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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브라운 Aug 13. 2020

혼밥도 죄인가요?

점심시간만이라도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 주세요

[사진 출처: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Question


40대 팀장입니다. 저희 팀은 인원 수가 적기 때문에 점심 식사를 할 때 다 같이 하거든요. 그런데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 중 한 명은 맨날 혼자 밥을 먹어요.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일주일 내내 그래요. 다른 팀원들이 같이 밥을 먹자고 해도 그냥 혼자 먹겠다고 하고. 심지어 팀장인 제가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해도 "특별한 일이 아니면 혼자 먹겠다"면서 거절을 합니다.


그걸 보고 옆 팀장은 제게 "왜 신입사원을 왕따 시키느냐"면서 핀잔을 줘요. 제가 그러는 게 아닌데... 그래서 하루는 제가 조금 강하게 "오늘 하루만 팀원 전체랑 같이 식사를 하자"라고 했더니 "그럼 제게 점심시간 외에 한 시간의 휴식시간을 주세요"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저도 같이 먹자는 얘기를 안 합니다.


뭐, 이런 친구가 다 있죠?

  



Discussion


사회자

팀장님께서 만만치 않은 신입사원을 만나셨네요. 요즘은 회사마다 이런 친구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이 이슈에 대해서 김 부장님과 송 대리님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간단 프로필
김 부장: 40대 후반, 20년 차 한 우물을 판 남성 직장인, 별명 '꼰대'
송 대리: 20대 후반, 3년 차 여성 직장인, 이직 경험 두 번, 별명 '젊은 꼰대'



김 부장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친구네요.



송 대리

아니, 그걸 왜 '사회성의 문제'로 보시죠? 그냥 '식성의 차이'로 봐주시면 안 되나요?



김 부장

모든 사람들이 식성이 다 같을 수는 없습니다. 저는 된장찌개를 좋아하고 제 와이프는 수제비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부가 따로 앉아서 식사를 할 수는 없잖아요? 하루는 된장찌개를 먹고 또 다른 날은 수제비를 먹더라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팀원 간 식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팀원 모두가 식성이 똑같을 수는 없죠. 하지만 팀원들끼리 각자 다른 식성을 조금씩 양보하면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게 보다 좋은 팀워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팀워크보다 내 식성이 더 중요하다" 또는 "나는 내 식성을 조금도 양보하지 못하겠다"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사회성에 좀 문제가 있는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각자 다른 식성을 양보하면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게 좋은 팀워크



송 대리

물론 그 말씀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때로는 개인의 식성보다 팀워크가 더 중요할 수 있죠. 저 또한 가끔씩 혼밥을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팀점까지 거부하면서 맨날 혼밥을 하는 것은 조금 특이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그냥 단순히 '신입사원 개인의 이슈'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팀원으로서 팀장님이랑 같이 점심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자리가 결코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먼저 메뉴 선정을 대부분 팀장님께서 하십니다. 아마 많은 팀에서 그렇게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김 부장

아뇨! 저희 팀은 그렇지 않습니다. 매일 번갈아가면서 메뉴를 정합니다.



송 대리

팀원들이 메뉴를 고른다고 해서 그게 정말로 팀원들이 원하는 메뉴라고 생각하세요? 저희 팀도 매일 번갈아가면서 메뉴를 정합니다. 그런데 만약 팀장님이 안 좋아하시는 메뉴를 정하잖아요? 그럼 그날 분위기 안 좋아집니다.


하루는 눈치 없는 신입사원이 점심에 팬케이크 하우스를 가자고 했어요. 물론 많은 팀원들이 좋아라 했죠. 그런데 팀장님은 조금 당황해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입맛에 잘 안 맞았던지 "이게 맛있어?", "이런 걸 왜 먹지?" 이런 말씀을 계속하시는 거예요. 오후에는 팀원들 다 들으라고 "점심을 시원치 않게 먹어서 그런지 머리가 안 돌아가네"라고 하셨고요. 그런 일이 몇 번 있고 난 다음부터는 모두들 팀장님 입맛에 맞춰서 메뉴를 고르죠. 팀장님께서 좋아하시는 것으로요.



