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틸 Mar 15. 2023

13. 그게 뭐라고

눈물의 황금별

둘째 아이가 품에 안겨 울다가 잠이 들었다. 가슴팍이 아이의 눈물로 축축해져 있었다. 내 다독임이 아이에게 위로가 되었을까. 작은 아이의 눈물은 언제나 마음에 오래 남는다. 훌쩍거리느라 불규칙적으로 들썩이던 아이의 몸이 가만해지고 나서도 한참을 안고 있었다.


그렇게 하기 싫으면 하지 마. 그냥 자.


아빠의 짜증 섞인 목소리. 그때부터 터진 아이의 눈물. 중간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리는 엄마.

아이는 또래보다 발음이 부정확해서 나와 남편은 평소에 걱정이 많았다. 때마침 아이가 ‘황금별’이란 노래를 좋아해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는 것을 보았다. 아이는 들리는 대로 따라 부르다 보니 또박또박 부르지 못했고, 아이 아빠는 이거다 싶은 생각을 했는지, 노래 가사를 뽑아 왔다. 처음에는 나한테 한 구절씩 가르쳐 보라고 했는데,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서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아빠가 아이에게 노래 가사 가르치기 시작했다.


구몬을 풀고 이제 막 유튜브 영상을 보던 아이는 노래 가사 읽기가 귀찮게 느껴졌던 것 같다. 당연히 하기 싫어서 몸을 배배 꼬고 태도가 좋지 못했다. 평소에 잘 어르고 달래기를 잘하는 아빠가 짜증이 올라올 정도로. 결국 그 끝은 파국.


이불에 들어간 아이가 한참을 훌쩍이더니, 아빠한테 가서는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미 짜증이 단단히 난 아빠는 받아주지 않았다. 그때부터 아이는 서럽게 울었다. 나는 중간에서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저 울고 있는 아이를 불러 안고서는 한참을 다독여 줄 수밖에 없었다. 속상하겠구나. 자고 나서 엄마가 내일 다시 잘 알려줄게. 괜찮아. 괜찮아.


그러는 동안 남편에 대한 화가 마음속에서 부글부글 올라왔다. 처음에는 그럴 수 있지만, 중간에 아이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배우겠다고 했을 땐 받아줬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울고 있는 아이를 나중에라도 마음을 풀어주거나. 내 생각 달랐다는 것, 내 마음처럼 아이를 대하지 않는 남편이 미워졌다. 방 안 공기가 싸늘하게 변했다.


아이가 잠들고, 황금별 노래를 찾아 듣는데 가사가 마음에 탁 걸렸다. 사랑을 부르는 노래에 이렇게 아이가 눈물바람으로 잠들고 나와 남편 사이의 분위기는 싸해진 상황이 속상해졌다. 평소 같으면 남편을 불러 몇 마디라도 했을 텐데, 노래를 듣고 나니 마음이 울컥해져서 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남편의 시작은 아이에 대한 걱정이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발음이 좋아질 수 있다면 뭐라도 해 주고 싶은 마음. 품 안에 있는 아이를 잘 품고 싶은 마음.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는 아이의 태도에 짜증이 났을 것이다. 아마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엄마가 답답하고 못마땅했을 수도 있다. 사랑과 관심이 이렇게 아이의 눈물로 변하는 순간이 항상 속상하고 불편하다. 그것이 남편에서 비롯되었을 때는 정말이지 어렵다.

남편의 감정과 태도를 내 뜻대로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 이미 울고 있는 아이의 마음속도 다 알 수 없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속상하다. 이런 불편한 상황을 눈치채고 조용해진 큰아이가 뒤늦게야 눈에 들어온다.


아무런 방법을 찾지 못하고 무거워진 마음으로 다시 침대로 돌아갔는데, 둘째 아이가 굴러서 아빠 옆으로 가서 누워있었다. 갑자기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부모가 세상 전부인 아이. 그런 아이의 뺨에 남은 눈물 자국이 마음을 아리게 했다.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참 무력하게 느껴졌다. 좀 더 현명한 사람이었으면 좋을 텐데. 그저 다시 한번 꼭 안아주었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12. J형이 되고 싶은 P형 인간의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