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정말이지 말 그대로 문득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뜬금없다는 말이 더 가까운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다가 혹은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불쑥하고 드는 생각이니까.
그러니까 그건 보통 이름과 얼굴이 동시에 떠오르는 일이다. 혹은 둘 중 하나는 곰곰이 떠올려봐야 하는 일인데 열이면 여섯일곱은 이름이 늦게 찾아온다. 난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메신저의 상위 다섯 줄 안에서 머물던 그 이름이 저기 밑 어딘가에 있거나 아니면 아예 사라져 버린 그 사람들은 지금은 무얼 하며 지낼까.
지난주에 자른 손톱이 어느새 또 빼꼼하게 자라나는 일처럼 지극히도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들일 것이다. 혹은 입으로 물어뜯다 결국엔 손톱깎이로 또각, 하고 자르는 것 같은 일이었을 수도 있다.
내,가 기억하는 그 일들을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들이 기억하는 일들 속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머물러 있을까.
오그라듦과 부끄러움 떠올리고 싶지 않음의 내가 있는 그 언저리의 이들은 그냥 그렇게
묻어두고 싶다. 조금의 용기를 낼 시간이 필요할 일이다.
사람의 관계는 늘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선과 악은 없으니까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싶다가도
안부의 안부만 묻다 흐려질 것 같은 대화의 그들은 부주의하고 충동적인 내 궁금함을 누르는 편이 훨씬 나은 일일 것이고.
혹시나 오랜만에 내가 안부를 묻는다면 그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해줬으면 좋겠다.
그냥 뭐 똑같지. 잘 지내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