김 부장

팬케이크는 주말에 가끔 먹어야지 그걸 평일 점심에 먹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리고 밥이나 면을 먹어야 배가 든든하지 빵이나 샐러드 이런 것을 먹고 어디 오후에 힘이 나겠어요? 점심 메뉴로 팬케이크를 먹는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아니죠.



송 대리

저는 오히려 설렁탕이나 매운탕을 먹는 게 더 부담스러워요. 먼저 머리에 냄새 배고. 잘못하면 흰 옷에 국물 튀고. 또 테이블이 아니라 방바닥에 앉아서 먹는 것도 불편하고. 남자들은 책상다리하는 게 편하다고 하는데 여자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더 심각한 문제는 자유 시간이 없다는 것이죠.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팀장님 눈치 보면서 일하는 것도 힘든데 점심시간까지 팀장님 식성에 맞춰서 불편한 자리에 따라가는 것은 '개인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침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힘들고 지치는 하루 일과 속에서 점심시간만큼은 저만의 개인 시간을 갖고 싶은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점심시간만큼은 개인 시간을 갖고 싶은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김 부장

'개인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침해'라고요? 그게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인가요?


저도 젊은 친구들이랑 같이 식사하는 게 때로는 불편해요. "팀장님 식성에 맞춰서 불편한 자리에 간다"라고 하셨는데 저 또한 팀원들 식성에 맞춰서 불편한 자리에 갈 때가 많아요. 어떤 때에는 팀원들 대화에 끼지 못해서 답답할 때도 많고요.


이처럼 팀원들 간 식성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지만 점심시간을 함께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니, 식성이 다르고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점심시간만큼은 함께 하는 것이 더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족이 왜 함께 식사를 하는지 아세요? 식사 시간에 얘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 어렸을 적에는 식사 시간에는 밥만 먹었지 말을 못 하게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식사 시간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친해지죠. 특히 팀원들 간에는 사무실에서 하기 힘든 얘기가 있잖아요 그런 얘기를 점심시간에 나눌 수 있잖아요.


팀이 왜 팀이에요? 그냥 같은 사무실에 앉아 있다고 팀인가요? 서로를 이해하고, 때로는 서로를 위해서 약간의 희생도 하고. 이게 팀이죠. 이를 위해서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점심시간만큼은 함께 보내면서 업무 이외의 얘기도 나누고, 그러면 또 서로에 대한 이해심도 생기고, 오해도 풀고, 그러면서 또 끈끈함도 생기고. 이게 필요한 것 아닌가요?


송 대리도 사무실에서 팀장님께 못다 한 얘기 있잖아요. 그런 얘기를 점심시간에 하면 되잖아요. 때로는 사무실에서 하기 어려운 얘기도 점심시간 후 커피 한잔 마시면서 나누면 의외로 또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있어요. 점심시간을 그런 용도로 활용하면 되잖아요. 그럼 업무 처리도 훨씬 수월해질 수 있고.


'혼자 밥먹지 마라'라는 제목의 책도 있잖아요. 저는 이 책을 2008년에 읽어서 지금은 기억이 좀 가물가물...



송 대리

저는 부장님이랑 생각이 좀 달라요. 저는 사무실에서 못다 한 얘기는 사무실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자리에서 당장 해서는 안 되겠죠. 때로는 시간의 텀을 좀 갖고 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자료를 더 준비해서 보여드린 후 말씀을 드리는 것도 좋고. 아니면 열기가 좀 식은 다음에 말씀을 드리는 것도 좋고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팀장님한테 "잠깐 커피 한잔 하시죠" 하면서 말씀을 드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걸 왜 점심시간까지 기다리죠? 어떤 분들은 팀장님한테 소주 한잔 사달라고 하면서 얘기를 하기도 하는데 왜 그렇게 서로 시간 낭비하면서 어렵게 얘기하죠? 그냥 필요한 말씀 그때그때 하면 되잖아요.


저 또한 같은 팀원끼리 친해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거 하라고 회식하고 팀점하는 것 아닌가요? 왜 맨날 점심시간마다 같은 사람들끼리 우르르 몰려가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얘기를 한 시간 내내 해야 하죠?


