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찰리브라운 Oct 04. 2017

내 아이디어에 목숨 걸지 말자

아이디어를 낸 사람과 그 사람의 아이디어를 동일시하지 말자

[사진 출처: 미드 'The Office']





Question


1년차 대리입니다. 저희 팀 과장님은 누가 자기 제안의 단점을 지적하면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십니다.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할 때에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항상 밀어붙이시려 하시고 다른 팀원들이 이에 대해 이슈를 제기하면 언짢아하십니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도 과장님의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쉽게 비판을 못하고 웬만하면 그냥 넘어갑니다. 사실 어떤 아이디어라도 그것이 채택되기 전까지는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Answer


질문하신 분께서 이미 답을 말씀하셨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아이디어라도 그것이 채택되기 전까지는 누구라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설사 그것이 팀장님의 아이디어든 사장님의 아이디어든 관계없이.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왜냐하면 질문하신 분 팀의 과장님처럼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서 누가 이슈를 제기하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들 때문이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그렇게 행동하시는 분들이 우리 주변에 정말 많아요. 우리도 은연중에 그렇게 행동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제 선배님 중 한 분은 누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아주 조금이라도 비난할라치면 매우 히스테리컬 한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더 좋은 대안 있으면 갖고 와봐!" 하시면서 펜을 집어던지시곤 하셨죠. 그런 반응을 보이시는데 거기다가 "예, 더 좋은 아이디어 있습니다. 지금 말씀드리겠습니다"하는 사람은 없죠. 그냥 "죄송합니다" 하고 입 다물고 있어야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제 선배님처럼 '열정'과 '독선'을 혼동하는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자기가 무슨 스티브 잡스인양 자신의 아이디어가 마치 세상이라도 바꿀 것처럼 열변을 토하죠. 그리고 누가 그 아이디어에 대해 아주 약간이라도 의문을 제기하기라도 하면 마치 변화를 거부하는 꼴통 세력 다루듯이 거칠게 공격합니다. 열정과 열의를 갖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자세입니다. 하지만 열정과 열의도 그 정도가 지나치면 독단과 독선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처럼 자기 아이디어를 지나치게 고집하는 행동을 가리켜 '내 아이디어에 목숨 건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처럼 내 아이디어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 생각이 다른 사람보다 더 훌륭해야 한다는 우월의식? 지나친 경쟁의식과 승부욕? 인격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 글쎄요. 다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과 자신의 아이디어를 동일시할 경우 누가 내 아이디어를 공격하면 마치 본인이 공격받은 것처럼 기분이 언짢을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공격하는 것을 마치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 또는 자신의 지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죠.


자신의 아이디어에 목숨을 거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디어와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 아닐까


내 아이디어에 목숨 걸지 마십시오. 내 아이디어가 공격받는다고 내가 공격받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도 누구의 아이디어랑 아이디어를 낸 사람을 동일시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동일시할 경우 아이디어를 낸 사람의 눈치가 보여 그 아이디어를 쉽게 비판하지 못합니다.


내 아이디어에 목숨 걸지 마십시오. 내 아이디어가 공격받는다고 내가 공격받는 게 아닙니다.



제안


우리 모두 함께 다음과 같이 생각의 틀을 전환해 보면 어떨까요?



1. 팀에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순간 그 아이디어는 개인이 아닌 팀 소유물이 된다


극단적인 비유를 하자면 내가 팀에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순간부터 그 아이디어는 더 이상 '마이 베이비'(my baby)가 아닌 '아워 베이비'(our baby)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비록 내가 잉태한 아이디어이지만 제안하는 순간부터는 내 개인 소유물이 아닌 팀의 공동 소유물이 된다는 것이죠. 


다시 말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그 아이디어를 낸 순간 자신과 아이디어를 분리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팀에 제공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죠. 이렇게 생각의 틀을 전환하면 아이디어를 낸 사람과 그의 아이디어를 더 이상 동일시하지 않게 됩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죠. 팀원들간 어느 정도는 신뢰가 쌓여야 가능합니다.


내가 팀에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순간 그 아이디어는 개인이 아닌 팀 소유물이 됩니다.



