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LOSHOP Jan 11. 2017

the Final CUT

아주 오래 될 이름, 홍대 앞 the CUT



저는 홍대 근처에서 꽤 오래 살았어요. 이 동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데, 미용실이 아주 많아요. 각기 다른 이름으로, 경력으로, 컨셉으로.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미용실도 물론 있어요. 하지만 마음은 그냥 마음일 뿐이죠. 생각보다 미용실을 고르는 일에 사람은 보수적으로 변해요. 헤어스타일이 일상에 꽤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일 거예요. 나에게 익숙한, 나에게 어울리는, 나를 잘 아는 디자이너에게 머리를 맡겨야 마음이 안심 되는 건 사실이잖아요.

불확실한 세상에 나를 알아준다는 그 확실함 만큼 얻기 어려운 것도 없어요. 제가 왜 이 미용실에 다니기 시작했냐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참 힘들어요. 쇼룸을 거쳐 입구를 향해 들어갈 때의 묘한 쾌감이나, 동네 형에게 머리를 맡기는 편안함, 아주 섬세한 작업 방식 같은 건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감각 일 테니까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이곳으로 어서 오세요. 이곳은 자꾸 변하는 홍대 앞에서 변하지 않은 유일한 곳이고,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유일한 곳이고 그래서 결국 아주 오래 남을 이름이 될 거예요. 그러니까 한 번쯤은 찾아가 보세요. 가봐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Intro


홍대 앞이라고 해서 홍대입구역에서 내리면 꽤 많이 걸어야 해요. 요즘은 홍대 앞이 홍대 앞만은 아니니까요, 대신 상수역에서 내리세요. 1번 출구로 나와서 홍대 방향으로 쭉 걸어와요. 극동방송국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서 고개를 좌우로 좀 돌리다가 왼쪽 위편을 보면 빨간색 화살표가 보일 수도 있어요. 안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냥 고깃집을 지나면 바로 옆집이에요.



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여기 뭐야. 하는 말이 나오면 바로 그곳이에요. 카페 같기도, 작은 갤러리 같기도 한 그곳. 독특한 쇼룸 덕분에 더컷의 분위기는 자주자주 바뀌어요.




Taste



처음에 들어가기가 무척 어렵지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아늑한 분위기에 반하게 될 거예요. 물론, 특별함이 화려함과 같은 말로 쓰인다면 이곳은 평범해요. 하지만 1인샵이 어떤 공간이어야 할지 생각해 본다면 이곳이야 말로 특별해요. 거창하고 번쩍번쩍한 자리는 아니지만, 그야말로 나를 위한 공간이니까요. 한 사람을 위해 단 하나의 미용 의자를 놓는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이자 의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장님은 음악을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이곳에 처음 오게 된 계기도 미용 관련 잡지가 아니라 락 페스티벌에 관련된 사장님의 인터뷰를 읽고 나서였어요. 문화적으로 예민한 감각을 가진 사람에게 헤어 스타일을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음악 얘기를 하면서 머리를 자르면 기분이 좋아요. 오늘은 그레고리 포터의 음악을 들었어요.




Detail


더컷의 안과 밖의 공기는 사뭇 달라요. 안은 오로지 나를 위한 공간인데, 밖은 모두를 위한 공간이에요. 출입문 옆 쇼룸에서는 신진예술가들의 아트웍이 주기적으로 전시돼요. 설치미술부터 사진, 페인팅, 그리고 브랜드와 가끔 콜라보도 해요. 다양한 장르의 예술과 어우러져 있는 이 공간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어요. 쿨하고 힙한 태도를 취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요. 취향을 전시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요? 또, 샵 내부 공간 구석구석에도 그림이나 아기자기한 장난감들이 놓여 있어 공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해요.






Procedure


이곳에서 머리를 자르는 일은 한 달을 정리하고 새로운 달을 맞이하는 저만의 의식과 같아요. 그런 의식에 세련된 느낌이나 트렌디함을 함께 찾는 것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아요. 일상은 대체로 차분해요. 그래서 때로 지겹기도 하지만 그 안정된 생활을 위해서 우리는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살잖아요. 이곳도 저를 차분한 생활인으로 만들어줘요. 간결한 커트. 그 섬세한 가위질에 마음이 한결 편해지거든요.


얼굴형과 풍기는 분위기와 그리고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된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저에게 맞는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어떤 옷을 입어도 다 잘 어울리는 깔끔함. 때로 스타일링 제품을 바르지 않아도 잘 정돈되는 스타일은 제가 이곳에서 머리를 자르는 이유에요. 아마 저는 이런 사람인가 봐요.


맞춤이라는 건. 측정해서 재단하는 것으로 시작해요. 파격적인 디자인 같은 건 다음 일이에요. 헤어스타일링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대화의 시간은 누군가를 재단하는 시간과도 같죠. 편안하다는 것. 좋아하는 것이 같다는 것. 잘 통한다는 것.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면 이미 반은 성공한 셈이에요. 다음은 차분하게 음악을 들으면서 더컷이 만드는 나의 스타일을 기다리는 일뿐이에요.




한 줄 평

나를 알아주는 곳이 있다면, 가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