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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Jan 16. 2023

일상일기(35) 다른 차원의 광채


후배는 네살 연하의 남편 사진을 보여줬다. 

장동건 닮았다

“ 우와~ 장난 아니다 ~ 엄청 잘 생겼다 ”

사실 후배 얼굴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후배는 웃으면서 바로 남편에게 문자를 보낸다 

“ 퇴근할 때 간장 사와 ”

“ 네! 마님 ”

10초도 안 돼서 그 남편에게 답문자가 온다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소처럼 눈을 껌뻑거렸다 


“ 대표님은 늘 누군가가 먼저 프로포즈 했죠 ?  

  남자가 먼저 좋아한다고 쫓아다녀서

  그 고백을  받아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었죠?

  저는 그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어요 

  아무도 저를  먼저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건 저에게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자유를 주기도 했어요

  내가 좋아할 사람을 스스로 고르고 

  외모 말고 할 수 있는 모든 매력을 동원하여 

  내 것으로 만들 자유, 전 그게 있었어요

  나는 그걸 누리기 위해 어릴 때부터 훈련했어요

  난 내가 찍은 남자를 한번도 

  못 가진 적이 없어요

  사람을 어떻게 다루면 되는지

  일찍 깨우쳤달까 ㅎㅎ”


후배는 어중간하게 이쁜 사람들이 

오히려 연애에 있어서 자기 선택권이 없이 

먼저 들이대는 남자에게 스멀스멀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어설프게 라도 이쁜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한 사람을 내 것으로 만들기 보다 

남에게 선택당하는데 익숙하단다 

받아 버릇만 해서 

상대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서툴단다

자기는 슬픈 외모 덕분에 엄청 훈련했고 

노하우가 아주 많이 쌓여

지금 사업도 영업도 직원관리도 남편도

손바닥 안처럼 훤하단다


너무 동의된다.

나는 내가 선택한게 많지 않다

타인에 의해 선택된 측면이 많다 

남편도, 직업도, 직원도, 삶의 방식도 , 

심지어 삶의 가치관도….

외부적 권위나 요구에 부응하며

그게 전부려니 하고 받아들였다


반응하고 순응하며 살았지 

내적 검토와 판단으로 

스스로 발굴하고 선택할 겨를을 잃었다

상대가 제 발로 찾아왔으므로

난 아쉬울 것이 별로 없었고

그래서 상대에게 각별히 공들이는 것을 못한다


오는 사람 막지 않았지만

가는 사람을 잡지 못했다

그쪽 근육을 개발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누군가에게 종속시키지 않고 

독립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주체적으로 환경을 만들어내는 자유

그것이 진정한 자유라는 관점에서

나는 그닥 자유롭지 못했다


자유롭게 

원하는 삶을 만들어낼 수 있는 후배의 얼굴에서

이목구비의 어여쁨과는 

다른 차원의 광채가 흘렀다


(변명을 하자면 이 글은 

 얼평, 외모비하와 관련된 의도가 없다. 

 그렇게 비쳐질까봐 조심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너무 소중한 통찰을 주어서 

 잊지 않기 위해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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