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Y et Aug 20. 2018

세상에서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긴 공백 기간 이후, 새로운 분야의 이직에 드디어 성공하다.

정말 사람은 변덕쟁이 동물인 것 같다.

정확히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변덕쟁이인 것 같다. (멘틀이 쿠크다스라서 그런 건가...)

나는 지난 8개월 동안 백수생활을 하며 정말 기분이 매일 오천만 번 바뀌었던 것 같다.

시간의 자유를 얻어서 행복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초조함으로 그 행복을 바로 짓밟아 버렸다.

또한 그 행동을 하루에 끝없이 반복하며 어느 날들은 그냥 나 자신의 초라함을 너무 가까이 느껴서 얼굴에 눈물범벅으로 몰래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많이 내보지도 않은 나의 이력서에 나는 자신감이 이미 바닥이었고, 오늘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은 다음날이 그리 기대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의 그 창피하고도 솔직했던 행동들을 지금 되돌아보면 정말 모노드라마가 따로 없다. (아니, 어쩌면 모노 코미디일 수도... 정말 왜 이랬을까?)


나는 사실 2년 반 정도의 애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나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가 가장 컸었다.

항상 무언가 내 깊은 마음속에서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매일 머리와 몸이 무겁게 느껴졌고 우울했다. 

이 분야가 사실 나의 꿈이었는데 이젠 지겹게 느껴졌고, 무언가 나 자신을 실컷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느껴지게 되었다. 내가 엄청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더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못하는 답답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확실해졌다. 난 정말 이 분야에서 떠나야겠구나. 내가 어쩌면 새로운 분야에서도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바뀌지 않았다. 계속 '일단 지금 떠나봐야겠구나'라고 메아리가 머릿속으로, 마음속에서 울렸다. 다시 멀리 U턴을 하여, 옛날 분야로 돌아오게 된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지금. 당장. 난 지금 아주 젊지도 아주 늙지도 않은 나이이다. 난 결코 지금 이 순간을 후회되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제일 걱정되고 두려웠던 점은, 내가 다른 분야로 가게 되었을 때 지금까지 해왔던 경력이 모두 쓸모가 없어지게 될 수도 있는 점이었다. 누군가에겐 나의 경력이 아주 조그마한 짧은 경력일지라도 내심 아까웠다. 나에겐 이 경력이 시간낭비가 절대 아니었어도, 다른 분야 회사에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질까 봐 슬프고 두려웠다. 그래서 이건 정말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세상 오만한 걱정이 아니었다 싶다. 사실 제일 걱정해야 될 점은 바로 내가 그 새로운 분야에 시작 줄이나 밟을 수나 있을지였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 치며 최대한 나 자신을 멋지게 열심히 포장했다 해도, 막상 그 회사에서 나를 원하지 않으면 난 그냥 시작도 못하는 것이었다. 이 중요한 점을 잊은 채 나는 헛된 고민을 아주 오랫동안 했던 것이었다. (자그마치 4개월 정도...) 계속 혼자서 헐래 벌떡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여기저기를 마구 내보았지만 정말 당연하게도 무소식이었다. 처음에는 마냥 그 회사들이 나랑 스타일이 안 맞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빠르게 지나며 꼭 그 이유만은 아닐 것이라는 것을 점차 느끼게 되었다. 따라서 나는 내 실력을 스스로 보충하기엔 힘들겠다는 것을 깨달으며, 결국 학원을 찾아보게 되었다. 사실 나는 학원을 선호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내가 아는 정보는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한 후, 이곳에서 정말 많은 지식을 짧은 시간 내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한두 달 동안 열심히 다시 학생의 자세로 디자인 프로그램들을 읽히며 공부해냈다. 정말 특이했던 점은 학교에선 공부가 제일 하기 싫었는데 이렇게 어른(?)이 되고 나니 공부가 세상 즐거웠다. 전에는 배우는 것마다 필요성을 잘 못 느꼈지만 지금은 그 필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결석을 전혀 하지 않았던 나에게 어떤 선생님은 내가 무엇을 해도 잘 될 거라고 눈물 나는 응원을 해주시기도 했다. (나는 사실 감동의 눈물이 잘 나오지 않는 편이었는데, 아무래도 요즘 마음이 심약해져 있다 보니 그 조그마한 응원 한마디라도 이렇게 와 닿았었나 보다. 요새 감동의 눈물이 너무 쉽게 나온다.)


마지막의 수업은 포트폴리오 수업이었는데 가격이 다른 수업보다 3배나 비쌌었다. (사실 일반 수업들도 결코 저렴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투자를 했었던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은 2-30대에는 최대한 자기의 돈으로 스스로의 실력 키우기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훅훅 줄어나가는 나의 통장 금액에 이 수업을 다시 고려해보기로 했다..)

사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수업이기도 했지만, 많은 고민 끝에 나는 지난 학원 선생님들로부터 2개월 동안 받은 팁과 지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처음부터 스스로 만들기로 했다. 사실 학원 다니기 전에 스스로 만든 포트폴리오가 불합격으로 된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지만, 다시 한번 더 도전해보기로 했던 것이다. 

