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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editor Jul 17. 2023

참 소중한 너라서

매일의 미술관

“소중한 존재였다는 걸 말하는 거야. 아라야.”

눈물이 많은 아이가 학교에서 언짢은 일을 겪거나, 놀림을 받거나, 의기소침해 질 때마다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투덜투덜, 입을 쑥 내민 아이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 태어났을 때 얼마나 귀엽고 소중했는지, ‘우리 집에서 가장 큰 기쁨을 주는 존재라 이름도 ‘조아라’..라고 지었다고...매번 너만 보면 ‘아이 조아라, 조아라~’한다는 얘기를.

아이에게 가끔 슬퍼질 때마다 ‘조아라 조아라’ 조용히 이름을 불러보라고. 

나란히 누운 채 천장을 보며 딸 아이의 이름을 나직나직 불러주며 성난 마음 잠재우듯 잠을 재우곤 한다. 내가 그렇게 자라 어른이 되었듯이 어릴 적 받은 ‘사랑’을 소중히 품고서

‘소중한 존재’로서의 너의 자리를 꼭 붙잡고 살면 되는거라고. 



주말 내내 아이와 부대끼다 도망치듯 박물관으로 도피했던 오늘. 

우연히 마주한 조그마한 신라 토우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한 여자가 젖가슴을 드러낸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천으로 덮인 주검을 부여잡고서.

“이 특별한 동행,.은 누군가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공간 안에 부유하는 축축한 눈물들을 본다. 내 것인지, 누구의 것인지 모를 것들이 자꾸 흘러내렸다. 소중히 여기는 마음. 애틋함으로 이어진 시간을 초월한 연결이 나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울퉁불퉁 거친 표면에 담긴 표정들, 작은 선에 담긴 감각들을 상상하며 지친 일상을 새롭게 환기하는 경험. 

텁텁한 삶 한가운데 찾은 이곳. 전시장에 놓인 건 유물이 아니라 나의 오늘이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며. 전시장에서의 애틋한 마음을 주머니 속에 쏙 집어 넣었다.

‘소중한 마음’들이 흐트러질 때마다 주머니 속 조약돌 꺼내듯 꺼내 만지작 만지작 해야지.

이 작은 신호를 따라 모아둔 조약돌같은 마음들이 쌓여만 간다. 만지작 만지작. 내 손에 쥐여진 것들 사이로 희망이, 의지가, 삶의 기쁨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국립중앙박물관#신라토우#특별전#영원한여정#특별한동행#죽음#슬픔#death#ceramics#위로#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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