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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Apr 22. 2023

다시 못 깨어날 그루잠

사라진 계절

사라진 계절 다시 못 깨어날 그루잠






새벽 두시 어스름

잿빛 구름 걷히며 깨어버린 달빛

그루잠에 다시 어둠은 내려 앉는다


늦겨울 언질도 없이 찾아온 봄날의 따스함에

부엽토 아래 잠자던 씨앗은 눈을 뜨고

봄날에 염치없이 날아든 북쪽의 찬바람에

갈빛 흙 위로 깨어난 새싹은 그루잠에 빠졌네


다시는 깨어날 수 없는 침묵하는 영원의 잠


씨앗으로 십수년을 곤히 잠들 수 있습니다만

변덕의 계절 당신은 어찌하여 무례하게 나를 싹 틔우게 하고선

다시는 깨어날 수 없는 잠을 건네시는지요

새벽녘 깨워버렸거든 다시 재우지나 말 것을요


나는 씨앗으로 

얼어붙은 겨울을 버티고, 휘몰아치는 폭풍우도 감내하건만

당신은 어찌하여 다정한 손길로 나를 발아 시키고선

매서운 손길로 내 여린 싹을 얼려 잠들게 하시는지요


바라옵건데

부디 다시 재우시려거든 깨우지 말아주세요

나를 죽이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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