정말 많은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둘러보았고 참고를 하여 하나하나씩 매일 한 달 동안 꾸역꾸역 만들어 나갔다. 너무나도 지겨운 한 달이면서도 내 열정을 진심으로 쥐어짜서 만든 한 달이었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그 포트폴리오를 새로 쓴 자소서와 함께 여러 잡사이트에 드디어 올렸다.

한 2주가 지나자 연락이 왔다. 내가 지원하지도 않은 곳에서.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한 순간에 자신감이 회복되다니.

너무나 감사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지원했던 곳을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정말 떨리고 초조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기나긴 일주일 후, 연락이 왔다.

면접을 봤다.

드디어 재취직했다. 8개월 만에.


아직 회사를 다니기 전이라 지금 살짝 두려움과 행복이 뒤섞여 있다.

사실 이젠 새로 만날 사람들보다, 내가 이 새로운 분야에서 잘 개척해나갈지가 의문이다.

가장 큰 걱정은 내가 다른 동기들보다 못 따라갈까 봐... 하지만 엄마는 한마디로 내 걱정을 정리해 주셨다.

"이미 이 회사에서는 너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실력을 알고 있어. 너의 지난 이력도 알고 있고.

네가 빨리 성장하기를 기다리실 거야. 하지만 네가 더욱 노력해야겠지.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그래, 이제야 시작 줄을 끊은 거야. 미리 하는 걱정은 이제 그만하자.

이 분야에서 신입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이니 나는 당연히 실수를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성장의 한 걸음이라고 생각하자. 일단 부딪혀 봐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우여곡절의 백수생활 이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8개월이라는 공백 기간 이후,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생겼다.

나의 말이 엄청난 힘이 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다.

정말 세상에서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무소식의 이력서/포트폴리오 결과 이후, 난 진심 아무랑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만나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걱정으로 매일 밤을 뒤척이며 보내게 되었었다.

하지만 그만큼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나는 아무랑도 나를 비교하지 않게 되었다. 점점 남보단 스스로에게 집중이 되어 나의 부족했던 점들이 잘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부족한 점을 인정하는 것 또한 정말 중요한 절차였던 것 같다.

처음에 아무의 도움도 받고 싶지 않은 고집스러운 자존심으로 혼자서 길 잃은 사람처럼 막 헤매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다시 돌아보면 그것 또한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었다. 그냥 여러 실수를 경험해보는 하나의 절차였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만약 혼자서 노력도 안 해보고 무작정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했다면 그것 또한 내 자존감을 낮추게 되는 행위였을 수 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렇게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면 언젠가 누군가로써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고민과 걱정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 무엇이라도 '시작'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 '인정'이라는 의미는 꼭 대상을 받거나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하는 말이 아니다.

그 중요한 '시작 줄'에 밟게 될 때, 드디어 인정이라는 절차에 한 단계 넘어 선 것이다.

그리고 정말 '일'을 하게 되며 경력을 쌓고 다음엔 더 높은 곳으로, 아님 내가 진정 원하는 곳으로 가면 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절차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나도 사실 처음엔 이렇게 긍정적이고 느긋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매일같이 온갖 미디어에선 취업 어렵다고 노래를 부르는데 어디서 힘이 났을까.

하지만 이러한 악화된 경기침체는 내가 바꿀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 말을 그냥 오른쪽 귀에서 왼쪽 귀로 흘려보내기로 했다. 또한 정말 감사하게도 나의 부모님은 절대로 나를 초조하게 밀어붙이시지 않으셨다. 항상 기다리는 자세로 있으셨다. 나에게 가장 큰 버팀목 중 하나였다.

그리곤 나는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다. 누가 뭐라 하든.

정말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마인드 컨트롤인 것 같다. 아직도 나는 강한 멘틀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것은 아마 앞으로의 사회생활에 더더욱 큰 무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또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사실 어디서나 들어본 명언이겠지만... 인생은 긴 마라톤이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 마음에 드는 회사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원하는 분야에 있지 않더라도, 희망을 절대 잃지 말자.

(그리고 또 다른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디에도 나와 딱 맞는 회사는 없다는 것이다.)

자신감이 바닥이 났을 때는 어떻게 자신을 업그레이드할지 찾아보고 최대한 빨리 실행하자.

결코 쉽지 않겠지만 (세상 쉬운 일이 어디 있으리) 실패하면 또다시 도전하면 되는 것이고, 

이직을 정말 원하면, 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 어쩌면 내가 쉽게 말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런 의미가 아니다.

나도 멘틀이 많이 부서져 봤고 자신감도 완전히 하락되어 있었다. 

하지만 계속 도전했던 것에 대해 후회가 없다는 것이다.

긴 공백 기간도, 아무것도 시간낭비가 아니었다. 지금 보니까 모든 것이 "하나의 절차"였던 것이다.

어디서나 빠져나갈 샛길은 있다. 스스로를 장님으로 만들지 말자.

한 회사 속,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말자는 뜻이다.

우리 결코 여러 길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꼭 인생에서 하나의 옭은 길이라는 것은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한번 더가 아닌 여러 번 더 믿어 보자.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용히 응원하며 기다려주신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며,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