그리고 점심시간은 법적으로 보장된 개인의 휴식 시간이에요. 그 시간을 점심 식사하는데 보낼 수도 있지만 개인에 따라서는 그 시간에 운동을 할 수도 있고, 그 시간에 낮잠을 잘 수도 있고, 때로는 그 시간에 산책을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맨날 팀끼리 점식 식사를 하면 그렇게 할 수 없잖아요? 법적으로 보장된 휴식 시간을 왜 팀워크를 다지는데 바쳐야 하죠?


법적으로 보장된 휴식 시간을 왜 팀워크를 다지는데 바쳐야 하죠?



김 부장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할 말이 없네요. 법적으로 보장된 휴식 시간을 지켜 달라고 하는데 제가 뭐라고 하겠어요? 물론 그 휴식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팀의 성과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법은 지켜야겠죠. 제가 팀원이던 시절에는 그런 주장이 애사심 부족으로 받아들여졌는데 요즘은 기업문화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모두가 그렇게 행동하면 과연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까’라는 걱정도 들지만, 그건 뭐 제가 걱정할 일이 아니겠죠. 정부에서 그렇게 하라고 하는데...


문제는 다른 부서나 상사의 시선이에요. 가령 옆 팀은 점심시간마다 다 같이 나가서 식사를 하는데 우리 팀은 각자 따로따로 식사를 할 경우 우리 팀에 대한 평가가 어떨 것 같아요? 보나 마나 팀장의 리더십이 떨어진다고 평가하겠죠. 그 피해는 몽주리 제가 받겠죠.


모두가 그렇게 행동하면 과연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까...



송 대리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부장님의 리더십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아마 더 많은 분들이 '김 부장님은 팀원들의 개성과 개인 시간을 존중해 주는구나'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김 부장

그럴까요? 임원분들께서 그렇게 평가를 해주셔야 할 텐데요. 과연 그럴지...


아, 그리고 약속 없는 날에는 나는 또 누구랑 먹지? 저희 세대는 혼자 밥 먹는 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아니라서요. 제가 신입사원일 때에는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어서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옆 팀 팀장님께서 "약속 없으면 우리 팀이랑 같이 식사나 할까?" 하시면서 챙겨주셨거든요. 저희는 아직도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혼자 밥 먹는 것은 좀 생소해서요.



송 대리

요즘은 많이 변했잖아요. 이제는 혼밥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부장님도 한번 당당하게 혼밥 해보세요. 부장님 세대에서는 혼밥 하시는 분을 처량하게 생각하셨을 수 있지만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아, 그렇다고 맨날 혼밥을 하라는 말씀은 아니고 가끔씩은 팀점도 하시고 그러세요. 팀원들이 팀점을 불편해한다고 전혀 안 챙겨주시면 또 섭섭해할 수 있거든요. 사람들이 좀 청개구리 심뽀가 있어서요.



김 부장

그럴 수 있겠네요.

...

그런데 그렇다면 맨날 혼자서만 식사를 하겠다고 하는 팀원은 조금 문제 있는 친구 아닌가요? 가끔씩은 팀원들이랑 같이 식사도 하고 그래야죠?




송 대리

"나는 맨날 혼자서만 먹고 팀점이나 팀 회식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겠다"라고 하는 분은 팀워크에 문제가 있을 수 있겠네요.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 친구들은 흔치 않은데요. 아주 재밌는 친구네요.



사회자

자, 그럼 이쯤에서 토론을 마무리지어 볼까 합니다.


"평소에는 혼밥을 허용하되 가끔씩은 팀점이나 팀 회식을 하자". 이렇게 합의한 것으로 결론을 지어도 될까요?



김 부장

저는 뭐 "콜"입니다.



송 대리

저도요.



사회자

오랜 시간 동안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김 부장: 팀점은 이를 통해 사무실에서 하지 못한 얘기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고 팀원들 간 팀워크도 다질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

2. 송대리: 팀점이 필요한 점은 인정하지만 점심시간은 법적으로 보장된 개인의 휴식 시간이기 때문에 혼밥을 존중해줘야 한다

3. '51% 정답': 평소에는 혼밥을 허용하되 가끔씩은 팀점이나 팀 회식을 하자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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