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는 '남는 장사'다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미생']
대리 1년차 직원입니다. 저희 팀장님께서는 팀원들을 별로 케어해주시지 않으세요. 본인 실적에만 관심 있으시고 '팀원들은 그냥 알아서 성장하겠지'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조언도 별로 안 해주시고, 일을 시키실 때에도 별다른 고민 없이 막 던지시고. 팀원들을 잘 키워주시는 팀장님들은 보통 어떻게 하나요?
팀장님 복이 별로 없으시네요. 하지만 제 경험상 대부분의 팀장님들이 다 이런 식입니다. 자기 코가 석 자인데 팀원 육성에 신경 쓸 틈이 어디 있겠어요? 팀원들 가르쳐주고 코치하는 것도 다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죠.
여유가 있어도 노력을 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허구한 날 말로는 "에이스 팀원을 원한다"라고 하시면서 팀원 육성에는 나 몰라라 하시죠.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지 옆 팀 에이스를 빼오려고 하거나 경쟁사 인재를 스카우트하려고만 하죠. 그러나 소용없을걸요. 팀장님이 팀원을 육성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탐스러운 귤을 데려와도 결국에는 탱자가 됩니다.
하지만 개중에는 팀원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자기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분들이 계시죠. 이런 분들은 '에이스' 팀장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은데요. 그럼 지금부터 '에이스' 팀장은 '에이스' 팀원을 어떻게 육성하는지에 대한 제 '51% 정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팀원들을 평가할 때 최소한 1년 정도 기간을 갖고 장기적으로 판단합니다.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팀장님들 중에는 한 달만에 팀원의 성향은 물론 업무 역량과 장단점까지 모두 파악했다고 주장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심지어 "팀원이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10분 동안 말 몇 마디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다"라고 단언하시는 분도 있죠. 제 생각에 이건 판단이나 파악이 아니라 '선입견' 또는 '편견'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물론 경력직 채용 인터뷰를 할 때, 또는 타부서에서 팀원을 받을지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정말 10분 안에 그 사람에 대해서 평가를 내려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내 팀원이라면 얘기가 다르죠. 한 달 일해 보고 '이 사람은 아니다' 싶으면 팀원을 버릴 건가요? 개중에는 단 한 달만에 팀원의 방출을 결정하시는 분도 봤습니다만, 이런 분은 정말 몰지각한 분입니다. 적어도 에이스 팀장님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팀원을 길게 보고 평가한다는 말은 보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팀원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말입니다. 어떤 팀원이 기대만큼 일을 못해도 '얘는 아니야'라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말이죠.
부연 설명드리면, 팀원이 일을 못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그 친구가 정말 일을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니면 (2) 업무 환경이 그 친구랑 잘 안 맞을 수도 있고, 이도 아니면 (3) 그 친구랑 잘 맞지 않는 업무를 줬을 수도 있고 등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그것을 모두 팀원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조금 더 시간을 갖고 팀원에게 다른 기회를 준 뒤 다시 평가하자'는 게 길게 보고 평가한다는 의미입니다. 비유하자면 재판을 단심으로 속단하지 말고 재심, 항소심까지 진행하자는 얘기죠.
팀원이 기대만큼 일을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신 바싹 차릴 수 있도록 따끔하게 혼내줘야 할까요? 그래도 안되면? 한 번 목숨 걸고 죽기 살기로 일해보라고 벼랑 끝까지 밀어붙여 볼까요?
이때 에이스 팀장이라면 팀원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기반성을 합니다. '혹시 내가 이 팀원에게 적합하지 않은 업무를 준 것은 아닌가?' 그러고 나서는 그 팀원이 잘할 수 있는 업무를 찾아줍니다. 필요하다면 팀원의 장단점을 세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그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경험담
저도 팀장 시절에 '머리는 굉장히 좋은데 일은 잘 못하는' J대리를 팀원으로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의욕이 없고 일을 열심히 안 하는 걸로 유명한 분이었죠. 저도 처음에는 탐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분은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분이었습니다. 이런 직원에게 단순 업무만 시키니까 금세 흥미를 잃고 일을 대충하게 되었고, 결국 좋은 결과물을 내지 못했던 거였죠.
