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너를 데려오고
가장 먼저 너의 새로운 이름을 고민했다.
샤론이라는 이름은 낯설었고,
살짝 촌스럽고 순한 너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다.
샤론이라는 이름에 떠오르는 건
옛 섹시스타 밖에 없었으니.
금요일에 데려왔으니 금순이?
털이 흰색이니 흰둥이?
순해 보이니 순둥이?
열띤 토론을 하며 온갖 이름을 떠올렸지만
이 모든 것은 무용지물이었다.
그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넌 미동하나 없었고
간식으로 유혹해도, 억양을 바꿔 불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너에겐 이미 이름이 있었지.
알고 있었지만 모른척했다.
우리 입맛대로 이름을 바꾸려 했다.
넌 이미, 애초에, 그대로 샤론이었는데.
너의 이름은 너 그 자체였고
이젠 넌 이름으로 남아있다.
지나다 샤론이란 글자를 보면
고개를 돌리고, 너를 떠올린다.
너의 이름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샤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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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두고 간 온기
너의 마지막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