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조언
…나도 모르게 눈길을 돌리고 말았다. 그것은 내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것들 중의 하나였다. 주위 사람들도 나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신자들의 모습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한 태도로 그냥 스쳐 지나갔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엄청난 혐오감이며 이해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 음산함이었다. 그러나 그 혐오감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왜 그런 광경이 나에게 ‘가장 보고 싶지 않은 것들 중 하나’인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때는 깊이 생각해야 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그 광경을 재빨리 기억 속에서 지워 버렸다……
이제 그 육성에 잠시 귀 기울여주시기 바란다.
아니, 그에 앞서 상상해보시기 바란다.
때는 1995년 3월 20일, 월요일. 활짝 갠 초봄의 아침. 아직도 바람은 차가워 오가는 행인들은 모두 코트를 입고 있다. 어제는 일요일, 내일은 춘분 휴일. 즉 연휴의 한가운데다. 어떤 사람은 '오늘은 그냥 쉬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당신은 쉴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신은 여느 때처럼 아침에 눈을 뜨고 세수를 한 다음, 아침을 먹고 양복을 입고 역으로 간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붐비는 전차를 타고 회사로 향한다. 여느 때와 조금도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딱히 다른 날과 구분할 필요도 없는 당신의 인생 속의 하루에 지나지 않았다.
변장한 다섯 명의 남자가 그라인더로 뾰족하게 간 우산 끝으로 묘한 액체가 든 비닐봉지를 콕 쑤시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