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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May 10. 2020

사회적 거리 좁히기

은둔형 외톨이의 첫 인터뷰 도전기

 


'코로나를 멈추기 위해 우리 잠시 사회적 거리를 실천합시다.'


연일 매체에서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말이 흘러나온다. 타인과 거리두기를 습관처럼 해온 터라 일상처럼 무덤덤하다. 가장 자신 있는 잠수 타기와 은둔하기! 1인 가구로 생활한 지 몇십 년의 노하우는 혼자 놀기 달인이라고 할 만큼 통달할 지경에 이르렀다. 내 소원은 재미있는 일하며 노는 한량이 되는 거였다. 타인과의 소통이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았던 성격 때문에 현관문을 굳게 닫았다. 그렇게 뒹굴거리며 방바닥을 헤엄치며 놀고 있는데 한통의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네?! 인터뷰를 하시겠다고요. 아~~~ 그러면 주말에 카페에서 뵙죠."



전화를 끊고 잠시 멍했다. 천천히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머릿속에서 '어떡하지?를 되뇌었다. 잠시 아무것도 못하고 넋이 나갔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인터뷰라는 것을 하고 싶어 졌고, 사회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만나 글을 써보고 싶은 욕구가 일어났었다. 지인을 통해 정말 가볍게 소개를 부탁했는데, 너무나 쉽게 일찍 인터뷰가 잡혀버렸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덜커덕 큰일 나버린 것이다.


그것도 상대가 심리상담가인 미혼여성이라는 말을 듣고 머릿속에 혼미했다. 중년의 아저씨를 상상했는데 말이다. 내심 취소할까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내가 부탁해놓고 거절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도전해보기로 했다. 부랴부랴 질문지를 작성하고 관련 서적을 뒤졌다. 10가지의 질문지를 쓰고 미친놈처럼 혼자 질문을 해보고, 거울 앞에서 억지 미소도 지어보며 연습을 했다.


당일날, 신사답게 보이도록 정장을 차려입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가는 동안 버스 안에서 질문지를 반복적으로 숙지를 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갔다. 카페 문 앞에서 숨을 한번 훅 내뱉었다. 문을 열고 인터뷰 대상자가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최대한 어색하지 않은 것처럼 인사를 했지만, 내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저도 인터뷰는 처음이라 잘 부탁드립니다."



다행이다. 혹시나 실수할까 봐 노심초사했는데 서로 처음이니 내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이었다. 이런저런 잡담을 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도 어색했다. 내가 낯설어하니까 상대방도 불편한지 커피를 연신 마셨다. 나는 커피를 쭉 들이켜고 상담가에게 몸을 기울였다. 




"심리상담가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말씀해주세요."



어느덧 나는 심리상담가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3시간 동안 서로 질문과 답변을 오갔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빠져들었다. 그렇게 첫 인터뷰를 마쳤다. 카페 문을 열고 나와서 든 생각은 '재밌다'였다. 대화가 이렇게 즐거운 건가?! 예전 왜 두려워했을까? 첫 발을 내디디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었다. 항상 머릿속에서 준비만 하다 끝나기 일수였다. 결과가 없으니 경력이 초라하고 사회생활이 어려웠다.


그렇게 생애 처음 인터뷰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공상만 하던 은둔형 외톨이가 소통하기 위해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남들이 볼 때 별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나에게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사람과 물리적인 거리두기가 아니라 정신적 거리두기를 평생 해왔으니 말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중년이 돼서야 어른이 되고 있다.


나는 잠수 타기 상습범이었다. 연인이랑 싸워서, 출퇴근이 싫어서, 사람들과 있기 불편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평생 실천해왔다. 사회와 사람들에게 화가 나고 꼴 보기 싫었다. 이 감정이 나를 가두고 스스로 괴롭히는 은둔형 외톨이가 된 이유였다. 지금 세상이 거리두기를 말할 때 나는 사회적 거리 좁히기를 한다. 소통의 맛을 알게 된 그 날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출발선이 되어 주었다. 



'외톨이를 멈추기 위해 나는 사회적 거리 좁히기를 실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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