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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Jan 16. 2023

리더일기 (14)모 아니면 도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고무줄 놀이를 하다가 

넘어진 적이 있다

나는 지금이나 그때나 맨 앞줄에 앉는 작은 키인데 

맨 뒷줄에 앉는 친구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물구나무까지 서며 고무줄을 넘으려했다 

역부족이었다.

왼쪽 종아리, 무릎, 허벅지까지 

운동장 바닥에 까이고 패였다. 


“ 이년아, 그거 하면 밥이 나와, 떡이 나와 

  뭘 그렇게 악착같이 해”

엄마는 까진 다리에 빨간 약을 발라주며 

내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까진 무릎이  쓰라렸고 

쥐어박힌 머리가 자존심 상했다  


“ 내 다시는 고무줄은 안한다. 

  키 말고 다른 걸로 이겨야지 ”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여전히 뭐든 목숨걸고 한다

시작을 했으면 잘 해야 하고 , 

못할 바에는 시작을 안 한다


이런 극단적 성격이 내게 준 폐해는

늘 나보다 잘 하는 사람과 비교하느라 충만감이 없다

잘하지 못하는 일은 빨리 포기해서 기회를 잃는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너무 과몰입해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다

누구보다 잘 해야 하니 누가 지적을 하면 

발끈하고 자존심 상해한다

완벽하게 하려는 욕심에 걱정과 염려가 많다 

결과가 기대보다 안 나오면 자책하고 

흥미를 잃고 심지어 회피한다


잘 하거나 안 하거나 

모 아니면 도.. 

그게 내게 익숙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는 나를 뛰어넘겠다 

이 방식이 유용할 때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다른 옵션이 필요한 때다 


잘 하는 일 말고

중요한 일 하는 사람.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헌신하는 것에 몰입하는 사람..

걸이 나오든 빽도가 나오든 

끝까지 하는 사람...

나. 이제 그런 사람 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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