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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미 Oct 18. 2021

고양이카페에 가도 될까

냥알못이지만 고양이는 좋아하는데

지방에서 교복 입고 피카츄 돈가스 사먹던 코찔찔이 시절 텔레비전에서 본 바로는 사람이 바글바글한 명동 어느 골목에 고양이탈을 쓰고 판넬을 든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몹시도 생경했던 '고양이 카페'를 홍보하던 거였고, 그 때는 막연하게 그게 뭐야? 하고 여전히 피카츄 돈가스 다 먹고 컵떡볶이 사서 배 채우기 바빴다.


원래는 고양이를 무서워 했었다. 유년시절 어떤 경험에서 온 트라우마였는지, 혹은 동물이라면 무조건 무서워하고 보는 엄마를 닮아서인지 뱀의 눈처럼 일자로 뻗은 고양이의 동공이 너무나 무서웠다. 맘만 먹으면 미친 듯이 길게 늘어지는 몸도 무서웠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조차 갑자기 내게 달려들 것만 같아 내내 무서워했던 게 고양이였다.


그렇게 무서워하던 고양이를 내 발로 보러 간 게 남편과의 첫 데이트였다. 길막하는 돼둘기마저 귀여워하는 전천후 동물 러버 남편이 고양이카페 가볼래? 하고 제안했고, 그거 뭐 별 거 아니겠지 하는 마음과 첫 데이트니 뭐든 좋지 하는 맘으로 가본 고양이카페는 신세계였다. 현실의 고양이들은 내 상상 속의 그것들과 다르게 공격적이지도 않았고 나를 밀쳐낼 만큼 싹퉁바가지가 없지도 않았다(!) 그냥, 걔네는 나한테 관심이 없었다.


쳇, 나한텐 관심도 없냐? 하는 맘으로 음료나 홀짝거리고 있으면 영락없이 슬그머니 내 뒤에 나타나 별 거 아닌 척 내 몸에 꼬리를 부비작대는 게 좋은 의미로 같잖고 귀여웠다. 생각보다 뱀 같지 않은 눈도, 콩알만한 코도, 갑자기 고양이세수하며 들어 보이는 발바닥 젤리도 참말로 귀여웠다. 그 때부터 은근히 나 혼자서 '고양이'와 친해졌고, 유튜브로 고양이 영상 깨나 찾아보면서 그네들 습성도 자연스레 익히게 됐었다.


고양이카페를 두어 번 더 가본 후에 코로나가 터졌고, 그 이후로는 처음으로 지난 주말 고양이카페를 다녀왔다. 너무 귀여운 털쟁이 친구들을 만나고 만지고 싶어! 라고 최면 걸린 듯 가자- 해서 다녀왔는데 가면서부터 다녀온 지금까지도 생각이 많다. 쓸데없는 건진 모르겠다만.


6천원이라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고양이카페에는 스무 마리 남짓의 고양이들이 있었고, 이미 그네들한테 매료돼서 홀린 듯이 고양이를 쓰다듬는 열 명 남짓의 '일일집사'들이 있었다. 사장님이 알려준 팁대로 우리도 양반다리 위에 담요를 펼치고 고양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두세 마리 고양이들이 잠시 머물렀고, 우리 손길에 골골대며 쉬다가 또 다른 이의 무릎을 찾아가곤 했다.


두시간 남짓 원없이 털쟁이 친구들을 매만지고 오면서 왠지 현타가 왔다.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숨쉬는 생명체들을 만지고 아옹 귀여웡 아옹 황홀해, 하고 나오는 게 세상 이치에 맞는 건지, 시작하면 정답도 없이 끝도 없을 생각들이 자꾸 머리를 맴돌았다.


우리는 고양이 키울 상황이 안 되니까, 책임질 수 없는 입양보다는 좋아하는 고양이들을 이렇게 가끔 매만져주고 오는 게 합리적인데.

고양이들도 길 위의 음식물쓰레기를 뒤지면서 겨울 추위에 덜덜거리며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것보다야 많은 친구들이랑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에서 의식주 케어받으며 때때로 찾아오는 매너 좋은 '일일집사'들을 마주하는 게 행복일 테니까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어쨌든 나는 생명을 만나러 돈을 냈다는 사실이 몹시도 낯설었고, 우리 같은 '일일집사'를 만나는 게 행복한 일일지는 고양이 친구들 입장도 직접 들어봐야 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매일 매너 좋은 집사들만 오진 않을 테니, 꼬마 친구들이 와서 귀찮게 만지려 든다거나, 나처럼 고양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가서 그들이 싫어하는 곳이라도 만져대면 스트레스이지 않을까.


동물원에 대해서도 이런 논쟁이 계속 있다고 들었다. 좁은 우리에 동물을 가둬두고 인간의 즐거움만을 위해 이용한다, 라는 입장과 야생에서 살아남지 못할 동물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라는 입장. 또 다시 야생에서 못 살아남게 만든 것조차 인간이다, 라는 입장. 끝도 없는 논쟁이라고 생각했다.


동물로 살아본 적도 없고, 동물에 대해 똑부러지게 말할 수 있을만한 동물애호가도 아니지만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준급의 고양이 집사님들한테 물어보고 싶었다. 고양이 카페 가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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