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귀신같은 그녀
라이더는 고객과 잠깐 마주하는 순간이 있다. 음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성별, 옷차림, 냄새, 집안 분위기 등을 어쩔 수 없이 잠깐 보게 되기도 한다. 늦은 저녁 마지막 배달을 하는데, 고객의 집은 후미진 골목 귀퉁이에 있었다.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현관문이 스르륵 열렸다. 나는 고객을 보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을 뻔했다.
'귀.... 귀신이다'!
너무 놀라 나도 모르게 나직이 말했다.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녀는 머리카락은 번개 맞은 듯 산발한 체, 얼굴빛은 검은색이다. 양쪽 볼은 쏙 들어가 있고 살은 핏기가 없었다. 눈빛은 초점이 없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방안은 온통 비닐봉지와 알 수 없는 쓰레기가 너저분하게 있었다. 몇 달은 청소하지 않은 것처럼 악취가 진동했다. 방안은 너무 어두웠다. 창문에는 어두운 커튼으로 쳐져 있고 폐가와 다를 바 없었다.
너무 놀라서 머뭇거리다 음식을 그녀에게 전달했다. 음식을 받아 들고 문이 닫혔다. 연신 뒤돌아 보며 혹시라도 따라오지 않을까 할 정도로 무서웠다. 잠깐 동안 바이크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살면서 그런 모습을 한 사람은 실제로 처음 봤다. 이 일을 하면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혹시 은둔형 외톨이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봤다. 나는 어릴 적부터 부끄럼이 많고 숨는 버릇이 있었다. 어릴 때 습관은 어른이 돼서도, 방구석에 혼자서 게임이나 인터넷에 빠져 있곤 했다.
개인적인 큰 곤란을 겪거나 아픔이 있으면, 몇 달 동안 은둔형 외톨이로 지냈다. 부모님과 여동생은 그런 나의 갑작스러운 모습에 깜짝 놀랐었다. 그녀도 무슨 사연인지 모르지만, 혼자 지내는 것 같았다.
'힘들지. 그럼 도망가!
그 당시 나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나의 모습에 설명할 방도가 없었다. 왜, 나를 자책하고 칼로 마음속을 갈라놓는 것 같은 자기 비하를 했는지. 중년이 되고 나서 일종의 자기 점검을 하게 되었다. 나는 나 자신을 실험을 하면서, 일종의 습관의 속임수에 속으면서 살아온 것 같았다.
'힘들지. 그럼 도망가! 일종의 최면 암시 같은 구호가 내 머릿속에서 지배했다. 세상과 나를 분리되어 나를 스스로 감금시켰다. 간간히 그녀와 같은 음울한 모습을 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방구석 외톨이로 지낼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나 자신도 몰랐다. 내가 움직이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다. 이런 위험에 처한 사람들은 서서히 죽어가는 자살자와 같다. 스스로 자신의 영혼을 말려 죽이는 것이다. 작은 관심이 그들에게 큰 파도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