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Y et Jul 08. 2018

행복해 보이기 시합 중

누가 누가 더 잘나게 사나? 사실 아무도 안 물어봤다

어떤 사람이든 매일 행복할 수 없다.

어떻게 항상 자기가 원하는 데로 세상이 돌아갈 수 있을까.

그건 신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마 모두 알 것이다.

따라서 sns에서 나오는 모든 이미지들이 항상 사실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저기 바다에서 양팔을 펼치고 웃고 있는 여자가 사실 우울증을 오랫동안 앓고 있는 분일 수도 있고,
저기 빨간 스포츠카 앞에서 폼나게 셀카를 찍은 남자분은 사실 빚쟁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시작한 지 모르지만 서로 행복해 보이기 시합이 펼쳐졌고 누가 끝낼지도 모른다. 

이 불행한 게임은 도대체 누구로부터 만들어진 것인가.


누구는 물론 자신만을 위해 사진들을 올렸다고 주장할 것이다. 

거짓말쟁이!라고 내가 섣불리 말할 수 없다. 

모두가 이 시합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내 눈엔 어느새 sns가 너무 과장된 이상한 곳이라는 것을 몸소 점점 느끼기 시작하게 되었다.

사진 속 행복해 보이기만 하는, 세계 여행을 매년 다니던 친구가 우울증에 깊이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오로지 직접 대화로써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이런 점을 sns를 볼 때 막상 스스로 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것을 깨달았을 때 또다시 정말 무서워졌다.

난 지금 충분히 행복해야 하는 것인데 고작 sns을 통해 내 기분과 자존감을 밑으로 꾹꾹 내리고 있었다.

그 사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보다 나는 잘나지 않았다고 머릿속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곤 내가 스스로 만든 우울감으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이것이 단순한 부러움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다음엔, 없었던 열등감이 갑자기 점점 더 컨트롤할 수 없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니면 단순히 질투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기분이 지워지지 않기 시작했을 때, 이 것은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나도 사실 어렸을 때 항상 모든 것을 과장할 때가 있었다. (특히 사춘기 때.)
그래 인정. 나도 행복해 보이기 대회의 열렬한 참가자였었던 것 같다. 누구보다 밝고, 행복한 사람으로 포장하고 싶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사진앨범들로 페북에서 나를 포장했었다. 지금 보면 다소 오글거리는 사진들도 보인다. 어떤 사진은 내가 봐도 정말 부담스럽고 이불 킥을 유발하는 것들도 보였다. 따라서 추억도 추억이지만 많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과감하게 지우기로 했다. 그런데 사실 너무나도 많아서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떤 사진들은 그때 시절의 친구들과 가족들의 소중한 추억이기에 지우기가 아까웠다. 그래서 결국 난 모든 사진앨범을 통째로 "나만 보기"로 바꾸게 되었다. 무언가 마음이 편해졌다. 더 이상 인터넷에서 내 흑역사를 펼쳐놓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또한 그 이상한 대회의 참가자였다는 것을 가리고 싶게 되었다. (혼자 롤러코스터를 타고 왔군.)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셀카들을 올린 옛날의 나에게 등짝을 때려주고 싶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다시 하나하나의 나의 여행 앨범들을 보며 예외인 것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그 당시 나는 솔직히 남들에게 조금 뽐내고 싶어서, 자랑하고 싶어서 올렸던 사진들이었는데 지금 보니 이 앨범들이 오로지 나를 위한 것처럼 느껴져 왔다. 그 사진들을 보며 그때 짧더라도 내가 느꼈던 행복이 다시 사르르 느껴졌다. 좋은 추억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힐링과 힘이 되는 것이었다. 

이것 또한 예상치 못한 소확행 중의 하나인 것인가?

따라서 이젠 꼭 사진을 뽐내서라든 자기를 위해서라든 sns에 올리는 것에 대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실, sns에 자기 사진 올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유였으니까.


단지 나로부터 sns에 올릴 때 그 의도를 조금씩 바꿔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과장하지 말기.

너무 자랑하려고만 하지 말기.

남 말고 나를 위해 올리기.


이 세상에 결코 행복해 보이기 시합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내 주변인들로부터 보고 느낀 것은... 대부분 대학 졸업 이후로부터는 더 이상 이 시합에서 점점 스스로가 빠져나간다는 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어쩌면 모두 각자 '진짜' 삶을 찾아가느라 바빠진 이유일 수도 있다. 아님 어쩌면 나처럼 이 의미 없는 시합이 시시해진 것일 수도. 친구들은 더 이상 사진들을 마구 올리지 않는다. 음식 사진만 하루 빠짐없이 올리던 친구조차도 점차 조용해졌다. 그런데 이건 어쩌면 나에겐 좋은 시그널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이제 "정말" 그들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친구들은 정말 지금 잘 살고 있나? 어떻게 살고 있을까? 각자 바쁘게 살고 있겠지?

그들이 점점 더 보고 싶어 지고 그들과의 추억 또한 그리워졌다. 마지막으로 먼저 안부가 묻고 싶어 졌다.

그리고 모두 바쁘게 사는 만큼 나도 바쁘게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론적으로 나의 sns 시간은 점차 줄어졌다.

잡생각 또한 점점 줄어져 가고 있다.


난 더 이상 sns의 이상한 시합에 빠져들고 싶지 않다.

아니, 빠져들지 않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을 느리게 느끼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