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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식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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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MZI Nov 28. 2019

하루하루를 알아가는 것


사는 게 바빠져

하루하루를 모른 채 지나칠 때가 있다.

"아, 오늘이었어 그게?"

"벌써 내일이 토요일이야?"

라는 공허한 말을 반복할 때가 있다.


식물을 키우고부터 하루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날씨 좋은 날엔 창문을 열어주고

주말 저녁엔 흙을 만져보고

틈틈이 이파리가 쳐지진 않았는지 확인했다.


새로운 친구를 들이고부터는

조금 더 자주, 하루하루를 알게 되었다.

코스모스가 아름답게 피던 날,

작은 화분에 살고 있는 유칼립투스를 들여놓았다.

키우기 어렵다 들어 키울 마음은 없었는데,

꽃시장을 구경하다 이 아이를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키우기 어렵다던데요?” 답정너처럼 사장님께 물어봤고,

“물만 잘 주면 돼요”라는 사장님의 답에 냉큼 데려왔다.


이 친구는 물, 빛, 바람을 좋아하고 예민하다.

물주는 타이밍을 놓치면 금세 이파리가 말라버린다.

그리고 그 이파리는 회복되지 않는다.

다소 성격이 급한 이 아이로 인해

하루하루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 했다.

그러니 오늘을 무시하는 일도 적어졌다.


번거롭고 귀찮게 할 것만 같았던 이 친구는

오히려 하루의 기쁨을 알게 해 주었다.

이파리가 마른 것이 있지는 않은지 안부차 살필 땐

눈 안에 가득 찬 녹색이 나를 위로해주었고

물을 줄 땐 내 마음에 물을 주는 듯 충만해졌다.

어쩌다 여린 싹을 피워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게다가 그 기쁨은 일회용이 아니라 매일매일 있다는 것

이 여린 생명은 매일 행복을 선물한다.


하루하루 알아가며 산다는 것은

아침인사로 시작해 밤 인사를 하며 잠드는 것,

일상의 사소한 일과를 챙기는 것,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하는 오늘을 발견하는 것,

그 매일 있는 행복을 누리는 것.


-

하루하루를 알아가는 것

식물 일기


코스모스 필적에
여린 싹 기지개 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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