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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Oct 30. 2022

배달의 수행

6. 커피와 욕 한 사발

고객들에게 음식을 배달하는 하면서, 가장 의미심장한 두 가지 사례가 있다. 한 번은 달동네로 배달을 갔다. 유달리 주소 찾기 힘든 지역이 있는데, 그중 난이도가 높은 곳 중 한 곳. 지은 지 오래된 주택(재개발 구역)들이 산 중턱에 자리한 주소지다. 


특히 이런 지역은 오토바이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많다. 도로가에 세워두고 걸어서 주소지를 찾아야 한다. 가장 배달하기 어려운 장소다. 밤이면 더 찾기 힘들었다. 족히 30분을 헤맨 것 같다. 겨우 찾아들어간 허름하고 작은 주택. 


배달 왔습니다.


한 청년이 문을 열고 나왔다. "죄송합니다. 배달이 늦었습니다. 주소 찾기가 힘들어서", 그 청년은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거 가져가서 드세요." 넌지시 내게 캔커피를 건넸다. 계면 적게 웃으며 받았다. 


괜스레 미안했다. 주소 찾느라 속으로 짜증을 내며 왔는데 말이다. 저 너머 한강이 보며 커피를 마시는데 힘이 좀 난다. 싼 캔커피일지라도 스타벅스 커피보다 유달리 달고 맛있다.


두 번째로 거리가 먼 배달 건수 하나가 배정받았다. 라이더들이 기피하는 주문건이다. 배달지역 고객 중 블랙리스트가 있다. 가기 전에 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좀 어려운 고객이니 적당히 맞혀달라고 한다. 




정말 가기 싫었다. 이건 보나마다 지금 빨리 가도 욕먹겠다 싶었다. 거리도 상당한데, 가는데만 30~40분은 걸렸다. 아니나 다를까! 초인종을 누르니 한 분이 나오셨다. 


역시 화난 표정으로 온갖 쌍욕과 거친 말을 내뱉었다. 아~! 정말 힘들게 왔는데 말이다. 나 역시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라 나도 화가 났다. "고객센터에 신고하세요." 나도 지지 않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주머니는 움찔하면서 아무 말도 못 하셨지만, 겁을 먹은 거 같았다. 밤늦은 시간에 헬멧을 쓴 건장한 남자니 그럴 만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러지 말걸 했는데. 대뜸 화를 내는 고객을 보면, 힘이 빠지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라이더는 "맛있게 드세요." 고객은 "감사합니다."


고객과 라이더는 말 한마디 나누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일반적으로 이 두 마디가 다다. 세상의 판도가 바뀌고 급변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역시 근본적인 것은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이다. 이 두 번의 경험은 찰나의 만남에서 오랫동안 영향력을 주고받기도 한다. 입에서 나오는 인사말이 상대방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기분 나쁜 말을 받으면 그날은 사고 날 확률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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