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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二)물. 해맞이

항구에서 마을로 넘어오다 해를 맞이하다

2019.11.21. 압해도. 항구의 아침



1. 생업: 먹고사는 업(業)

2. 생업: 업으로 사는 하루(日)


먹고살기 위해 보내는 하루의 시간. 추위가 바닷길로 향하는 어부의 걸음을 무겁게 한다.

날이 추워질수록 시간의 무게를 따라 낙지의 값이 늘어난다. 추위에 만물은 귀해진다.


2019.11.21. 압해도. 해태(海苔) 양식장



날이 추울수록 압해도 해안에 늘어진 해태양식장의 물김은 잘 자란다.

조수간만의 차가 클수록 맛이 든다지.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며 짠물과 짠 바람이 김을 거칠게 연마한다.

자연에 자연스럽게 다듬어지는 바다는 맛을 낸다.



2019.11.21. 압해도. 해태양식장에서 빠져나오는 *밀배



청년은 엄니를 모시고 낙지 어판장을 찾았다. 오늘 아침.  물김은 추울수록 맛이 든다지만.

낙지 잡는 이들은 이 추위가 반갑지 않다.


낙지 잡는 가족은 추위로 온몸이 얼어붙었다. 부모님은 배 위에서 바람에 손을 거칠게 다루고.

아들내미는 갯벌 위에서 발을 거칠게 다루었던 터이다.





어판장에서 *섬낙지를 크기별로 대야에 나누어 담고. 밤새우다 아득해진 정신줄을 붙잡으며 마릿수를 센다.

한 마리, 두 마리, 열 마리, 스무 마리. 잊어버렸다. 다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는 때는 늦은 잠자리에 몸을 뉘 우는 순간이다. "아들! 내가 몇 마리라고 했지?" - "음..." "글쎼요. 핸드폰으로 적어놓았는데." "이게 맞나?" 또다시 센다. 치매가 온 건 아닌데. 자꾸 잊어버렸다.



2019.11.21. 압해도. 무지개마을. 해맞이



세 번을 다시 세고서야 어판장을 나올 수 있었다. 줄을 이으며 저마다 잡은 낙지를 가져온 어민에게서 점점 멀어졌다. 듣기 좋은 발라드 노랠 선곡 하여 운전대를 잡았다. 끄덕이며 어느새 엄니는 불편하게 잠이 드셨다. 


눈 비비며 잠을 쫓으려고 주절주절 쓸데없는 말소 릴 지껄이며 엄니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항구에서 집터가 있는 무지개마을로 넘어오며 해를 맞는다. 능선에 감귤빛이 도는 타이밍. 설렘으로 충만해진다. 


해가 떴다.


* 섬낙지: 무안군과 신안군의 갯벌은 전남 서남해안에서도 가장 좋은 갯벌을 가진 지역으로 각 지역마다 식감과 맛이 좋은 낙지에 나름의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무안군은 '무안뻘낙지', 신안군은 '섬낙지'로 이름을 붙여 해마다 낙지축제를 벌이고 있다. 


*밀배: 해태양식장을 관리하는 관리선으로 크고 넓적한 형태의 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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