그래서 저는 이 분에게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한 전략 업무와 새로운 트렌드를 파악하는 해외 벤치마킹 업무를 주로 시켰습니다. 그랬더니 좋은 결과물을 많이 가져왔습니다. 1년 후에는 승진해서 그룹의 핵심 보직으로 이동하였고요. 저는 에이스 팀장은 아니었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에이스 팀장이라면 모든 팀원들을 획일적으로 대하지 않고 팀원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팀원을 대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폴 허시와 케네스 블랜차드가 확립한 '상황적 리더십'(Situational Leadership) 이론을 들 수 있습니다. 상황적 리더십 이론에 따르면, 팀원의 의욕과 역량이 어떤 지에 따라 꾸지람, 가르침, 칭찬과 격려, 위임 등 리더십 스타일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적절히 섞어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경험담
J대리 얘기를 조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분이 처음 제 팀으로 왔을 때에는 일을 못한다고 계속 꾸지람을 들어서 그런지 매우 의기소침해 있었습니다. 아마 살아오면서 일을 못하다는 얘기는 여기서 처음 듣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그동안 계속 일 잘한다는 얘기만 들어오다가 그런 얘기를 들었으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겠죠.
저는 일단 이 분께 "당신은 남들보다 창의력이 풍부하고 머리가 좋기 때문에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라고 용기를 북돋워줬습니다. 그리고 작은 성과에도 칭찬을 해주며 일을 조금씩 더 많이 맡겼죠. 그랬더니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놀라운 성과를 보였습니다. 다시 한번, 저는 에이스 팀장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에이스 팀장은 팀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여기서 '편안하게 해준다'는 의미는 '당나라 군대처럼 농땡이 피우는 것을 모른 채 눈감아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정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는 의미입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쓸데없이 군기 잡는 짓은 하지 않는다는 거죠.
팀 분위기가 편안해야 각자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팀 분위기 조성에 대한 책임은 바로 팀장에게 있습니다.
경험담
예전에 한 번 이 세상에서 자기만 잘 났고 자기랑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하는 자의식이 매우 강한 본부장이랑 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분은 툭하면 신경질을 냈죠. 일을 잘 해도 무언가 하나 꼭 트집을 잡아서 한 마디 했습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어서 완성도보다는 보고 시간에 우선을 두고 업무를 진행했을 때에는 "모든 일을 항상 완벽하게 하라"며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동안 하루하루가 지옥이었고 저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습니다. 당연히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고요. 이 분은 '에이스'랑은 완전히 반대편에 위치한 분이셨습니다.
에이스 팀장은 오늘따라 팀원이 일을 잘 못하면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하며 팀원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팀원이 개인 사정으로 양해를 구하면 이를 배려합니다. 그리고 일을 잘하던 팀원이 한 동안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누구나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며 기다려줍니다.
물론 이러한 팀장의 배려심을 이용해 개인적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다소 근본이 부족한 팀원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팀원이라면 팀장의 이러한 이해심에 보답하고자 더욱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팀원들을 배려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은 해야죠. 에이스 팀장은 팀의 성과 달성을 위해서, 그리고 팀원들의 기량 발전을 위해서 계속해서 더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합니다. 한 마디로 팀원들을 신뢰하고, 기다려주고, 업무 외적으로 배려해주지만, 업무적으로는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팀원들을 계속 푸시하는 역할도 함께 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팀장님과 함께 일하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특히 에이스 팀장일수록 일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베푸는 만큼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팀원들의 이익과 배치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성과가 나고 팀장이 인정받아야 팀도 잘 되는 거니까요.
이상으로 '에이스 팀장의 에이스 팀원 육성 전략'에 대해서 간단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제가 앞서 "팀원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자기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팀장님들도 계시다"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사실 이때 '자기희생'이라는 표현은 단기적으로는 맞는 말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틀린 말입니다. 팀원들을 육성하는 게 단기적으로는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 힘들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팀장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죠. 자기 팀원들이 일을 잘하게 되면 결국 '자기 이득' 아니겠어요?
팀장님들, 조금 길게 보시죠. 오늘부터 한 번 '에이스' 팀원 육성해보시죠.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1. '에이스' 팀장은 팀원들을 길게 보고 평가하면서, 팀원이 잘 하는 일을 찾아주고, 팀원이 처한 상황에 맞게 팀원을 대한다.
2. 또한 팀 분위기를 편안하게 해 주고, 팀원을 이해하고 배려하지만 동시에 약간 더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해서 팀원을 푸시한다.
3. 이런 식으로 팀원을 육성하는 게 단기적으로는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 힘들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팀장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감하시면 다른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도록 공유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