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푸른 산호초

1

by 느릿느릿 아줌마와 나무늘보

[표지삽화: Andrea Serio의 일러스트]


그녀는 부엌 찬장 곳곳을 뒤지며 이가 나간 그릇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그 일은 사납게 퍼붓는 폭우처럼 시작됐다. 한두 방울 떨어졌던 비가 곧 폭우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그 어떤 조짐도 없이 그녀는 두 눈을 번쩍 뜨고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스름한 새벽에 그녀가 눈을 뜨는 일은 드물었다. 그녀가 오전 8시 5분 전에 잠에서 깬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8시 5분이 기점이었다. 8시 4분에 눈을 뜨는 것과 8시 6분에 눈을 뜨는 것은 피가 모두 빠져나간 육체에 단 한 방울의 피가 수혈되었느냐 아니냐의 차이였다. 5분이라는 기점이 그녀에게는 한 방울의 피였고, 그 한 방울이 몸을 관통해 지나가지 않은 이상 그녀의 몸은 의식이 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오늘은 새벽 4시 37분에 눈을 떴다. 정신과 육체 모두 따뜻한 완벽한 상태였다.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부엌으로 향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느릿느릿 아줌마와 ···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내려놓고 싶어서도 내려놓지 못해서도 아니었습니다. 되돌아보니 그저 좋아 썼습니다. 가장 나다울 수 있는 행위이기에 글을 씁니다. 그 종착이 타인을 위한 글쓰기이기를 바라봅니다.

6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1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