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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감성러 Jun 07. 2019

가라앉은 헛된 꿈

표류 20주 차 5일


   “잠깐이라도,,
조금 크게 살아보고 싶었던... 헛된 꿈”
카앜,퇱퇱퇱


  막상 임신을 하고 보니, 나도 모르게 ‘임신’에 대한 로망? 환상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드라마틱한 입덧, 핑~ 도는 모성애, 어화둥둥 아내바보&아가 바보 남편, 높아진 시댁에서의 위상, 초음파로 확인되는 꿈틀이의 모습, 뱃속에서 부터 손끝으로 전해지는 꿈틀거리는 감동의 순간들! 아기자기한 아기방 꾸미기, 남편의 깜짝 선물, 비행기 타고 풀빌라 태교여행 등등.

  나를 중심으로, 나로 부터 나를 위해 나에 의해! 돌아갈 시간들! 280일, 일장춘몽의 순간이겠으나, 공주처럼 충분히 대접받고, 누리고, 받들 여질 나날들!

  그리고 또 하나, 개인적으로 참으로! 내심! 기대했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가슴이 커진다는 것이다. 모유를 위한 신체의 변화이나, 늘 작은 가슴으로 살아온 내게 돈도 안 들이고 큰 가슴을 체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다.


  그러나, 개뿔!


  로망이고 환상이라 하지 않았던가. 가슴이 커지기는 커졌으나 본래의 사이즈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드라마틱한 입덧은 드라마에나 나오는 걸로(실제로는 집안이 울릴정도의 토악질이 난다), 핑 돌거라 생각했던 모성애는 도대체 어디로 샌 걸까? 나는 그냥 나였고, 남편은 그냥 바보 멍청이이고, 시댁에서 나는 여전히 설거지 담당이다. 초음파는 언제하는 건가요? 4주가 넘도록은 굴욕의자행이요, 감동이고 뭐고 밥 먹기도 힘들다. 출산 준비? 여행? 은 커녕 만사가 피로하고 다 귀찮다.

  그러고 보면 참, 부지런한 임산부들이 많다. 막연한 내 로망과 환상은 부지런한 임산부들의 노력의 결과였다. 참... 이런 걸 보면, 임신도 성향이다. 세상만사 좀 더 부지런한 성향의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누굴 탓해.



[20주 차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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