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딱 일 인분 Dec 12. 2016

괜찮은지 궁금해졌다.

낙담의 밤을 보낸 후.

모든 것이 내 마음처럼 안되는 것만 같아 온 세상을 향해 쌍심지를 켠 눈빛을 쏘고 있을 때였다.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 때문에 내게 이런 시련이..!' 를 수없이 외치며, 애꿎은 나의 동침자 인형만을 구겼다 폈다 하며 매일같이 낙담의 밤을 보낼 때였다.


짜증이 짜증을 낳는 이 상황 속에서 그럼에도 나의 일상은 유지되어야 하기에 집을 나선다. 하필이면 5분 간격의 버스가 그 날 따라 1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고, 추운날씨와 풀리지 않는 화에 삐져나온 입술은 들어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승용차 한 대가 내 앞에 멈춰선다. 창문이 내려지고 차 안에는 나의 아빠가 타라며 손짓하고 있다. '아- 아빠 차를 못 알아보다니. 내가 이 차를 마지막으로 탄지 오래되었구나..'를 생각하며 아빠의 행선지는 어디냐 물었다.


다행히 그의 목적지는 내가 환승해야하는 역을 지나야했고, 난 중간에 내려달라고 하며 차를 탔다.


오랜만이었다. 아빠의 차에 아빠와 단 둘이 타고 있는 이 상황이.


그렇게 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문득 아빠는 지금 괜찮은지, 궁금해진다. 물론 묻지 못한다. 우린 그렇게 친하고 서슴없는 부녀사이가 아니기에.


나의 아빠라는 저 사람은 지난 달 백수 22개월만에 재취직을 하였다. 하지만 22개월을 기다려 하게 된 재취직은 그가 기대하던 위치가 아니었다. 될 듯 말 듯한 기회가 그의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그에게 희망을 한 줌씩 안겨주었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원하는 대로 될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리다 보니 22개월이 지나있었다. 물론 결과 역시 물거품이었다.


22달간 그는 수많은 희망과 좌절을 반복하였다. 처음에는 희망이 보일 때 마다 가족에게 곧 새롭게 시작할 거라며 흥분된 목소리로 이야기 하던 나의 아빠는 어느새 혼자 그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고, 우리 역시 그의 희망을 더이상 믿지 않았다.


결국은 모두 헛된 희망이었다. 우린 모두 허황된 무언가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희망의 부재를 인정하는데 22개월이 걸린 것이다.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것 같아 화가 날 대로 난 상태였던 나는, 아빠는 모든 것이 아빠의 마음대로 안되고 있는데 괜찮은지, 궁금하고 걱정되었다.


물론 아무말도 하지 못하였고, 나의 환승역에 도착하였을 때 난 또다시 딱딱한 인사를 하며 차에서 내렸다.


요 며칠 방에 쳐박혀서 세상 제일 예민함을 보이던 내게 아빠는 즐겁게 다녀오라며, 나의 아빠라는 사람에게는 꽤나 용기가 필요했을 한 마디를 하였고, 난 그의 용기를 또다시 무시한채 딱딱한 한 마디를 반복하고 차 문을 닫았다.


그 살가운 말 한 마디 못하는 병신- 하며 버스를 기다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대체 무엇이 네 마음대로 안 된것인지, 무엇을 더 바라는 것인지, 무엇이 그토록 불만인지.


우리네 부모 세대가 말하는 그들의 고생을 한없이 치켜세워주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착하디 착한 나의 아빠, 그 시람의 맘고생은 안아주고 싶은데 그것도 못하는 나란 사람이 싫다고.


세상 일 다 내 마음대로 안 되지만, 나부터 내 자신을 내 마음대로 못하니 할 말 없다고- 내게 말한다.

작가의 이전글 그래 뭐, 일기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