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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Oct 05. 2024

단단한 맥주, 아쉬트리

- 여유 있는 마음으로 방문할 것

2호선 구의역에 내려서 2분 정도 걷자 통창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입구를 헷갈린 것은 전적으로 간판 조명을 켜지 않은 사장님 탓이다(농담입니다).



열려 있는 문 안으로 들어서자 외국인 손님들이 앉은 테이블 두 개와 혼자서 책을 읽으며 술을 마시는 한국인 손님이 보였다. 어디에 앉아야 하나 두리번거리는 사이 음식을 들고 튀어나오는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대충 ‘편한 곳에 앉으세요’라는 눈짓을 이해하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아쉬트리에서는 맥주와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는 모든 일을 사장님 혼자서 하고 있었다. 서비스에 민감한 분들이 많은 네이버에서 평점이 높지 않은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빙과 요리 모두를 담당하고 있는 조현두 대표는 벨기에와 영국에서 맥주를 배우고 온 사람이다.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캐스크 에일 맥주를 판매한다(1층에 위치한 아쉬트리  지하에 양조장이 있다고 한다. 대표님이 바빠서 구경시켜달라는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케스크 에일 탭. 거의 무슨 토르의 묠니르 같은 분위기다.


캐스크 에일은 가장 오래된 맥주 패키징 기법이다. 발효가 끝나기 전 캐스크(나무일 수도 금속일 수도 있다. 아쉬트리에서 정확히 어떤 캐스크를 쓰는지도 모르겠다)에 담아 발효를 시킨다. 탄산을 주입하지도, 특별히 냉각을 하지도 않는다. 그 상태로 숙성시킨 후 잔에 담긴다.


흔한 맥주 광고에서 보는 ‘시원함’과 ‘톡 쏘는 탄산’을 기대한다면 크게 후회할 수 있다. 하지만 ‘드물다’는 것은 우리를 유혹하는 힘이 있지 않는가?


맥주 탭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은 캐스크 에일 맥주를 맛볼 수 없었다. 조현두 대표는 인스타 공지를 통해 판매를 알린다고 설명해 주었다(살짝 경직된 표정으로 말씀을 시작했는데, 내 맥주 스승의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이 환해지셨다. 선생님 이름을 여기저기 좀 팔고 다녀야겠다). 이산화탄소를 주입하지 않는 캐스트 에일은 맥주를 따를 때 공기의 힘을 이용한다. 자연히 맥주의 수명이 짧아진다. 빠른 시간 내에 소진할 수 없다면 캐스크 에일을 파는 것은 영리한 선택이 아니다.


캐스크 에일을 맛볼 수 없다면 다른 맥주를 마셔보면 될 터. 첫 잔은 슬레이프니르 IPA와 어텀 세종이다. 슬레이프니르 IPA는 인디아 페일 에일이다. 누가 봐도 영국식 IPA다. 홉향이 강하고 깔끔하다. 그러면서도 은은한 과일향도 있는 드라이한 맥주다.


IPA와 어텀 세종

어텀 세종은 로즈메리와 타임 같은 허브가 들어간 세종이다. ‘세종’은 프랑스나 벨기에의 농부들이 만들던 에일로 알려져 있다. 농부들이 자신들이 수확한 곡물이나 향신료, 과일 등 손에 잡히는 것들을 넣어 빚은 맥주가 그 시초다. 어텀 세종을 마시자 근처 텃밭에서 허브를 뚝뚝 따서 맥주에 넣는 농부가 떠올랐다. 로즈마리 향과 맛이 강하게 나서 허브 맛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평가가 나올지 궁금했다.


포터와 타르트


다음은 브라운 포터와 써머 가든 타르트. 포터는 갈색이 될 때까지 가열 건조한 몰트로 만들어 진한 색이 특징인 영국식 맥주다. 아쉬트리의 포터는 깔끔하고 진하다. 내게는 앞으로 포터 맛집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써머 가든 타르트는 어쩐지 빵 이름 같지만 맥주가 맞다. 타르트 혹은 타트 에일은 가장 오래된 맥주 중 하나다. 현대 맥주들이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효모들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타트 에일은  야생효모를 이용한다. 그러니까 양조사가 미처 계산에 놓지 못한 맛과 풍미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잘 되면 새콤하고 시큼한 맥주가 될 수 있지만, ‘염소 냄새나는’, ‘가죽 맛이 나는’ 맥주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써머 가든 타르트는 체리향과 함께 타트 맥주 특유의 향이 난다. 람빅 맥주 등 자연 효모를 이용한 맥주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맛일 수 있지만 일반적인 라거를 드시는 분께는 추천하지 못할 풍미다. 물론 나는 엄청 좋았으나…….



안주로 시킨 피자도 괜찮다. 맥주를 잘 만드는 분이 안주까지 잘하다니 이건 좀 사기다 싶을 정도다. 하지만 혼자 분주한 상태니 손님이 부른다고, 혹은 소리를 지른다고 바로바로 해결되지 않는다. 아쉬트리를 방문할 때는 그냥 동네 맛집에 가는 기분으로 가볍게, 조금 늦게 사장님이 얼굴을 보이고, 또 천천히 안주가 나온다고 해도 그런가 보다 넉넉히 이해할 수 있는 마음으로 방문해 주시길 바란다. 그런 마음이라면 최고의 포터와 에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아쉬트리의 인스타 공지를 확인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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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광진구 아차산로 49길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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