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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Mar 20. 2024

EP16. 내 마음속의 야경의 잔상

여행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여행코스나 좋았던 곳을 물어보는 건 거의 외국인이 how are you? 를 하며 인사를 건네는 수준으로 많이들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이다.


그럴 때면 꼭 빠지지 않고 얘기가 나오는 곳이 바로 부다페스트의 야경이었고, 세계 3대 야경이라는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자그레브에서 부다페스트까지는 버스로 약 5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이 정도면 유럽에서는 꽤나 가까운 이웃나라에 속할 정도였다. 5시간이 가깝다니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이 난 뼛속까지 한국인인가 보다.




5시간이 걸려서 도착한 부다페스트의 첫인상은 동유럽의 겨울이라 유독 더 시리고 추웠던 날이었다.

부다페스트는 다뉴브강이 도시전체에 흐르고 있기 때문에 동유럽 중에서도 유독 더 추운 도시라고 할 정도로 기온은 영상이었지만 체감온도는 영하라고 해도 될 만큼 추운 날씨였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봐왔던 다른 동유럽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별로 특별함은 없었고, 춥기만 엄청 추워서 입고 있는 옷과 목도리를 단단히 무장을 해야 했다.



숙소에서 체크인을 마친 후에 이제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맞이하러 나갈 준비를 했다.

일몰이 지고 있는 동안 세체니다리를 건너서 어부의 요새까지 향하는 트램 안에서 부다페스트의 일몰은 정말 강으로 비치는 햇살과 함께 트램 안에서의 일몰감상은 나의 차가웠던 몸과 마음을 초콜릿처럼 로맨틱하게 살살 녹였다.


어부의 요새에 도착해서 일몰을 보고 서서히 베일을 벗으면서 물들어가는 야경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벅찼다.



사진으로만 봤던 국회의사당의 야경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아, 이게 3대 야경이구나!' 싶을 만큼 머릿속에 새겨지듯 불빛이 파고들었다.


매일마다 도시 전체가 야경으로 빛나는 부다페스트의 밤은 새벽이 되어서도 꺼지지 않았다.

워낙 서울도 야경이 예쁘기 때문에 야경에 감탄할 일이 없을 거라 여겼는데,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감동을 넘어서서 잔상이 오래 남았다.


막상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본 날은 이 정도의 잔상이 남지 않았지만 다른 도시들을 여행하다 보니 기억 한편에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꺼지지 않는 불가은 잔상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만약에 동유럽여행을 간다면 부다페스트는 제일 마지막으로 가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황홀하지만 다른 도시들의 야경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어버린다.


이번 동유럽 여행은 부다페스트를 시작으로 체크코프라 하여 비엔나를 갔지만 야경만은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고, 유럽의 나라를 다 가보진 못했지만 아직도 야경은 부다페스트가 1위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타투 같은 잔상이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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