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짧은 한컷 같은 이야기
요즘 장마철이라 매일 같이 비가 매섭게 내린다.
집에 있으면 빗소리가 나른한 멜로디로 들릴 수도 있지만
매일 밖으로 억지로 나가야 하는 오늘은 비가 왠지 미워진다.
몇 분 동안이나 쓰다듬었던 머리도 어느새 삐죽삐죽 튀어나왔고 젖은 잔머리는 내 시야를 자꾸 가렸다.
사실 가장 힘들게 느낀 건 비와 같이 따라온 꿉꿉함이었다.
물에 젖고 난 뒤 옷은 어느새 비에 젖은 건지 내 땀에 젖은 건지 구별이 안된다.
그리고 이유 없이 그 날 따라 더더욱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지고, 나가기도 싫어지고, 성격이(?) 나빠진다.
또한 이런 날씨 때문에 갑자기 우울함을 느끼기도 한다.
결론은 난 비가 싫었다.
어느 날 한결같이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에, 나는 아빠와 버스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가 와서 차가 많이 막히고 있었는지, 버스는 통 안 오고 있었다.
난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비를 속으로 원망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빠가 하늘을 보며 낯간지러운 말을 한마디 내뱉으셨다.
나는 비가 오는 게 신기해. 뭐 여러 과학적인 언론들이 이미 나왔지만
그냥 그걸 다 무시해서 하늘에서 물이 떨어지는 게 너무 신기해.
나는 처음에 그냥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 대화를 도대체 어떻게 이어가야 하지?;;;;;
사실 속으론 약간 아빠를 비웃을 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아빠의 소년 같은 눈빛을 보기 전이였다.
아빠의 두 눈은 정말 빗방울이 맺힌 것처럼 반짝였다.
아니 마치, 별이 총총 두 눈에 박힌 것만 같았다.
아빠로부터 처음으로 내가 발견한 모습이었다.
그러곤, 나는 속으로 마침내 깨달았다.
어쩌면 이것이 사실 아빠의 본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나만 아직까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빠는 월래 동안이라서 많은 비슷한 나이 또래 아저씨들에게 부러움을 샀었는데 (특히 택시기사분들로부터),
그날따라 아빠가 더욱 동안으로 보였다.
아니, 정말 소년으로 돌아가신 것 같았다. 소녀감성과 함께.
피터팬처럼 늙지 않는 모습과 정신을 가진 아빠가 부러웠다.
아빠처럼 평생 아이 같은 '순수함'을 계속 유지하며 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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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평생 동안이고 싶은 것도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