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었으나 낡지 않은 신발 너는
신발장이란 감옥에 갇혀
잊혀짐이란 형벌을 받는 중이다
인고의 세월을 넘어서도
인내의 바다 너머로도
잊히지 않는 것은 나의 이름 운동화와 너의 이름
이제는 주인이라 부를 수 없는 그대의 손으로
신발장에서 꺼내어지게 될 오늘은
어쩌면 마지막 날의 못질일 것이다
언젠가 그대의 발과 함께
봄날의 떨어진 꽃잎을 밟고
여름의 파도치는 바다에 젖어들고
가을의 마른낙엽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네가 살아가는 도시로 찾아온 겨울의 더러운 눈일지라도
함께 더럽혀지고 싶었건만
나 운동화에겐 연락처가 없어
너에게 다시 만나자, 꼭 연락하자
인사를 남길 수가 없네
네가 없는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그런 허무한 작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