2. 팀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팀원 누구가 자유롭게 비판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그 아이디어는 더 이상 개인 소유물이 아닌 팀 전체의 공동 소유물이기 때문에 팀원이라면 누구가 그 아이디어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고, 수정할 수 있고, 보완할 수 있고,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그 아이디어랑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기 때문에 누가 그 아이디어를 비판해도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고 그 아이디어가 형편없는 아이디어로 판결 나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을 눈치 볼 필요가 없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선배가 낸 것인데 내가 비판하면 안 되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그 아이디어는 더 이상 선배가 독점권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팀원 모두의 아이디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팀원이라면 누구나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이 낸 아이디어라고 해서 '나 몰라라'해서는 안됩니다. 비록 내가 '잉태'한 아이디어는 아닐 지라도 나에게 '양육의 의무'는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팀원이라면 다른 팀원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결국 내 아이디어를 누가 비판해도 좋고 나 또한 다른 팀원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비록 내 아이디어가 아니고 다른 팀원의 아이디어라도 이를 수정하고 보완해주어야 한다.



3. 단, 서로 예의를 갖추고 '페어플레이' 하자


이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은 팀원은 '경쟁자'가 아니라 '같은 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비판할 때 너무 신랄하게 공격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납니다. 또한 선후배를 떠나 인신공격성 발언도 삼가야겠죠.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얼토당토않은 얘기네"라든가 "누가 이런 초딩 수준의 아이디어를 냈어?"라든가 "이런 아이디어는 내 중학생 조카도 내지 않는다"라든가. 이런 말들은 모두 팀워크를 해치는 몰상식한 발언입니다. 


또한 아이디어를 가로채는 행위는 삼가야 합니다. 잉태한 순간 '마이 베이비'가 아니라 '아워 베이비'인데 그것을 낳지도 않은 사람이 '마이 베이비'하면 안 된다는 말이죠. 그런데 보면 꼭 그런 사람 있습니다. 팀 브레인스토밍 때에 나온 얘기를 마치 자기 아이디어인 것처럼 상사에게 어필하는 사람을 여럿 봤습니다. 이건 '파울 플레이'죠.



4. 팀장은 최초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을 기억해서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이때 팀장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최초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이 누군지 기억해두었다가 나중에 인사고과에 반영해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좋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려 하지 않겠죠. 


일반적으로 어떤 제안이 채택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일반화시킬 수 있습니다.


업무 순서

1. 아이디어 제안 > 2. 지지 및 동의 > 3. 허점 지적 및 반대  > 4. 아이디어 수정 보완 > 5. 최종 방안 결정


이를 업무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다시 '나래비'시키면 아마 이렇게 될 것입니다.


업무 기여도

1. 아이디어 제안  > 4. 아이디어 수정 보완 > 2. 지지 및 동의 = 3. 허점 지적 및 반대  > 5. 최종 방안 결정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수정 보완하거나 여기에서 허점을 발견하는 행동보다는 최초로 어떤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행동이 가장 기여도가 높다는 말씀입니다. 결국 아이디어를 많이 제안한 팀원은 그만큼 팀에 기여를 많이 한 것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팀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제안하겠죠.




내 아이디어에 목숨 걸지 마십시오. 그리고 아이디어를 낸 사람과 그 사람의 아이디어랑 을 동일시하지 마십시오. 


어느 한 사람의 머리에서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한 명의 단독 판단보다는 집단 지성을 믿어 보십시오. 


나눌수록 커지는 건 의외로 많습니다.


브라우니 나눠 드실래요? 우리 같이 살쪄요!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아이디어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을 동일시할 경우 누가 내 아이디어를 비판하면 마치 내가 비판받은 것처럼 기분 나쁘고, 다른 사람도 아이디어를 낸 사람의 눈치가 보여 그 아이디어를 쉽게 비판하지 못한다. 

2. 따라서 팀에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순간 그 아이디어는 개인이 아닌 팀 소유물이 된다고 하자. 그러면 팀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팀원 누구가 자유롭게 비판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3. 단, 팀원들은 서로 예의를 갖추고 '페어플레이' 하고, 팀장은 최초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을 기억해서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감하시면 다른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도록 공유 부탁드립니다. 


이전 10화 '갑'일수록 '을'처럼 행동하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