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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Oct 02. 2024

맥덕들의 성지, 컬러드

-부산, 컬러드

요즘 부산은 젊은 층 인구의 유출로 ‘노인과 바다’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실제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해 보면 노인층이 압도적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맥주, 그것도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수제 맥주 펍들은 부산에 꽤 많이 포진해 있다. 몇 안 되는 부산의 젊은이들은 온통 수제 맥주를 마시는 펍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부산대역에 내려 상가가 늘어선 곳을 천천히 걷다 보면 부산대 정문에 도착하기 직전 즈음 컬러드를 발견할 수 있다. 



입구 왼쪽 바 형태의 테이블이 놓인 안쪽으로 맥주 탭이 보였다. 중앙에서 오른쪽, 불 꺼진 유리창 안쪽으로 맥주가 만들어지고 있는 발효조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머지 공간에 여러 종류의 좌석이 배치되어 있다. 


맥주를 따를 수 있는 각종 탭이 늘어서 있다.


왼쪽 벽에 달린 수도꼭지처럼 보이는 탭에는 각기 어떤 맥주를 따를 수 있는지 이름과 번호가 정해져 있다. 진로나 하이트 등 대기업의 생맥주를 취급하는 가게들에서 본 것과 비슷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뭐가 다른지 알려면 먼저 맥주를 패키징 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 


다 만들어진 맥주를 원하는 사람들의 식탁 위에 보내기 위해서는 대략 5-6가지 방법이 사용된다. 


먼저 캐스크 애일. 가장 오래된 맥주들은 바로 캐스크 에일에서 숙성되었다고 한다. 커다랗고 둥그런 나무통을 상상하면 된다. 그 안에서 효모들이 숨 쉬면서 탄산이 생성되고 맛이 형성되어 가는 것이다. 지금도 영국에서는 이 방식을 활용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꽤 드물게 사용하는 방식이라 쉽게 만나기는 어렵다. 


오른쪽이 그레이스, 왼쪽이 장전 7

다음은 병. 맥주 공방들에서는 발효가 끝나기 전 병에 넣어 숙성시킨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탄산이 형성된 맥주를 만날 수 있는데 이때 생을 마감한 효모 찌꺼기들은 병 아래 남게 된다. 대기업에서도 병에 맥주를 넣는다. 공방들과 다른 점은 대기업 제품들은 여과나 살균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다. 대기업에서 만든 맥주를 아무리 따라봐야 가라앉은 효모 찌꺼기를 만날 수는 없다.


다음은 캔. 소규모 브루어리들에서도 대기업에서도 캔은 유용하게 활용된다. 병에 담길 수 있는 것을 캔에도 담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음은 캐그. 담겨 있는 맥주가 변질되지 않도록 인공적으로 탄산을 주입하고 이산화탄소를 가압한 것이다. 컬러드의 탭들 뒤에는 이런 캐그들이 놓여 있을 것이다. 이런 캐그들은 반드시 저온에 보관되어야 한다. 공장에서 패키징 할 때부터 판매될 때까지 ‘콜드 체인 시스텝’으로 다뤄져야 한다. 


이세계 설렘, 그리고 설레임

마지막으로 기네스 시스템이 있다. 이산화탄소 대신 질소를 이용하는 방법인데, 기네스를 마셔본 분들이라면 그 조밀한 거품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생맥주’라고 부르는 것들은 캐그가 아닐까? 500CC, 1000CC 등 잔에 담겨 팔리는 대기업의 ‘생맥주’는 캐그에 담겨있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냉장보관이 필수는 아니다. 여과와 살균을 거쳤기 때문에 반드시 냉장 보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기업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맛도 같을까? 그건 마시는 사람이 판단해야 할 몫인 것 같다. 


컬러드에서는 이곳에서 자체 제작한 맥주(총총 등) 뿐 아니라 컬러드와 와일드 웨이브가 협업한 맥주(장전에일 등), 역시 부산에서 활동하는 와일드 웨이브의 맥주(서핑하이 등) 등 다양한 양조장의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에일부터 라거, IPA, 세종, 포더, 스타우트 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몽키 스패너와 QED

오프 시간에 맞춰 갔는데 내부는 금방 빈자리를 찾기 어렵게 되었다. 데이트를 하는 것임에 분명한 커플들과 바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식사를 하는 혼술족, 퇴근 후 한잔을 하기 위해 모인 것 같은 4명의 단체들까지 바를 채우고 있는 손님은 다양했다. 메뉴판에도 대강 적혀 있지만 자세한 내용을 요청하면 기꺼이 시간을 들여 설명해 준다. 


우리가 고른 것은 장전 7과 그레이스, 설레임과 이세계 설렘, 몽키 스패너와 QED였다. 그 맥주의 매력을 가장 잔 전달할 수 있는 잔에 서빙된다. 컬러드의 스타우트들은 내겐 버거웠지만 그 외에는 눈이 확 떠질 만큼 맛이 좋았다. 과연 ‘맥덕의 성지’로 불릴 만한 곳이다. 


주소 : 부산광역시 금정구 부산대학로 63번 길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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