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수와 귀녀, 두 사람의 신경전을 보면서
아슬아슬 위태로운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데 비를 머금은 마파람까지 불어온다.
몸이 오소소 하다.
일촉즉발.
외줄의 팽팽함이 전류가 흐르듯 발끝에서부터 시작해서 온몸을 휘감는다.
치수와 귀녀의 생의 마지막 대면 장면을 읽으면서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이년!”
“예?”
“이년! 그래 애는 뱄느냐?”
속절없이 애를 밴 귀녀로서는 청천의 벽력 같은 말이이었다. 얼굴이 풀잎같이 변한다.
“나쁜 년 같으니라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더라고 이년!”
“…….”
이 순간 최치수가 그녀를 옴짝달싹할 수 없게 궁지로 몰았더라면 그는 나중에 죽음을 피할 수 있었을까.
귀녀는 모든 게 끝났구나 자포자기하고 줄행랑을 쳤더라면 사랑꾼 강포수와 어화둥둥 새로운 삶을 꾸렸을까.
귀녀에겐 분명 위기였다. 그러나 누군가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한 발만 더 나가면 벼랑일지 구원의 계단일지 아무도 모르는 그 찰나. 위기를 기회로 기회를 위기로 만드는 건 자신에게 달렸다. 벌겋게 핏발이 선 눈으로 무섭게 치수를 향해 대항하는 귀녀. 재빨리 주인 없는 성에서 꼭대기를 차지할 방도를 찾는다.
아.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녀를 내가 지금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구나.
뚫어져라 같은 페이지를 응시하며 그녀의 ‘능력’에 대해 감탄하고 부러워하고 있구나.
나는 한 발 앞으로 내딛는데 뭐가 그리 어렵고 힘들어서 오소소 겁을 냈던가.
자신이 없었던 건 아닐까. 알았다.
나는 귀녀처럼 분명한 목표가 없었구나.
구체적인 목표도 없이 나는 손만 휘저었으니 아무것도 잡히지도 걸리지도 않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던 시간일 수밖에 없었다.
목표 설정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첫 단계다 – 토니 로빈스
진정으로 행동하고 결정하기 위한 첫 단계, 목표!
다시 꿈을 꾸자.
초점을 맞춘 귀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