 나오지 않아 직원에게 물어보니 곧 가져다준다고 해놓고 아예 다른 음료를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음료가 다르다고 컴플레인했는데 그녀는 너무 당당하게도 시킨 음료가 지금은 다 떨어져서 없고 이거라도 마시라고 했고 원래 음료는 환불해 주겠다고 했었다. 우리는 이런 것도 베이징이라며 웃기 바빴다.
베이징은 그랬다. 뭐든 당당하고 거침이 없고 간단하게 해결하려 한다. 우리가 볼 땐 무례하고 성의 없어 보이겠지만 또 살다 보면 그게 악의나 차별하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도 하고 중국의 특징이기도 하고 이제는 웃어넘기고 그런가 보다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杨梅住斜街양메이쭈시에지에 골목은 예전에 인쇄소와 서점이 가득한 거리였다고 한다. 그래서 오래된 서점도 많고 예술적인 작업을 하는 곳이 많다. 특히 내가 좋아하던 러시아작가인 Liuba의 그림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그녀는 요즘 중국에서 핫한 외국작가로 성장해서 다양한 중국을 맛보고 있다) 그중 내가 제일 관심 있게 보았던 곳은 彩瓷坊차이츠팡이라는 킨츠기샵이었다. 彩瓷坊차이츠팡은 이전에 중국국가박물관에 방문하면서 코트야드에서 열리는 클래스를 웨이신을 다운로드하고서부터 알고 있었던 곳인데 일본식 옻칠 킨츠기와 다르게 쥐츠(据此 거멀못)방식의 킨츠기라 신기해서 계속 배우고 싶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엔 고민만 하느라 배우러 가지 못하다가 킨츠기 공방이 杨梅住斜街양메이쭈시에지에에 자리 잡고 있어서 반가웠다. 杨梅住斜街양메이쭈시에지에는 자세히 보아야 이쁘고 보물을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
아마 그때 어렴풋이 느꼈다. 베이징이 이런 색깔을 가진 도시라는 걸. 문을 닫고 꽉 막힌 표면과 달리 먼저 손 내밀어 찾아내면 보석처럼 재미가 캐어지는 도시였다. 그런 재미를 찾아 난 매일 大众点评따종띠엔핑을 열어 새로운 곳을 발견하기 바빴다.
왕징의 집에서 항상 창밖을 보며 이들은 무엇을 하며 살까 하며 궁금해했고, 난 어디서 친구를 찾아야 할까 하며 외로움에 몸부림쳤다, 이곳에서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며 하염없이 무너진 날 붙잡고 우는 일이 많았다. 고양이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나의 멘털은 부서졌고, 중국인들이 때리는 것도 아닌데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일이 무서웠다.
하지만 이제 안다. 당시에 베이징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하고 베이징을 사랑할 수 있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고들 한다. 남을 사랑하는 법은 알지만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몰랐던 나에게 베이징은 한걸음 멈추고 나 자신을 먼저 보듬는 법을 알게 했다.
남에게 선물하기보다 나에게 원하는 걸 선물하게 하고, 남을 기쁘게 해 주기보다 내 삶을 기쁘게 만 들일을 하고 남에게 좋은 것을 챙겨주기보다 내가 좋은 것을 먹고 건강을 챙기게 했다. 그렇게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니 다른 이의 삶이 궁금하다기보다 나를 위한 매일을 만들어가게 되었다. 친구를 찾기보다 스스로의 삶에 매력을 더해 혼자 일어서는 법을 알게 되었다. 더 이상 외롭지 않았고 내가 지키고 가꿔야 할 가족이 중심에 서있게 되었다. 내 삶에서 앞으로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만들었다.
베이징은 내가 사랑하기도 전에 이미 날 사랑하고 있었고 내가 스스로 베이징의 매력을 찾아내길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 기다림 속에서 혼자 일어설 수 있었다. 그 후 동화 같은 산리허공원에서 난 베이징에 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