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대형서점인데 아늑하다
영풍문고 종로종각점은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그런데도 교보문고보다 사람이 훨씬 적다. 서점을 둘러보면 왜 사람들이 교보에 몰리는지 알 수 있다. 영풍문고에는 우선 없는 책이 많다. 같은 책이라도 교보에는 있지만 영풍에는 재고가 없다고 알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책을 서점 안에 비치하는, 요리로 따지면 플레이팅을 하는 기술도 교보 쪽이 더 뛰어난 것 같다. 교보를 한 바퀴 돌다 보면 '이 책 읽어보고 싶은데?'하고 구미를 당기는 책들이 많다. 이에 비해 영풍은 책을 분류하는 기준은 나름 뚜렷하지만, 그 중에 어떤 것을 더 부각하고 어떤 것을 덜 내세울지 고민한 흔적이 교보만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영풍문고에는 있지만 교보문고에는 없는 게 있다. 첫번째로 '소파'다. 교보에는 긴 원목 테이블도 있고, 의자도 있지만 등을 편안히 기대서 거의 눕다시피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소파가 없다. 영풍문고에서도 사실 소파 자리는 차지하기 어렵다. 그래도 운 좋게 앉으면 몇 시간이고 허리 걱정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소파 자리는 넓직하지만 통로를 걷는 손님들 시야에서 살짝 가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아늑한 느낌이 든다.
두번째로는 '스타벅스'다. 영풍문고 지하에는 스타벅스, 도넛 가게, 왓슨스 등이 있다. 스타벅스 안으로 책을 가지고 들어갈 수는 없다. 그래도 이 서점에서는 독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신문을 읽은 후, 다시 서점으로 올라와서 책을 읽고 집에 가곤 한다. 스타벅스가 있기에 공부-독서로 이어지는 동선이 단순해져서 만족스럽다.
교보만큼 책을 파는 전략이 치밀하지는 않은, 그래서 사람이 덜 모이는 영풍문고에 끌린다. 사람이 너무 북적대면 자리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리고 소파 자리에 앉았을 때 받는 아늑한 느낌도 사라질지 모른다. 교보는 좋은 책이 더 많은 서점이지만, 영풍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가 더 좋은 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